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76-사라진 아리의 속바지

천마리학 2011. 3. 10. 04:00

 

 

 

*2011년 2월 11일(금)-사라진 아리의 속바지.

 

 

 

오늘 아침에 데이케어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해간 플라스틱 주머니를 아리에게 보이고 백팩에 넣어주면서 ‘휴론학교에 가서 꼭 속바지를 담아오라’고 일렀다. 아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미심쩍었다.

 

어제 저녁때 아리를 픽업하러 데이케어에 도착하자마자 크리스티나 선생님이 할머니에게 아리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고 귀띰해 준다. 데이케어에서는 그런 일이 없고, 휴론학교에서 그런 모양이라고. 내일 알아보겠다고.

어제는 특별히 날씨가 추워서 속내복바지를 두 겹으로 입혀 보냈었다. 그런데 정말 속바지가 없이 그냥 청바지만 입고 있었다.

 

 

 

 

 

 

 

그런데 아리가 이상하다. 묻기도 전에 말하는데,

알렉산더와 카밀라가 벗으라고 해서 화장실에서 속바지를 벗었다고 했다. 리오와 알렉산더가 아리와 카밀라를 때렸다고도 했다. 데이케어에서 그랬다고 했다. 학교에서 그런 게 아니냐고 거듭 물었더니 완강하게 아니라고 한다. 선생님들이 아무 말도 없었느냐고 했더니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리의 말이 이상했다. 횡설수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티나 선생님이 분명 데이케어에선 아무 일도 없다고 했는데 아리는 데이케어에서라고 제법 완강하게 답한다. 어디다 두었느냐고 물었더니 잘 모른다고 했다. 알렉산더나 리오가 아리보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때렸다는 것도 이상하다. 평소에 아리와 다들 사이가 아주 좋은 친구들이다. 정연하게 말한들 네 살박이 아리의 말을 100% 믿을 수도 없다. 아리 녀석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대충 짐작이 되긴 하지만 한편으론 벌서 왕따 같은 일이 있나? 하는 것과 혹시 아이들이 성기(性器)를 가지고 호기심으로 장난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아무튼 이상하단 생각은 했지만 어린 아리가 말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상황을 봐서 내일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마무리 했다. 그러잖아도 깐깐한 도나 선생님에게 말거리 제공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저녁 때 픽업하러 가자마자 옷을 갈아입는 백팩을 미리 검사해서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하고 아리에게 휴론학교에서 어제 벗어놓은 속바지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가로 저었다.

왜 안 가져왔느냐고 해도 그저 건성으로 고개를 저을 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한 것 같다. 그래도 속바지를 가져오긴 해야 할 텐데, 안

가져 온 걸 보면 정말 아리 말대로 없거나 아니면 아리가 신경 쓰지 않고 잊어버려서일 것이다.

 

 

 

 

 

 

 

 

만약 선생님들이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무슨 말인가가 있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아리 역시 자신이 어디다 뒀는지 모르고 있는 눈치다. 교실 어디엔가 벗어놓았으면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의 눈에 띄어서 그 일이 드러났을 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아리 혼자서 저지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청소하는 사람의 눈에라도 옷이 눈에 띄었을 텐데 하는 것이 의심스럽긴 하다. 그렇다고 드러내서 처리하기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단 생각이 든다. 속바지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리에게 괜스레 문제 있는 것처럼 지적받거나 해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좀 더 두고 관망해보기로 했다.

어떻튼 속바지 2개는 없어졌고, 다만 아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가 궁금하고 걱정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