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79-밸런타인 데이와 평가표 그리고 도리의 웃음.

천마리학 2011. 3. 12. 01:59

 

 

*2011년 2월 14일(월)-밸런타인 데이와 평가표 그리고 도리의 웃음.

 

 

  

오늘은 밸런타인 데이(Saint Valentine's Day). 한국에 있을 땐 별로 몰랐는데 여기 오니까 밸런타인 데이를 대대적으로 즐기는 걸 알았단다. 한국에선 너무나 상업적인 상술에 넘어가서 의미도 제대로 모르고 뜻도 없이 젊은이들에게 소비하는 풍조만 만들어낸 거 같아서였다.

원래 밸런타인 데이의 유래는 로마시대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젊은 남자들을 더 많이 군대에 보내기 위해서 결혼을 금지했는데, 로마 교회의 성 밸런타인 주교가 군인들의 군기 문란을 염려하여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배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날이 바로 2월 14일. 그래서 그날을 축일로 기념하게 된 것이라는데, 초컬릿을 보내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가 밸런타인 초컬릿 광고를 시작으로 밸런타인 데이에는 초컬릿 선물을 하는 것으로 이미지가 굳었고, 1960년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컬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여자들이 초컬릿을 좋아하는 남자에게 주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되었다는구나. 그런데 남자들도 좋아하는 여자에게 초컬릿이나 꽃다발을 좋아하는 여자에게 주며 사랑을 고백하지.

거리에서 선물상자와 꽃을 든 남자 여자들이 많이 눈에 띄더구나.

우리 아리도 나중에 커서 밸런타인 데이를 즐기겠지? 그때 할머니에게 꽃다발과 초컬릿을 줄까?^*^ 기대해봐야지 먼 훗날을^*^

휴런 학교의 미스 백스터(Ms. Baxter) 선생님도 아리에게 조그만 초컬릿 상자가 붙은 큐핏의 화살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주셨지.

 

 

 

 

발렌타인 데이의 선물준비.

크레용으로 그림에 색칠을 하고...

 

 

 

오늘 휴론 스쿨에서 아리의 평가표((JUNIOR KINDERGARTEN SUMMARY))를 아리를 통하여 보내어왔지. 그동안 1년간 다닌 아리의 발달상황을 평가한 셈이지.

크게 Interests and Strengths, Development and Learning, Planning for Further Learning(앞으로의 학교계획) 의 세 가지로 분류 되었어.

모두 정상적이지만 두어 가지 짚어보자면,

Interests and Strengths에서는 아리는 가끔 어른들의 지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규칙과 일상을 따라하는 일에 (At times, Ari needs adult support and guidance to follow classroom rules and routines.) ; 이부분에 대해서 우린 수긍해. 그리고 걱정하지 않아. 이미 아리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방식의 행동과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획일적으로 따라가는 학교방식과는 다르게 아리를 기르려고 할머닌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그럼 부분이 학교에선 그렇게 보이겠지. 게다가 아리는 영어만 쓰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한국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때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걱정 없어. 지금은 아리가 좀 고생스럽겠지만 이삼년만 지나면 좋아질 테니까.

 

 

 

서툰 가위질로 그린 그림을 오리고...

 

 

 

그리고 책에 관심이 많고 이야기나 시나 음악을 들려주면 (He shows an interest in books and is becoming more attentive when listening to stories, music and poetry.

우리 아리가 매우 감성적이라는 거지. 그렇고 말고. 이건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야.

Development and Learning 부분에서는 Ari often needs reminders to share materials and equipment and to settle disagreements peacefully by using words rather than physical means. 이 부분도 가능한 한 아리를 집에서 크게 제재하지 않으려고 하고, 거기다 할머니까지 있어서 좀 더 부드럽게, 응석도 때로는 받아주며 응석도 부릴 줄 알게 하려는 게 할머니의 의도란다. 또 하나, 할머닌 아리를 일부러 좀 거칠게 가르치는 편이지. 강하게 하려고. 물론 규칙이나 좋은 습관이나 버릇이 들게 하려는 것이야 기본이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보다 씩씩하게, 보다 강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어떻튼 우리 아리, 잘 하고 있어.

 

 

 

 

풀칠하여 붙이고... 드디어 예쁜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데이케어에서도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밸런타인 데이 선물과 카드들을 많이 받았지.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추워서 소비즈 안을 통과해서 오는데 꽃 진열대 앞을 지나 올 때였다. 아리는 꽃들을 보며 감탄하더니, 갑자기 꽃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밸런타인 데이에 할머니가 꽃은 주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또 받고 싶다는 것이다. 다음 주 월요일, 페밀리데이에 학교도 데이케어도 모두 쉬니까 그날 할머니가 꽃을 선물해주겠다고 했더니 좋아라하며 돌아오는 걸음이 빨라졌다. 녀석! 사내녀석이 꽃 받는 건 좋아하면서^*^

잠들 무렵에 아리가 아무래도 쉬 잠이 들지 않는 기색이더니 목이 마렵다고 했다. 물을 마시게 했더니 침대에서 물을 마시고 다시 올라와서도 여전히 뒤척였다. 이야기 해달라고 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엉뚱한 말을 했다.

“왠 유 곤, 아이 크라잉.”

 

 

이 선물을 엄마에게 바렌타인 선물로 드릴 겁니다.

 

 

 

뭔가 이상해서 ‘할머니가 갔을 때 아리가 울었다고?’ 했더니 끄덕인다. 할머니가 안가잖아. 했더니 지난 토요일에 모린 아저씨를 만나러 할머니 나갔을 때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제딴에는 몹시 서운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날, 일찍 왔잖아. 할머니가 오니까 아리가 기다리고 있어서 아주 기분이 좋았지. 쏜살같이 달려와 할머니를 빅 허그했잖아”

“얼웨이스 아이 원트 유.”

“할머니도 그래. 할머닌 아리 곁은 언제나 안 떠날 거야. 알았지?”

그러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지 이야기 해달라고 한다. 8시 반경이다. 다른 날 보다 좀 일찍 재우려고 시도한 건데, 빅 배드울프 한 토막이 끝난 다음에 아리가 다시 뭔가 할 얘기가 있는 듯, 눈이 초롱초롱, 잠이 멀리 있었다.

“아이 해브어 씨크릿.”하더니 갑자기 할머니 귀에 대고 소근 댄다.

짚이는 게 있어서 모른 척 그냥 넘기려고 했더니 반복했다.

“할머니, 아리, 헝그리!” 발음을 조금 뭉뚱그렸다.

“뭐라고? 아리 엉터리라고?”

 

 

 

 

엄마가 좋아하시겠지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하하하...

 

 

 

“노우, 아리 헝 그 리!”

“아리, 해 밀 컨이라고?”

“노우, 아리 헝 그 리!”

“아하, 헝그리? 배고프다고?”

그제야 밝아진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뭔가를 먹는 습관을 고쳐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는다. 강한 강요는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되기로 유도하는데 어제 저녁엔 안 먹고 잤었다.

결국 내려가서 식빵을 토스트 해서 넛델라를 발랐다. 넛델라도 당분이 너무 많아서 될 수 있는 대로 피넛버터를 먹도록 유도하지만 아리는 영 듣지 않는다.

최근에 아리는 아침과 저녁밤참으로 베이글만을 좋아했는데 며칠 전부터 우리집에서 베이글이 사라졌다. 베이글에 버터가 많이 들어가므로 할머니가 아빠에게 베이글을 사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두 장을 마주 붙인 것을 삼분의 일 정도 먹고 우유한 잔 마시더니 올라가자고 했다.

또 다시 이야기를 청하면서 할머니의 손을 끌어다 제 배에 대고 문지르라고 한다. 아리는 언제나 그런다. 아리가 잠 들 때 할머니는 아리의 배나 등이나 가슴을 마사지해주기 때문에 습관이 되었다. 때로는 힘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리가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으니 좋다.

 

 

 

 

한쪽 양말을 벗어젖힌 도리. 무엇이 그리 재미있을까요?

 

 

 

도리는 옹알이가 상당히 늘었다. 가끔 아악아~ 하고 큰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낮 동안은 주로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만 사이사이 할머니가 안아주기도 하고 재우기도 하고 놀아주기도 한다.

도리야! 하고 들여다보면 이내 알아보고 말대꾸하듯 제법 길게 옹알이로 주고받는다. 때로는 팔다리를, 때로는 온몸을 뒤틀기까지 하며 웃고, 손짓이나 물건을 따라 눈동자가 계속 돌아간다.

양 어깨와 가슴 쓸어주기. 양다리를 곧게 펴도록 만져주고 당기고 흔들어준다. 양손을 잡고 ‘나비야 나비야~’나 ‘도리야, 도리야~’를 부르며 도리 에어로빅을 시킨다.

 

 

 

 

 

두 발 다 벗었습니다. 정말 웃으워서 못견디겠습니다.

할머니가 발바닥을 간지르시거든요.

 

 

 

 

또 똑딱 똑딱 하고 반복적으로 혀 소리를 박자 맞춰 해주고, ‘도리 도리 도리야~’하고 약간 낮은 톤으로 일정한 음률의 노래를 반복한다. 아리는 할머니의 노래를 분명하게 알아듣는다.

잠틋으로 보채다가도 안고 노래를 불러주면 울음을 그치고 올려다보며 평정을 찾기도 한다.

어떻튼 도리는 잘 웃는다. 크게 웃는다. 소리 내어 웃는다.

특히 할머니와 대화할 때 제법 모션이 크고 웃음도 크고 소리도 크다. 정말 알아듣고 알아본다.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이 분명하다.

“도리야, 할머니야, 아, 할머니가 반갑다고? 할머니도 반가워.”

“그래,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알지. 할머닌 도리 이야길 다 알아듣거든 그러니까 이야기 해보렴.”

“그렇지 그렇지, 도리 말이 맞구나. 할머니도 그렇게 생각해. 아유, 도리가 할머니하고 놀고 싶어서 기다렸다고?”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아리가 옹알이로 반응을 보이는데 목소리가 조금 커지기도 했고, 몸짓과 표정을 섞기도 하고, 할머니를 빤히 응시한 다음 활짝 웃으며 옹알이로 대꾸하기도 한다.

“아아아~”

“으긍 으긍 그긍~”

이것이 도리의 의사표현이다.

 

 

 

 

엄마와 할머닌 아직 어린 저를 운동시키느라고 야단들이시라니까요.

다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겠죠!

 

 

 

 

양 손을 잡고 일으켜 앉힐 때 이제는 목의 힘이 빳빳하게 굳어졌다.

또 오늘은 할머니가 도리의 주먹근처에 손가락을 세워 좌우로 움직여주어 그것을 잡도록 유도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옹알이를 하면서 눈여겨보고 손과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두어 번 잡기도 했다.

반대로 아리는 가끔 할머니가 도리를 어르며 놀아주고 있으면 재빨리 와서 끌고 가며 자기 옆에 있으라고 한다. 그럴 땐 아리를 위주로 대해준다.

그래서 도리를 돌볼 때면 으레히 아리를 끼어서 하거나 아리 이야기를 도리에게 들려주어가면서 한다.

“도리야, 오빠도 도리가 보고 싶었대. 아, 도리도 아리오빠가 보고 싶다고? 그래서 기다렸다고?”

그러면 아리가 다가와서 도리의 손을 잡거나 뺨을 만지기도 한다.

“도리야, 아리오빠가 얼마나 착한쟁인지 너 모르지. 할머닌 아리오빠를 많이많이 사랑한단다. 하늘만큼 땅만큼. 물론 도리도 사랑하지.”

도리 때문에 아리가 상처받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