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87-드디어 중대 결정-데이케어에 안보내기.

천마리학 2011. 3. 19. 10:00

 

 

  

*2011년 2월 25일(금)-드디어 중대 결정-데이케어에 안보내기.

 

 

 

오늘 엄마는 중대한 결정을 했다. 뭘까?

그동안 아리를 데이케어에 계속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하여 오래 고민해왔었는데 오늘 드디어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할머니가 지난달에 제안한 의견이었는데, 그동안 엄마아빠가 이모저모로 생각하면서 망서렸다. 아리의 교육상의 문제, 또 할머니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겠지.

데이케어에 계속 보내는 것이 아리에게 있어서 교육적으로 좋을 것인지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고, 만약 할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만두게 한다고 해도 그렇게 되면 전적으로 할머니가 맡게 되므로 할머니가 체력상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도 고민이었을 것이다.

 

할머니가 제안한 것은 그동안 살펴보고 경험한 결과 데이케어 선생님들의 일률적이고 극히 사무적인 태도가 아리에겐 맞지 않는 다는 점과, 특히 아리의 여러 가지 조건에 대하여 전혀 고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리가 힘들어하고 그 결과 아리의 기가 죽는 것. 그래서 아리는 자꾸만 제지를 당하게 되니까 창의력도 사라질 것이고 무엇보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아리가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면서 흥미를 잃어간다는 점이다. 근래에 아리가 데이케어에 가기 싫어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할머니로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아리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리에겐 중요한 시기이다. 물론 어느 때라고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을까만, 특히 뇌 발달이 활발한 이 시기에 아리의 기를 꺾고 의기소침하게 만들면 발표력은 물론 창의력에도 문제가 생기며, 성격까지도 내성적으로 만들 소지가 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할머니를 앞서서 복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아리는 한시도 할머니가 사라지는 것을 못견딥니다.

그중에서도 할머니 혼자 밖에 나가면 난리가 납니다.

 

 

 

 

 

아리의 조건이란,

아리가 비교적 에너제틱 한 점. 아리는 영어만이 아니라 한국어와 불어를 동시에 배워가는 중이라는 점이다. 에너제틱한 것을 무조건 틀과 규칙에 맞춰, 선생님의 지시대로 칼질하는 것은 좋지 않다. 또 말을 배워가는 시기에 3가지 말을 사용하다보니 때로는 의사소통이 달라질 수가 있다. 영어로 말해야하는데 불어나 한국어로 말 하게 되면 선생님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무시하고 넘어간다. 모두 영어라야만이 의사소통이 된다. 그것이 아리로 하여금 ‘단절’을 느끼게 하고, 섬이 되게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선생님들이 조금 더 신경 써서 들어주려고 해야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하고 아쉽다.

 

데이케어는 그만 둘 경우에도 한 달 전에 미리 연락을 하는 것이 규칙이기 때문에 4월부터 그만두게 하려면 이 달 말 안에 연락을 해야 한다. 토론토 내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토론토대학에서 운영하는 오이지의 데이케어 경우엔 일 년 이상 기다려 들어가야 할 만큼 자리가 나지 않기도 한다. 토론토대학의 교수나 관련자의 자녀들만 다니게 되어있는데도 그렇다. 아리도 오래 동안 기다려서 다니게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에 집 앞의 ‘키즈 앤 컴파티’ 데이케어에 다녔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인펜트부터 시작해서 점점 나이가 많아질수록 조금씩 줄어들긴 하지만, 월 2천불부터 시작된다. 지금 아리는 월 천5백 불 정도 되는데, 도리까지 다니게 되면 월 4천불이 데이케어비로 든다. 도리도 이미 등록해 놓은 상태이다.

 

 

 

 

그런데 쓰레기를 버리고 온 후 잠시 아리가 사라졌습니다.

아리가 조용한 것은 언제나 문제지요.

불러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요놈!

창고안에 들어가 초컬릿 통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늘 먹는 양을 제한하거든요.

 

 

 

 

할머니는 아리를 맨 처음, ‘키즈 앤 컴파니’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도교육의 틀 속에 아이를 가두는 것 같아서 맘에 들지 않아했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 아리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제도권 교육의 훈련을 받아야 하는 모든 아기들이 가엾다는 생각이다. 돈이 없어서 못가는 아기들도 많다.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는 것에 대한 부모들의 비애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아기들 입장에선 그 아기들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도 했다. 집안에서 맘대로 뛰어놀고, 응석받이도 하고, 떼도 쓰고, 다치기도 하고, 잠도 실컷 자고, 시간 제약이나 룰 제약 없이 마음대로 보낼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에서다. 그것이 아기들의 자유이며 권리다. 특권이다. 그런데 아기들이 그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박탈 당하는 것이다.

 

아리가 어렸을 때, 한 살이나 세 살 때, 할머니와 줄곧 함께 보내온 시간에는 아리의 행동이 매우 활발했고, 먹는 것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아리가 한 살 때 할머니가 한국에 가서 3개월 있다 왔을 때 대뜸 아리의 식습관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밥이며 야채를 잘 먹었다. 심지어 깻잎이며 상추잎에 싸주는 족발까지도 잘도 받아먹었다. 약간 덜 맵게는 했지만 김치 깍두기도 잘 먹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없는 3개월 사이에 토스트와 우유 등, 서양식 식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에도 물론 서양식 음식도 병행했지만 한국식도 잘 먹었다는 의미다. 행동은 물론 달라진 것이 있었지만 그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내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아리 방, 화장실, 옷장 등 아래층을 뒤진 끝에,  

창고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그럼 그렇지 요녀석!

아리는 얼른 뒤로 뭔가를 감춤니다.

 

 

 

출근해야하는 엄마아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좀 더 간편식을 택해야 하고, 엄마가 익숙한 서양식을 주로 취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식성이 바뀐 뒤로는 지금까지도 고치려고 노력을 하지만 그때의 입맛이 제대로 찾아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아리가 세 살 때 또 3개월간 한국에 갔다 왔더니 이번엔 식성만이 아니라 행동도 달라진 것을 느꼈다. 행동이라고 해야 엄마아빠가 한다고 해서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철저한 보호와 룰에 의해 길들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점에 대해선 할머니가 불만을 표하기도 했었다. 좀 늦잠도 자고, 음식을 먹을 때도 식탁에서 좀 벗어나기도 하고, 꼭 저 스스로 옷을 입지 않겠다고 떼도 좀 쓰고, 꼭 혼자 재워야할까 하는 것 등이다. 엄마아빠는 아직 아이 기르는 초보생이기도 하고, 현대식 교육방법을 믿는 현대인들이다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이를 좀 흐트러지게 키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좀 늦게라고 아이가 원하면 젖도 가끔 먹이고, 대여섯 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아빠랑 함께 잠도 자고…

그럴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좀 모험적으로 키워야 아이에게 창의력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나이에 아이의 뇌를 충분히 발달시키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해서 아리가 나이 먹기 전에 뭐든 경험하게 하고 싶어 초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엄마아빠(특히 아빠는 서양식 교육으로 자란 사람이기 때문) 는 ‘다른 아이들은 7시부터 잔다는데, 다른 아이들은 이미 딴 방에서 잔다는데’ 하면서 할머니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그때마다 할머닌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아무 말도 않고 그저 견디기만 했다. 괜찮다는 말도 아꼈다. 그게 자식과 손자의 차이다. 부모와 조부모와의 차이이기도 하다. 옛날 같으면 부모 앞에선 자식을 야단치는 일도, 예뻐하는 일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옛날 얘기해서 무엇하랴만.

 

 

 

 

할머니가 의자에서 내려오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위험하잖아요.

그러자 아리는 등 뒤에 뭔가를 감춘 채 이렇게 애교를 부립니다. 

 

 

 

 

그때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리는 할머니와 함께 자고, 밤 10시경까지 안자고 아침에 8시가 넘어서야 일어나는 습관이었다. 그 점에 대해선 할머니도 못마땅했지만 아이의 자식은 엄마아빠이기 때문에 할머니는 견뎌야했다. 이것이 할머니의 어려움이었다.

보이지 않게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엄마아빠의 의견을 좆을 수밖에 없었지만 가능한 한 할머니는 은근슬쩍 할머니 식이었다. 그러면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당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도 아리는 할머니와 함께 잔다. 또 좀 늦은 나이까지

 

그거야 어떻튼,

아리의 데이케어문제를 많이 생각했었다. 결론은 아리를 데이케어에 가지 않고, 킨더가든에 가는 것만 하기로. 그리고 도리의 데이케어는 엄마의 휴가기간이 끝나는 금년 11월경에 갈 수 있도록, 집 근처에 가까운 곳으로 하기로.

지금의 할머니 생각은 첫째가 아리의 교육상의 이유이고, 두 번째가 경제적인 도움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다 돌보고 싶지만 힘이 부족해서 그럴 수 없다. 그러니 한 명의 데이케어비용은 너희들이 감당하렴.”

할머니 마음은 둘 다 돌보고 싶은 심정 굴뚝같지만 첫 째 할머니의 체력이 따르지 않고, 둘째는 시간이 너무나 없어서다.

엄마아빠야 어떻게 생각하든, 할머니의 생각을 말했다.

 

 

 

 

결국 할머니 앞에 초컬릿 통을 내놓았습니다.

"할머니, 아리, 화이트 온리 두 개, 앤 블루 두 개"

화이트와 불루로 두개씩만 먹겠다고 미리 변명을 시작했습니다.

 

 

 

 

아리의 킨더가든은 무료이므로 걱정이 안 되지만 도리의 데이케어비용은 월 2천 달러이니까.

 

그런데 엄마는 엄마대로 고민이 있다. 아리의 교육상의 문제는 할머니의 맞춤교육이 훨씬 좋다는 걸 알고, 믿고 있지만, 할 일 많은 할머니의 시간을 뺏는 것과 할머니의 체력이 걱정이 돼서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이었다.

“엄마, 다시 생각해보세요. 엄마 맘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엄마의 시간은 아리가 킨더가든에 가는 시간과 끝나는 사이의 시간인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뿐이예요. 왜 사서 고생하려고 하세요? 이메일을 쓰긴 했는데 가슴이 떨려요. 그러니 다시 생각해보고 결정하기로 해요. 돈 드는 거야 부담되어도 들 돈은 들어야지요. 그러니 엄마, 다시 생각해보고, 그때 결정하기로 해요. 그리고 나서 보내든 말든 할 거예요. 엄마가 더 중요하고, 엄마의 인생이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 엄마도 많이 갈등하고 많이 힘들 거라는 것 알아. 걱정이야. 하지만 아리 도리를 돌보는 일도 내가 할머니로서 해야 할 일이고,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도 중요하고. 또 보람이기도 해. 그러니 걱정마라. 단, 내가 하는 방법이 최선의 교육방법이 될지 안 될지, 넌 맞춤교육이라고 했는데, 그건 나중에 결론이 날 일이지만 그 결론마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보장할 수 없는 일이니 그것만은 알아두렴.”

 

 

 

 

어디서 꺼냈느냐고 물었습니다.

초컬릿 통이 있던 자리를 가리켰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말 할머니가 화가 난것인지를 살피고 있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린 결론. 아리가 데이케어를 3월까지만 다니기로. 그렇게 결정하고 메일을 써놓고도 엄마는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다시 생각해보고 하자고 최종결론을 내리자고 하면서 마지막 데드라인을 오후 늦게로 다시 한 번 늦추었다.

3월에는 하와이대학에서 열리는 엄마의 학회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2주간의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4월부터 안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엄마와 할머니와 도리가 엄마의 세미나 기간에 맞춰서 26일 하와이로 먼저 떠나고, 4월 1일에 아빠와 도리가 하와이행. 합류. 1주일간 본격적인 하와이 여행. 그 기간 동안을 몬트리올의 따따쟌이 와서 아리를 돌봐주겠다고 했다. 따따쟌도 며칠 전에 자진해서 도와주겠다고 전화를 해 왔었는데 그땐 아빠가 거절했다가 그 후 생각해보니 따따 쟌이 서운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서, 다시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다. 따따 쟌이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잘 해주는데 예의 차린다고 너무나 깍듯해도 살벌한 법, 그러니까 마음 섭섭잖게 적당히 도움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아리 데이케어는 3월로 끝!

 

 

 

 

약속한 양만 먹겠다고 강조하는 아리에게

엄마랑 할머니와도 함께 먹자고 제안했습니다.

혼자서만 먹는 버릇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하여 늘 그렇게 합니다.

제한하는 식품을 먹을 때마다 그런식으로 해서

아리가 먹는 양도 줄이는 방법이랍니다.

그 협상이 곧 용서라는 것을 아리는 압니다.

그제야 의자위를 내려옵니다.

 

 

 

 

홀가분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어깨가 무거운 것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부터 할머니 스스로, 할머니 더 파이팅!

 

아리가 데이케어에 가지 않아도 어차피 하루 한 번씩 휴론스쿨의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는 마찬가지다. 시간이 달라졌을 뿐이다. 12시 30분~3시까지니까 오전 11시 경에 집을 나서고, 오후 3시에 데려오는 것이다.

엄마말대로 정말 할머니의 시간을 12시 30분에서 3시사이의 2시간 반 뿐이다.

할머니, 할 일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할머니가 걱정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갈등이고 충분히 고민이고 아까운 시간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손자를 기르는 것도 내 삶의, 내가 이룩하려고 하는 가정의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