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73-세배와 윷놀이 그리고 봉쥬 메자미 봉쥬!

천마리학 2011. 3. 5. 05:55

 

 

 

*2011년 2월 6일(일)-세배와 윷놀이 그리고 봉쥬 메자미 봉쥬!

 

 

 

어제는 시간이 없어서 못한 설날 행사를 오늘 했다.

식구 모두가 한복으로 갈아입고 세배를 하게 했다. 음식도 함께 먹으며 윷놀이도 함께 했다.

세배를 한 아리에게 주머니에 5센트짜리 동전을 다섯 개 주었다. 아빠와 엄마는 아리의 TTC 티켓을 주었다. 그저 즐겁기만 아리, 아리가 세배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엄마아빠가 느끼는 행복을 할머니도 느낀다.

윷놀이를 삼판양승으로 했다. 할머니와 아리가 한 편이 되고, 엄마와 아빠가 한편. 그런데 첫판에서는 우리 편이 이겼지만 두 번 째 판에서는 우리 편이 졌다. 아리가 토라져서 식탁 밑으로 가더니 소리 내어 울었다. 달래고 설명하며… 힘들다. 세 번 째 판에서는 다행히 우리 편이 이겨서 아리가 웃었다. 어쨌거나 어린 아리에게 예의를 가르치는 일은 어렵다.

 

 

 

 

 

 

 

오후, 아빠가 버쿰 청소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아리의 내의바지를 기웠다. 바지마다 오른쪽 무릎이 먼저 떨어지는 것을 보면 오른쪽 다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청바지도 기워 입히고 내의도 기워 입혔다. 할머니가 워낙 그렇게 해버리니까 엄마아빠도 거부를 못한다. 요즘 생각에 굳이 기워 입히기까지 하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할머니 생각은 다르다. 물건을 아끼는 것도 가르쳐야 하고, 기워 입는 것도 배워야한다.

아리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아리, 도리, 엄마, 아빠, 할머니.

서툴게 그림 그리듯, 지렁이 기듯 쓴 것을 벽에 붙이기 좋아하는 아리. 할머니의 탓이다. 그런데 엄마가 질색이다. 벽에 붙이면 페인트가 떨어진다, 벽에 붙이면 지워지지 않는다, 바닥의 양탄자에 그려도 지워지지 않는다 등등. 이건 엄마와 할머니가 늘 대립되는 부분이다. 어찌 아이를 그런 식으로 기를 수 있을까. 엄마의 지나친 깔끔병이 할머닌 불만이다. 할머니의 불만이 아니라 어린 것들을 그렇게 키워내는 것이 싫어서다.

 

 

 

 

 

할 수 없이 할머니 옷장의 커다란 유리면에 붙이게 했다. 과연 얼마나 지켜질지 모르지만….

저녁식사 시간에 엄마가 저기압이다.

아리가 엄마를 싫다고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가끔 그러긴 하지만 오늘 따라 유난히 더 강하게 ‘아이 던 라이크 엄마 앤 아빠!’다.

‘아이 라이크 온리 저스트 할머니!’ 아리가 그럴수록 은근히 할머니가 더 눈치보인다. 엄마 마음을 이해하긴 하지만…

그런 저녁 식사 분위기 속에 우연찮게 할머니와 아리가 ‘봉쥬 메자미 봉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그 노래를 잘 모른다고 했더니 아리가 의기양양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봉쥬 메자미 봉쥬, 봉쥬 메자미 봉쥬, 봉쥬 메자미 봉쥬 메자미 봉쥬, 봉쥬 봉쥬 봉쥬우~]

 

 

 

 

 

이어서 영어로,

[헬로우 프렌드 헬로우, 헬로우 프렌드 헬로우, 헬로우 프렌드 헬로우 프렌드 헬로우, 헬로우, 헬로우, 헬로우~]

이어서 스페인어로

[올라밍고,]

“아밍고가 아니라 아미고야.”

엄마가 말했다.

“맞아. 엄마 말이 맞아. 스페인어로 친구가 ‘아미고’야. ‘아디오스 아미고, 아디오스 아미고~’하는 노래가 있거든. 할머니도 그 노래 즐겨 불렀지. 그러니까 올라 아미고야.”

그랬더니 아리가 계속 고치지 않고 제 방식 그대로 다시 한 번 스페인어로 불렀다.

 

이어서 중국말로,

그래서 할머니가 다음은 한국말로, 했더니 ‘몰라요.’했다.

재빨리 할머니가 한국말로 불렀다. 그랬더니 아리도 금방 한국말로 불렀다.

[안녕 친구여 안녕, 안녕 친구여 안녕, 안녕 친구여 안녕 친구여 안녕, 안녕, 안녕, 안녀엉~]

그래도 노래하는 사이에 엄마의 기분도 풀려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