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22-똑딱똑딱, 시계 소리땜에 잠이 안와요.

천마리학 2011. 7. 3. 06:49

 

 

 

*2011년 4월 11일(월)-똑딱 똑딱, 시계소리땜에 잠이 안와요.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리가 매우 흥분된 모습이다. 킨더가든에 가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할머니에게 학교 가는 길은 설명한다.

스트릿 카를 타고, 스파다이너 스테이션에서 서브웨이를 갈아타고 다니던 데이케어를 통과해서 휴론 킨더가든으로 가는 길을 자기가 알고 있다고 누누이 할머니에게 설명한다. 행여 할머니가 길을 모를까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할머니가 이미 사전 답사해서 길을 알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하면서,

스트릿 카를 타고, 스파다이너 스테이션에서 바로 나가 휴론 킨더가든으로 10분쯤 걸어가면 된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하는 눈치다.

 

 

위싱턴 스트리트의 놀이터에서

 

 

킨더가든에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복도의 지정된 자리에서 앉아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12시 55분, 선생님이 오셨기에 할머니가 미스 백스터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미스 윈터이고 미스 백스터는 내일 나온다고 했다. 대체교사인 모양이었다. 60이 넘어보이는 머리가 흰 작고 가냘픈 몸매의 할머니였다.

“미스 윈터?”

할머니가 이름이 이상하다싶었다. 혹시 잘못 들었나? 윈처나 혹은 또 다른 이름일지도. 그래서 반문하였더니

“예스, 윈터, 코울드…”

하면서 자기의 팔을 추워서 쓸어내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미스 윈터? 위인터어? 훗훗훗”

곁에서 듣고 있던 아리가 이름이 우습다면서 웃었다.녀석!

아리의 수업이 끝나는 3시 반까지 할머니는 안쪽 운동의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 벤치에 앉아서 준비해간 책을 읽다가 복도의 이곳저곳, 화장실 등을 훑어보았다.

 

 

위싱턴 스트리트의 놀이터에서

-모든 놀이기구들을 다 섭렵하고 나서도 아리의 놀이본능은 식을줄을 모은다.

 

 

 

수업이 끝나자 아리는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반가워하며 달려와 안겼다.

메진, 에릭… 아리와 어울리는 반 친구였다. 에릭은 같은 룸5이면서도 씨니어반이어서 최소한 두 살쯤 더 들어보이는 형같은 존재였다.

학교 바깥, 길 쪽의 공원으로 나와서도 서로 헤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을 제각각 부모들이 억지로 떼다시피 몰아세워 데려갔다. 아리도 마찬가지. 억지로 에릭이 먼저 떨어져나가고, 메진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장난치며 버티는 것을 억지로 떼내어 데리고 노는데 이번에 까밀라와 엉겼다. 까밀라는 할머니의 손에 픽업되고 있는데 두 녀석이 어찌나 반기며 좋아하는지 보기에 정말 예쁜 모습이었다. 까밀라는 데이케어에서도 아리와 가장 친한 여자아이다.

 

블루어 스트리트까지 오는 동안에도 서로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함께 가자고 하면서 떨어지지 않아서 억지로 떼어냈다.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보고 웃을 정도였다.

 

 

 

아리와 마진과 에릭, 지켜보는 미스 백스터. 휴론학교 운동장.

 

 

워싱턴 스트리트에 있는 놀이터에 가서 나머지 시간을 놀게 했다. 놀이터에 있는 각종 놀이기구를 다 섭렵한 뒤, 낯선 아이들 속에서도 아리는 계속 테그 게임을 시도했다. 그러나 잠시 응했다가 떨어져나가곤 해서 아리의 기분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낯선 아이들, 나이도 아리가 낮은 편에 속해있는 상황이라 선듯 아리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아리는 갑자기 놀이터 한 귀퉁이에 서서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Who want Tag game with me?"

여러 번 외쳤지만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앉자 실망스럽게 두 어깨를 늘어뜨리며 휴우~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안쓰러워서 할머니가 해주겠다고 나섰다.

반색을 하는 아리.

놀이마당을 그렇게 한바탕 벌이면서 태그게임을 하면 뛰어다니다가 먼저 지친것은 할머니다. 아니 아리는 절대로 지치지 않는다. 계속해서 런! 런! 런! 하고 할머니를 향해 외칠 뿐이다.

아이구, 아리야, 할머니 좀 봐주라^*^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놀고 난 5시 경. 가까운 로버츠 도서관으로 갔다. 엄마의 사무실이 있어서 가본 경험이 있는 곳.

 

 

 토론토대학의 로바츠도서관, 카페테리야에서 할머니가 준비해간 토스토를 먹고있는 아리!

 

 

도서관 앞 길가의 임시가게에서 핫도그 한 개를 사들고 도서관 2층의 훗 코트로 갔다. 학생들이 붐벼서 자리를 겨우 잡았다. 아리는 자판기에서 초코밀크를 원했다.

핫도그를 반쯤 먹고 밀크 병을 따 마시기 시작하면서 아리가 졸리는 기색이어서 배부르면 고만 먹고 집에 가자고 했더니 쉽게 응했다. 반쯤 남은 핫도그를 잘 싸고 밀크 병을 손에 들린 채 스트릿 카를 타고 돌아왔다.

6시 반, 복도를 걷는데 마침 아빠도 뒤따라 왔다.

기다리던 엄마가 이미 저녁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지치고 피곤하지만 왁자하게 즐거운 저녁 식탁.

왁자한 저녁분위기로 다시 익사이팅 해진 아리는 잘 시간이 되어도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유도심문에도 잘 걸려들지 않고 계속 놀기를 청한다.

 

 

테리폭스 공원에서 엄마와 함께.

 

 

 

하와이에서 돌아와 아직도 여독이 안 풀려서 오늘도 식구들이 모두 느슨느슨한데 말야.

“할머니, 아리 잠 안와. 시계 고우 아웃!”

할머니가 달래서 겨우 잠자리에 들어서도 부시럭대더니 한 참 만에 일어나서 하는 소리다.

벽에 걸린 시계를 치워달라는 것이다. 하하하.

어제 하와이에서 돌아와 자다가 보았더니 누운 채로 볼 수 있는 곳에 걸려있던 시계가 없었다. 아침에 알고 보니 할머니 침대에서 따따 쟌이 잤는데, 시계의 초침소리 때문에 잠이 안온다고 해서 아빠가 빼서 치웠다는 것이라면서 다시 제자리에 걸어주었다. 그런데 오늘밤엔 아리가 시계소리를 잠 안 오는 핑계로 삼는 것이다. 따따 쟌이 하는 것을 본 것이다.

“왜? 할머닌 괜찮은데.”

“시계, 틱 톡 틱톡. 똑 딱 똑 딱, 베리 노이지!”

요런 웃기는 녀석을 봤나!

할머니가 의자 위에 올라가서 할 수 없이 시계를 벗겨 밖으로 내갔다.

이래서 귀신 보는 데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