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88-요리사와 김치부침개. 아리의 대화법.

천마리학 2011. 3. 20. 13:29

 

 

 

*2011년 2월 27일(일)-요리사와 김치부침개. 아리의 대화법.

 

 

 

아래층에서 아빠가 어제 저녁에 할머니가 만든 김치부침개를 아침식사로 준비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엄마가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다고 해서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부친 김치부침개다.

 

오늘 아침 7시경에 할머니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아리가 재빨리 엄마아빠방으로 갔다. 아빠를 좋아하는 아리. 누가 막으랴.

 

8시 경, 아빠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놀고 있는 소리를 들으며 할머니는 잠시 컴퓨터 작업을 했다.

9시경, 할머니가 아리를 불러올렸다.

엄마아빠 방으로 가거나 자리를 옮길 땐 할머니에게 말을 해라. 할머니가 돌아왔을 때 아리가 없어서 할머니가 매우 걱정했다. 아리가 안보이면 할머니는 걱정이 될까? 안될까? 하고.

 

 

 

 

아리가 만든 가면에 색도 자기가 좋아하는 블루로 칠했다.

 

 

 

“걱정!”

“그렇지. 걱정이 되겠지? 왜 그럴까?”

“몰라요오.”

“그럼 할머니가 아리를 사랑할까? 안할까?”

“사랑할까.”

“그렇지? 사랑하지? 아리도 할머니 사랑하니?”

끄덕끄덕.

“할머니는 아리를 아주아주 사랑하기 때문에 아리가 안보이면 걱정을 많이 한단다. 혹시 우리 아리가 망태 할아버지에게 끌려갔나. 몬스터에게 잡혀갔나 하고말야. 그러니까 어디 갈 땐 말을 해야겠지?”

끄덕끄덕

“봐. 침대위에 카드가 널려 있잖아. 왜 그렇지?”

“아리, 디드 플레이 위드 카드”

웃으며 대답한다.

 

 

 

 

가면놀이로 한바탕 시끄러웠다.

 

 

 

 

“그렇지? 어제밤에 아리가 카드를 가지고 놀다가 할머니랑 아리랑 푹, 잠들어버렸지?”

아리를 껴안고 고꾸라지는 흉내를 낸다. 아리가 흡족해 하면서 재미있어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린 올”

“그렇지? 아리가 크린 하면 누가 좋아할까?”

“할머니.”

“그리고?”

“아빠”

“그리고?”

“엄마.”

“그렇지. 아리가 놀던 자리를 깨끗이 치우면 데이케어에서도 선생님들도 좋아하잖아.”

“위드 할머니”

요런 깜찍스런 녀석이 있나.

“좋아. 할머니가 도와주지.”

침대와 벽 사이에 낀 카드까지 꺼내면서 아리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꺼낸다.

 

 

 

 

 

 

 

 

“셰프가 무슨 뜻이라고 했지? 어제저녁에 김치부침개 먹으면서 아리가 할머니에게 알려줬었는데”

“셰프 민스 후 썸씽 쿡!”

아리가 할머니에게 셰프의 뜻에 대해 알려주는 말이다.

“오,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그럼 이 김치부침개 누가 했지?”

“할머니”

“그럼 할머니가 셰프네. 맞어?”

끄덕끄덕.

“그런데 셰프가 한국말로는 뭘까?”

“몰라요.”

“요리사, 요리사라고 해.”

“………”

“요리조리 요리사.”

아리는 한국말에 어려움을 느낄 때면 대꾸가 없다. 그래서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할머니가 말을 만들었다.

“???”

 

 

 

 

아리와 도리.

오빠노릇 톡톡히 하는 아리!

 

 

 

 

과연, 아리가 관심을 보인다.

“할머니 따라 해봐. 요리 조리 요리사!”

“………”

“직, 잭, 직, 잭”

할머니가 시트 위를 손가락으로 직잭의 모양을 긋는다.

아리가 얼른 손가락으로 따라 그으며 ‘직잭직잭…’한다.

“그 직잭이 한국말로 요리조리야. 요리조리. 요리? 아, 요리사와 비슷하잖아. 그렇지?”

끄덕인다.

“해봐. 직잭직잭, 요리조리.”

“직잭직잭, 요리조리.”

아리가 조금 재미있어 한다.

“그럼 할머니 따라해 봐. 요리조리 요리사. 요리조리 요리사.”

“요리조리 요리사, 요리조리 요리사. 잊지 마. 알았지?”

“녜에~”

여러 번 반복했다.

이것이 아리와의 대화법이다.

^*^

 

 

 

제가 언제 울었느냐구요?

이렇게 잘 웃는데...

제가 울었다구요?

할머닌 괜히 그러셔!

 

 

 

 

도리는 오전에 한바탕 울고 보채기에 할머니가 안아서 잠을 재웠다. 잠들기 전에 항상 앙칼지게 우는 도리. 그러나 할머니가 안고 할머니 작사 작곡의 ‘도리노래’를 불러주면 금새 조용해지고, 귀담아 들으며 서서히 잠이 드는 것이 참 신기하다. 잠이 들면서도 가끔 웃고, 때때로 눈을 뜨고 만족해하는 모습이 할머니의 목소리와 ‘도리노래’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잠을 깨었을 때 엄마가 도리 목욕을 시켰다. 그런 사이사이에도 할머니가 말을 걸면 얼마나 밝게 웃고 옹알이로 대화를 하는 지 정말 귀엽다. 목욕 후에 다시 잠이 든 사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식사 후에 하고 잠을 잤다.

엄마는 도리에게 목욕 후 옷을 갈아입힐 때마다 옷이 작아진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쑥쑥 자란다고 했다. 정말이다. 오늘도 보라색 셔츠가 벌써 몸에 꼭 맞다. 곧 작아서 못 입힐 것 같다.

이제는 제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빠는 일이 더 수월해졌다.

2시 반 경, 엄마아빠 그리고 아리 도리가 함께 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