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26-비행기 예약과 아리의 머리 깎기와 새 신발.

천마리학 2011. 7. 18. 02:25

 

 

 

*2011년 4월 16일(토)-비행기 예약과 아리의 머리 깎기와 새 신발.

 

 

 

아침 9시 15분, 코리아 킨더가든에 가는 길에, 볼일이 있다면서 엄마와 도리까지 모두 나서고 할머니 혼자 집에 남았다.

할머니는 모처럼, 정말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컴작업을 시작했다. 밀린 사진정리와 육아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중간중간 엄마아빠가 전화로 식사와 일의 진행, 귀가 시간 등을 알려오고 할머니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홀가분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짧지만 좋다.^*^

이삼일 전부터 마른기침이 가끔 나오더니 어제저녁부터는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엄마가 목캔디를 주었지만 할머니는 습관적으로 캔디를 먹지 않았다. 그건 약이 아니라 단시 일시적인, 혹은 그것도 아닌 그저 기분을 속이는 것일 뿐, 오히려 당분섭취만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항상 그런 것들을 즐기는 엄마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상하다고 한다.

 

 

 

아리는 길을 걸으면서도 절대로 평지를 걷지 않습니다.

꼭 길이 아닌 곳으로 이렇게 간답니다.

나중에 커서도 그럴까요?

^*^

 

 

 

할머니 혼자서 먹는 점심은 늘 그렇듯, 식물성이다. 상추와 고추 그리고 생된장. 그런 정도다. 상추쌈에 매콤한 고추조각을 얹어 생된장에 싸먹는 맛!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맛이다. 마침 아침에 아리가 먹다 남겨놓은 넛델라(Nutdela)와 잼과 피넛버터를 잔뜩 발라놓은 토스토조각. 그리고 커피한잔.

망고 한 개와 귤 한 개를 가지고 올라와서 다시 컴 앞에 앉았다.

 

 

 

화단가의 씨멘트 울이 평면이 아니라 비스듬합니다. 그러데도 아리는 꼭 그 위로 걷곤 합니다.

나중에 커서 세상길을 갈때도 언제나 이렇게 새길을 내는 사람이 되겠지요?

할머니는 그런 아리가 되기를 바란답니다.

^*^

 

 

 

오후 5시경. 아빠에게서 세 번 째 전화가 왔다. 우리가 자주 가는 한국 수퍼마켓인 겔러리아에 도착했는데 쇼핑을 하고, 저녁에 먹을 것을 사가지고 돌아올 테니 저녁 준비도 하지 말고 먹지도 말라고 했다.

그리고 5시 30분경. 모두 돌아왔다. 할머니는 아직 육아일기와 사진정리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집안이 요란해진다.

“다녀왔습니다아~”

“할머니이~ 할머니~”

“그래 할머니 내려간다.”

미처 끝나지 않은 컴을 멈추느라고 대답먼저 하는 동안 아리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온다.

“할머니, 할머니, 컴. 컴 퀵클리. 아이윌 쇼우 유. 할머니이!”

아리가 노란색 장화와 새 운동화를 들고 설친다.

“와우, 새신발이구나. 노란색 부츠! 어? 아리 머리도 깎았구나!”

“할머니, 디스이즈 런닝슈즈 애앤 디스이즈 레인부츠…”

새로 산 신발과 헤어싸롱에 가서 머리 깎았다는 설명을 하기에 바쁘다.

 

 

 

어느새, 아리의 친한 친구 제이든이 다니는 몬테소리 학교 앞입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아리는 제이든! 하고 불러본답니다.

요즘 제이든 아빠 차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서 제이든이 결석을 했다는데, 걱정이 됩니다.

빨리 잘 수습되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아리는 노란색을 좋아한다. 스파이더 그림이 프린트된 부츠와 핑크부츠가 있었는데, 다 신어보더니 노란색 부츠를 고르더라는 것이다. 스파이더도 좋아하지만 자기는 노란색이 더 좋다면서. 그리고 핑크를 신어보고는 좋긴 한데 그것은 걸(소녀)용이라면서. 스파이더그림이 있는 것은 30불. 노란색은 20불이라나. 그래서 돈이 굳었다고 엄마가 웃는다.

 

 

 

지금 뭐하는지 아세요?

할머니더러 누가 빨리 달리나 시합을 하자면서 이 자리에 와서 서라고 하는 겁니다.

아리는 자기 주장이 아주 강합니다.

"미니미니 마이니모, 케치 어 타이거 바이 더 토우..."

술래를 정하는 노랩니다.

지금 할머니가 빨리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노래 부를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

 

 

 

 

아리가 노란색 좋아하는 것은 할머니와 같아. 할머니도 노란색을 좋아하는데. 아리는 어려서부터 노란색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블루를 좋아하기도 한다.

아리에게 있어서 어려서부터 자기 취향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이 색깔이다. 장난감이나 옷을 고를 때, 책에서 색깔을 고를 때 언제나 노란색. 그리고 지금은 주로 블루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할머니가 불러주는 한국노래를 신기한 듯 잠시 주목하는 아리. 그러나 따라하지는 않는다. 한국어를 의외로 어려워해서 할머니가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한국어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할까 해서다.

 

 

 

 

폴짝! 바로 이 순간!

할머니가 잡아내었습니다.

언제나 뒤따라가며 아리야, 조심! 아리야 앞을 봐! 아리야 천천히!

끊임이 없이 주의시키면서 카메라를 들고 순간을 노리기도 한답니다.

할머니는 아리의 전용사진사이니까요.

^*^

 

 

 

 

 

여행사에 들려서 6월의 빅토리아에 가는 가족여행의 비행기 예약을 모두 마쳤다고 한다. 6월2일 뱅쿠버로 먼저 가서 3일 보내고 빅토리아로 가서 엄마의 컨퍼런스와 관광을 하고 12일 돌아온다고 한다.

역시 엄마다. 하루에 볼일들을 몰아쳐서 착착 계획대로 다 처리하는 스타일. 엄마의 큰 장점이다. 가족들의 일을 항상 알아서 척척.

할머닌 그런 딸이 있어 행복해.

아리 도리는 그런 엄마가 있어 행복,

아빠는 그런 아내가 있어 행복.

우리 가족 모두 행복!

 

 

 

아리는 위험한 짓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감성적이기도 합니다.

지나가다가 이렇게 비둘기를 만나면 비둘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때론 주머니를 털어서 먹이를 주기도 하지요.

^*^

 

 

 

할머니가 이층에 다시 올라와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고, 엄마는 엄마아빠 베드룸에서 뒷정리, 아리는 역시 놀기에 바쁘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아빠가 소리쳤다.

“할머니, 프리페어 디너. 컴 다운 플리즈. 프리페어 퍼 유어 페이브릿!”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뭘까?

오호라. 돼지 족발. 오랜만이구나. 두 개나 사왔다. 또 다시 즐거운 저녁식사.

게다가 또 한 가지. 식사를 마쳤을 때 엄마가 캔디봉지를 할머니에게 내민다. 아빠가 특별히 할머니를 위해서 산 목캔디라고.

Bentasil.

아빠가 스무 살 때 목이 아프면 먹었던 것으로 할머니에게 좋을 거라고 아빠가 설명해준다. 오늘 아침에도 엄마가 목캔디를 준비해주었을 때도 안 먹었는데 이건 먹어야겠지!^*^

 

 

 

아리가 늘 말썽만 피우는 건 아니랍니다.

이렇게 엄마를 돕기도 하죠.

^*^

 

 

디너타임엔 역시 아리가 요즘 좋아하게 된 드라이 맹고. 엄마가 배급하듯 한 두 가닥씩 주는 맹고를 다 먹고는 더 먹겠다고 조른다. 감질나게 하는 방법이 할머니는 내심 썩 달갑지 않지만 그저 볼 수밖에. 안 되겠다싶어 할머니가 봉투째 내놓으라고 엄마에게 일렀고, 엄마는 할 수 없이 봉투째 내놓았지만 봉투 안에 들어있는 양이 고작 다섯 가닥. 웃어버렸다. 다 내놓아 아리에게 주게 했다. 그걸 다시 엄마가 요령을 부린다. 엄마 한 개, 할머니 한 개, 아빠 한 개. 그렇게 나누어 먹게 하다보면 결국 아리 몫으로 남는 건 한 두 개에 불과하다. 그게 아리의 양에 찰 리가 없다. 계속해서 조르는 아리에게 할머니가 매직을 하면서, 할머니 몫으로 배당된 한 가닥의 맹고를 내놓자 아리는 신기해하면서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할머니의 모든 매직이 효과 없어질 때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