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28-아리의 최근상태, 런너! 도리는 소리장이

천마리학 2011. 7. 22. 20:59

 

 

 

*2011년 4월 18일(월)-아리의 최근상태, 런너! 도리는 소리장이

 

 

 

 

요즘 도리의 발성이 매우 높아졌다. 혼자 놀면서도 뭔가 시선 안에 들어오면 응시하고 있다가 ‘아악, 아아아악…’하고 제법 큰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들여다보면 뭔가 의사표시임이 분명하다.

눈앞에서 흔들거리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또 ‘아악, 아아아악…’하고 소리를 지른다. 장난감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장난감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을 낼 때 내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엄마나 할머니가 얼러주면 응답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식구들이 모두 식사를 하거나 제각각 자기 일에 빠져있을 때도 가끔씩 도리가 꽥꽥 내지르는 소리에 웃곤 한다. 마치 ‘나도 여기 있어요!’ ‘나랑 놀아주세요.’하는 것과 같다.

몸무게가 느는 느낌도 든다. 엄마의 팔이 아프다고 하고 버거워하기도 한다.

또 오늘은 드디어 도리가 일층 거실에서 이층까지 시선을 옮길 줄 알게 됐다.

 

 

 

오빠는 오빠다!

아리는 좋은 오빠다!

오빠, 고마워!

^*^

 

 

거실의 요람에 누워 놀면서 아악 악 소리 지르는 도리를 향해 2층의 할머니 침실에서 창을 열고 도리를 향해서 ‘도리야!’하고 부르거나 ‘도리송’을 부르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살피는데 이층을 올려다볼 줄 모르더니, 오늘은 여러 번 실시한 결과 어쩌다가 이층 창가의 할머니와 시선을 맞추었다.

시선이 마주치가 잠시 응시하더니 할머니를 알아보고 방실방실 웃었다.

“오, 도리, 반가워! 잘 했다.”

 

 

 

 

누군가 나의 예쁜 모습을 훔쳐보는 것 같아요.

상관없어요.

나, 도리는 그저 어디에서나, 어느곳에서나 즐거우니까요.

자유!

 

 

 

도리는 또 근래 들어서 혼자 있지 않으려고 한다. 함께 놀아주다가 잠시 자리를 뜨면 이내 아앙~하고 떼를 쓰듯 힘찬 목소리로 울어제낀다.

우는 소리가 여간 아니다.

 

 

 

 

지금 난 엄마를 돕고있는 거라구요~

어떻게?

여긴 빅토리아 공항, 엄마가 수속을 밟고 있는 동안 이렇게 놀아주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엄마를 돕는 거 맞죠?

^*^

물론 할머니랑 함께죠.

 

 

 

아리는 정말 반항기인 모양이다. 하기야 진즉부터 그렇긴 하지만.

 

 

 

이건 약과! 카메라로 포착할 수가 없어서 그렇지,

아리의 짖궂은 표정은 수도 없이 많고, 시시때때로 변화무쌍!

유머도 뛰어나고, 익살스런 몸동작도 알아줄만 하다.

우리가족을 자주 웃겨준다.

 

 

 

*한마디도 제대로 말하거나 정식으로 발음하는 법이 없다.

말 끝 마다 ‘부부~’ 또는 ‘방구’ 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아무 뜻도 없고 단지 재미로 그런다.

‘밥 먹었니?’하면 ‘녜부부’, ‘녜방구’ 하고, ‘옷 입어라’ 하면 ‘아니오부부’하고나 ‘아니오방구’한다. 헤어질 때 하는 인사로 ‘바이바이부우부’ 한다. 할머니하고의 대화에서만 그러면 괜찮은데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도 그런다. 스트릿카 기사나, 길에서 만난 행인과의 대화에서도 그런다. 그냥 어린 아이이기도 하고 또 그들이 모르는 말이니까 그냥 웃으며 넘어가곤 한다.

 

 

심심할 때의 아리.

잠시도 가만히 있지않고,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아리.

지금도 무슨 장난을 칠까 궁리하며 심심하다고 느끼는 모습.

몬트리올 따따쟌의 거실.

 

 

 

*말을 제 맘대로 지어낸다.

‘할머니빠까뿌까따꾸나’ 하고 소리쳐서 할머니가 이층에서 ‘그게 무슨 뜻이니?’하고 물으면

“‘할머니빠까뿌까따꾸나’ 민스 할머니 내려오세요.”한다.

같은 뜻의 말이라도 할 때마다 새로운 말로 지어낸다.

‘아리, 재미있게 놀았니?’하고 물으면 ‘녜'하고 대답하는 일이 거의 없다.

‘녜부부’, ‘녜방구’ 혹은 ‘녜까꾸’ 한다.

 

 

 

아리의 놀이욕구와 표현욕구, 그리기 욕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여기는 뱅쿠버 공항 로비.

갑자기 그리겠다고 하는데 누가 말릴까.

지금은 자동차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주무셨어요’ 와 ‘주무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인사를 하지 않아서 그 점을 깨우치려고 할머니가 먼저 ‘아리, 안녕히 주무셨어요?’하면 그제야 ‘할머니 주무세요오!’ 하곤 한다. 가르치기 시작한 처음 한동안은 깨어나자마자 하는 듯 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하지 않고 할머니도 무심해져버렸다. 거의 모든 가르침이 그렇다. 습관이 되게 하기까지는 배우는 아리나 할머니 쌍방이 다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경험하고, 알고 있다.

처음 가르칠 때 ‘안녕히 주무셨어요!’와 ‘안녕히 주무세요!’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할머니에게는 물론 제 엄마에게도 하게 했는데, 할 때 마다 헤깔렸다. 그래서 ‘셨어요’와 ‘세요’를 강조해서 연습시켰었다. 그러면 할머니가 제대로 해보라고 반복시키거나 강조하여 지적하면 ‘할머니, 주무셨세요!’하면서 ‘할머니 세이 주무셋세요’하거나 ‘아리 세이 주무셋세요!’하며 제가 맞았다고 따지기도 하고, ‘예쓰, 아이 디드 라이크 댓!’하면서 ‘유 히어 미?’하고 우기기도 한다. 역시 이론가 아리다.

그런데 요 며칠 또 인사가 사라졌다.

오늘 아침에도 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먼저 한 것이다. 그랬더니 불쑥 ‘셨세요 할머니!’한다. 그래서 ‘안녕히 주무셨어요!’하고 온전한 문장으로 수정해주었더니 ‘아리 세이 셨세요! 할머니 세이 비퍼 셨세요!. 리멤버?’ 한다.

자신의 온전하지 못한 문장을 덮어버리고, 할머니가 전에 말한 대로 안녕히 주무셨어요 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것이다.

‘안녕히 주무세요’와 ‘안녕히 주무셨어요’를 가르칠 때 자꾸만 혼동하기에 그 차이를 알게 하느라고 ‘셨어요’와 ‘세요’를 강조한 결과이다. 그리고 역시 따지기 장이 아리다. 아리는 곧잘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 주장이 강하다.

 

 

 

이게 무슨 장면이라고 사람들은 연상할까?

낮잠자기?

천만에!

할머니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밴쿠버공항에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선물샵에서 사고싶은 물건을 발견했다.

엄마에게 사달라고 했지만 엄마가 노우! 한 모양이다.

"아이 윌 쇼우 유, 할머니!"

책을 읽던 할머니는 영문을 모른채 아리에게 끌려갔다.

가면서 쫑알쫑알 '내가 아빠 생일선물로 아주 좋은 것을 발견했다...'고.

'으흠, 요 녀석이 또 사달라는 속셈이군.'

할머니도 똑똑하다. ^*^

폴라베어 모양으로 만들어진 벼개였다.

열심히 설명을 하는 아리에게 그저 으응, 그렇구나 정도로만 대답하니까

더 똑똑한 아리가 아주 적극적으로 상품의 좋은 점을 표현하느라고 

이렇게 바닥에 베고 누워 자는 모습을 시연해 보인다.

그러면서 하는 말,

"메이비, 아빠가 행복할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아빠 생일인 내년 4월까지 많이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면선 생각해보자!"

사주지 않으려고 겨우 설득했다. 

할머니 성공! 

 

 

 

*‘드세요’를 ‘주세요’로 한다.

제엄마가 간식이나 차 등을 준비해놓고 할머니부터 드셔야한다면서 ‘할머니 차 드세요!’하고 가르쳤더니 이층으로 올라와서 ‘할머니, 차 주세요.’하면서 손을 내민다. 그 후로도 ‘주세요’와 ‘드세요’의 구별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오늘 아리는 3시 30분, 수업이 끝난 후에도 놀기에 빠져서 에릭과 마진과 함게 더 놀기를 원했다. 마진 엄마가 할 수 없이 허락하자 아리는 나는 듯이 백팩을 할머니에게 던지고 우우 몰려 나간다.

아리는 정말 놀기를 좋아한다. 1분도 쉼없이, 끊임없이 달리고 뛴다. 요즘 들어 ‘파이팅’하면 막대기 장난에도 맛을 들여 그것을 막느라고 애를 써야한다. 아리가 얼마나 놀기를 좋아하느냐 하면, 놀면서도 문득 멈추고 “할머니, 아일 라이크 플에이!”하기도 하고, 꿈에서도 노는지 침대를 온통 굴러다니고, 때로는 ‘고우 고우’하면서 중얼거리기도 한다. 때론 뭐가 그리 신나는지 자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리기도 한다. 놀이 중에서도 테그게임. 달리고 달리는 게임이다.

 

 

 

 

토론토의 피얼스넌 공항, 이른 아침이다.

전시된 레이스용 차 앞에서.

들어가서 타보겠다고하는 것을 제지당한 표정이다.

 

 

 

데이케어의 플레이 그라운드나 킨더가튼의 운동장에서 노는 것을 살펴보면 아리는 끈임없이 달리고 달린다. 함께 노는 무리들과 술래를 정하여 태그! 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아리는 데이케어나 킨더가든에서 항상 가장 어리다. 몇 개월부터 두 살 까지의 차이가 있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뒤따라서 달려야 한다.

비슷한 에릭스도 한 살 위이고 리오도 한 살 위다. 알렉산더와 메진도 칠 팔개월씩 위다. 술래잡기를 해도 잡히고 만다. 그래도 달린다. 그래도 또 하자고 한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여자아이인 까밀라만 동갑인데 달리기는 까밀라만 제친다. 제프리와 메진이 조금 빠르지만 그래도 경쟁대상이다. 리오나 에릭은 아예 저보다 빠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대화 중에 보면 에릭과 리오는 수퍼 빠르고, 메진과 제프리는 원 한드렛 파스트! 앤 아이 파스트 덴 까밀라 이다. 그런데 요즘은 메진과 제프리르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래서 썸타임스 아이 파스트 덴 제프리 앤 메진! 한다. 얼마 전부터 짧은 동안이긴 했지만 리오가 아리의 우상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누가 그랬어? 하면 리오가. 아냐. 그렇지 않아 하면 노우, 리오가 그렇게 말했어 하고 말하곤 했다. 요즘 조금 숙으러드는 것 같다.

 

 

 

 

빅토리아의 숙소 근처, 누군가의 집 정원에 있는 놀이기구.

"왠 아이 워스 투!"

이건 두 살 때 타던 거라면서 추억을 되살려보는 아리.

 

 

 

요즘 들어 달리기에 있어서도 제프리와 메진을 추월하는 것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함께 어울려서 놀 때보면 아무래도 몸집도 작고 약한 아리가 밀쳐지기 쉬운데 그럴 때마다 지켜보는 할머니의 가슴이 콩닥거리지만 그저 멀리서 보고만 있다. 그렇게 아리가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려니 하고.

오늘도 방과 후에 기어이 남아서 놀기 시작했다.

에릭, 메진, 그리고 아리. 세 꼬마의 청을 에릭의 엄마도 할머니도 이겨내지 못했다.

떼를 쓰듯 졸라서 운동장으로 엉켜 나가는 것을 에릭 엄마가 5분!이란 말로 승낙을 했지만 5분? 거의 한 시간을 놀았다.

셋이서 엉켜 넘어지고 딩굴고 부딪치고 달리고 뛴다. 에릭 엄마까지 끼어들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디카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빅토리아 대학교 근처에 있는 놀이터.

아리는 세계각국의 놀이터를 섭렵(?)하고 있는 셈.

한국, 퀘백, 파리, 제네바, 꼬쇼뇽, 말리, 밴쿠버, 몬트리올... 등등

가는 곳마다 놀이터가 발견되면 절대로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지 않듯이.

^*^

  

 

 

셋이서 노는 것을 보니 아리가 가장 어리긴 하지만 에릭이 단연 앞서고, 그다음은 아리. 메진이 아리와 막상막하이긴 하지만 곧장 넘어지고 울곤 했다. 부딪칠 때 아리가 제일 약해서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리는 악착같이 따라붙어 놀기를 멈추지 않았다. 메진이 넘어져 우는 위로 아리가 에릭의 밀침으로 넘어져 울기 시작했다. 세게 넘어졌기 때문에 메진은 어딘가 엄살이 많고 어리광이 섞인데 비하여 아리의 울음이 격렬했다. 그런데 서로 마주 보며 울다가 아리가 먼저 웃음을 터트렸고 메진도 이어 웃음을 터트렸다. 저희들이 보아도 우는 모습이 웃으웠던 모양이다. 그걸 보고 할머니도 웃었다. 그런데 메진의 할머니는 약간 이상하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에릭의 어머니는 끼어들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할머니 역시 이곳 저곳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사진도 찍고 하는데 메진의 할머니는 저만큼 벤치에 앉아 뭔가를 마시며 고상틱 흉내를 내는 것 같다. 메진이 울자 다가왔다. 전형적 캐네디언 모습에 키도 크고 팻션도 특이하게 멋을 부려 엄마로 알았는데, 얼굴을 보고서야 주름이 자글자글 많아서 할머니로 생각했다.

어떻튼 아리들이 적극적으로 노는 것이 할머니는 보기 좋다. 게다가 아리가 열성적으로 빠지지 않고 놀기 좋아해서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