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27-스카잎이 바빠

천마리학 2011. 7. 21. 00:54

 

 

 

*2011년 4월 17일(일)-스카잎이 바빠.

 

 

오늘 늦은 아침을 먹는데 독일에 사는 카티에 고모로부터 스카잎 통화가 걸려왔다. 카티에 고모의 두 딸인 뮤런과 레아 누나가 오늘아침에 만들었다는 머핀을 보여줘서 아리는 맛있게 먹는 시늉을 했다.

하와이 여행이 즐거웠느냐는 고모의 질문에 아리는 바다 수영과 말타기, 그리고 우크렐레를 꺼내어 튕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리의 갓마더이기도 한 카티에 고모는 도리의 모습을 보며 아주 예쁘다고 좋아했고, 도리는 그저 여기저기 시선을 돌려가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할머니가 ‘도리송’을 불러서 웃게 해서 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도리가 웃을 때마다 예쁘다는 탄성이 나온다.

 

 

 

 

 

 

 

 

스카잎이 또 띵똥!

이번엔 스위스의 집. 토니 할아버지와 쟈닌 할머니 그리고 스잔 할머니가 화면앞에서 눈이 빠져라 대기하고 있었다. 아리와 도리의 모습이 보여지자 모두들 반가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아리는 왜 그런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화상통화가 될 때마다 인사말이나 대답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따따 스잔에게도 마찬가지. ‘알루!’ 하라고, 대답하라고 열심히 시켜보지만 썩 되지 않는다. 그저 단말마이다. 그래서 아쉽고 민망하기도 하다. 크면 달라지겠지.

 

 

 

 

 

 

 

 

스카잎이 또 띵똥!

이번엔 역시 스위스의 마흐트 고모다. 모든 가족들이 다 안녕들 하고 편안하다고 한다. 마흐트 고모는 할머니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마흐트 고모는 영어를 다 잊어버려서 대화가 잘 안된다. 할머니 역시 영어가 짧아서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늘 염려해주고 보면 반가워하는 가족들이 있어서 고맙다.

 

다시 독일의 까티에 고모와 통화. 엄마아빠는 서로서로 안부와 소식과 근황과 계획 등을 이야기하며, 엄마아빠는 하와이에 꼭 가보라고 권한다.

 

만약 스카잎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자주 얼굴 보며 통화하는 화상통화가 감사할 따름.

할머니는 우리 가족은 참 행복하다고 늘 생각한다. 각국에 흩어져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나름대로 다 잘 살고 사이가 좋아서 수시로 연락하고 수시로 화상통화하고 수시로 오가면서 지낼 수 있으니까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스카잎을 마친 12경, 아빠와 아리도 제자리에 돌아가 각자 일에 빠지고, 할머니도 이층으로 올라와 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갑자기 소리쳤다.

 

 

 

 

 

“룩! 룩! 밖을 좀 보세요. 할머니! 밖을 좀 보세요!”

어느 사이 어둑해진 하늘이 눈보라로 가득하다. 눈송이들이 센 바람에 날려 휘몰아치는 모습을 발코니를 통하여 내다보면 허공이 마치 요술 같다. 모두들 와아~ 하면서 내다본다. 아빠가 얼른 분위기를 살려 음악을 튼다. 사라브라이트만! 잠시 후 하늘이 밝아지면서 바람은 잦고 눈송이만 성글게 내린다. 변덕장이 봄날씨!

오후 2시경까지 눈이 그쳤다 이어지곤 하다가 개었다.

 

 

 

 

 

 

오늘 점심은 프레스토큐와 생 라면. 꾸들꾸들 마른 햄에 멜론을 싸서먹는 것. 전엔 자주 해먹었는데 이번엔 좀 오랜만이다. 멜론을 싸서 먹긴 하지만 그래도 햄을 좀더 덜 짜게 했으면 좋겠다는 게 할머니의 의견이다.

생라면도 오랜만에 먹는 것. 아빠와 아리는 안 매운 것. 할머니와 엄마는 매운 것. 그러나 아리에겐 언제나처럼 먹이기가 어렵다. 온갖 말로 달래기도 하고 위협하기도 하며 구슬러보지만 잘 먹지 않아서 항상 아리 담당인 할머니가 애를 먹는다. 아리가 다 먹으면 온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영화를 보자는 둥, 엄마와 함께 <파니파니>를 보자는 둥. 생라면 가닥을 젓가락에 감아 억지로 먹이는데 성공. 성공이라지만 사실은 생 쇼다.

 

 

아리는 또 물장난. 개 인형들을 씻는다면서 물비누와 고형비누를 번갈아가면서 풀어내어 온통 난장판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