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90-라스트 어웨이크?

천마리학 2011. 3. 25. 10:46

 

 

 

*2011년 3월 1일(화)-라스트 어웨이크?

 

 

 

 

“라스트 어웨이크!”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리가 말했다.

“?”

할머니는 어리둥절. 항상 아리가 영어로 말할 땐 의미전달이 잘 안 되는 할머니의 영어실력 때문이다.

“라스트 어웨이크? 마지막으로 일어났다고?”

끄덕끄덕.

할머닌 무슨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래층에서 아빠가 출근준비로 딸깍거리는 소리를 듣고 내려간 아리가 잠시 후, 시무룩해져서 눈물 흘리며 올라와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할머니 곁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했다. 이상하다 싶었지. 평소와 같이 아빠가 회사 가는 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 아니어서말야. 떼쓰는 기척도 없이 조용히 올라왔으니.

알고 보니, 오늘이 데이케어 가는 마지막 날이라고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빠가 아니라고 하니까 그게 속상해서 우는 것이었다. 세상에!

 

 

 

 

눈이 내린 아침입니다.

오던 봄이 뒷걸음치는 모양입니다.

아리는 즐겁습니다.

"퍼얼펄 눈이 내리네..." 

할머니가 한국말로 노래하면 아리가 다음구절을 서툴게 잇습니다.

"하늘에서 똑가루우 자아구 자아구 내려옴다아~" 

 

 

 

 

요즘 기분이 명랑해져서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다고, 어쩌면 데이케어에 계속 다니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데이케어에 다니는 일이 아리에겐 여전히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다.

아리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거기 걸린 캘린더로 설명을 다 해주었다. 3월 한 달은 다니고 4월부터는 휴론 스쿨만 다니는데 여전히 할머니가 데려다 주고 데려올 거다. 그리고 3월 말에는 엄마와 도리와 할머니가 먼저 하와이로 떠나고 일주일 후에 아리와 아빠가 하와이로 와서 함께 하와이 구경을 할 거다. 볼케이노, 스노쿨링… 그리고 그동안 따따 쟌이 와서 아리를 돌봐줄 거다.

그렇게 해서 아리의 기분이 풀어졌다.

 

저녁 때 아리를 픽업할 때였어. 아리가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크리스티나 선생님이 퇴근 준비를 하러 왔었지.

“오우, 아리. 아 유 리빙?”

거듭 말하면서 할머니를 바라봤어. 아리가 이달까지만 데이케어에 다니다는 걸 이제야 알았나봐. 그만두느냐고, 할머니에게 거듭 말하는 거야.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왜 그러냐고 묻더구나.

“I don`t like here!” 하고 말했더니 으아해 하는 눈길로,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빤히 바라보는 거야. 할머닌 굳이 아리가 싫어해서 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다시 분명하게 말했지.

“I don`t like here. I don`t like this Daycare!"

할머니가 싫어서 그만둔다는 것을 강조했지. 그랬더니 크리스티나는 입을 다물어버리더구나.

 

 

 

 

혀 위에 눈이 떨어지기를 기다립니다.

저러다 눈이 혀 위에 앉으면 신기해서 소리칩니다.

"할머니! 할머니! 눈! 눈! 히어, 눈!.... "

 

 

 

 

 

 

“울지마!”

데이케어에서 나와 카페를 통과하는데 아리가 또 큰소리로 불렀다.

“안냐세요?”

‘울지마’ 아줌마가 서툰 한국말로 대답하면서 아리를 오라고 했다. 다른 손님들이 바라보며 귀엽다고 하면서 웃었다. 아리는 이미 또 뭔가를 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갔다. 사실 아리가 아무에게나 음식을 받아먹는 습관이 들까봐서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필요이상으로 살벌해질 수는 없다는 게 할머니의 생각이다. 그래서 ‘울지마’ 아줌마와의 교제는 막지 않는다. 오히려 큰 소리로 부르면 자신에게 좋은 일이 있고 어른들이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다.

‘울지마’ 아줌마가 큰 컵에 우유 한잔을 주었다. 우유 컵을 들고 소파로 가는데, ‘울지마’아줌마가 컵 뚜껑을 가져다주었다. 지난번에 엎지른 일을 기억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컵 뚜껑을 닫아주고 있는데 ‘울지마’ 아줌마가 이번엔 빨대를 또 가지고 와서 주고 갔다.

“고맙십니다!”

돌아올 때 아리가 큰소리로 말하면 울지마 아줌마는 어김없이

“천만에요.”하고 우리에게 배운 말로 대답하곤 한다.

손님들이 있는데도 신경써주는 아줌마가 고맙다.

사람사이의 이런 따뜻함을 아리가 느끼고 배우는 것이 좋다.

 

 

 

 

"우 하하하하..."

아리가 소리칩니다.

눈이 눈에 들어갔습니다.

얼굴에도 내려 앉았습니다.

"할머니! 누운! 누운무! 눈무울!"

눈에 눈에 들어가사 눈물이 눈물 속에 있다는 겁니다.

이런 복합의미를 가진 한국말을 아리는 매우 재미있어 합니다.

곧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엄마는 요즘, 3월 9일로 다가오는 도리의 백일 사진 찍기를 연습하느라고 바쁘다.

사진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디카로 찍기로 했기 때문이다. 도리의 백일에 맞춰서 할머니와 엄마도 그 안에 미장원에 다녀올 작정이다.

옷을 있는 대로 이것 저것 갈아입히고,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해가면서 찍는 엄마도 힘들지만 모델노릇을 하는 도리도 힘이 들 것이다.

도리가 얼마나 통통한지 벗겨놓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할머니와 엄마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잖아도 가끔 할머니가 “도리 공주님, 몸매 관리를 좀 하셔야겠어요.”하고 농담을 하는데, 사진 속의 도리는 완전 오동통통이다.

“도리 공주님, 몸매관리 언제부터 시작하시겠어요?” 하면서 또 한 바탕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리가 이삼일 전부터 갑자기 저녁식사 시간 무렵이 되면 앙칼지게 운다.

그동안 잘 지냈었는데 왜 갑자기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저 달래느라고 모두가 힘들 뿐이다. 늘 하던 잠틋인데 심하다. 평소에는 도리가 그렇게 잠틋을 할 때면 힘든 엄마를 돕느라고 대신 할머니가 안고 어루면서 잠을 재우기도 하고 아빠가 맡기도 했다. 주로 할머니가 안고 다둑이면서 노래를 불러주면 잘 자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안 통한다. 악을 쓰듯, 떼를 쓰듯, 막무가내로 울어제쳐서 엄마를 힘들게 한다.

밤에도 자다 깨어 우는 소리가 할머니 방에서도 들린다. 안타깝다.

도리, 왜 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