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74-2월7일,도리 예방주사 접종

천마리학 2011. 3. 6. 22:38

 

 

 

*2011년 2월 7일(월)-도리 예방주사 접종

 

 

 

새벽 6시 조금 전에 잠을 깬 할머니는 살며시 일어나서 화장실로 갔다. 맨손체조의 기본동작과 스트레칭을 하고나니 6시 30분,

변기 위에 <1Q84>를 올려놓고 목욕의자에 앉아서 읽기 시작했다. 이게 요즘 할머니의 독서 방법이다.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으니 아리가 자는 틈에 조금 먼저 일어나서 화장실에서 시작되는 할머니의 하루! 다른 사람이 들으면 웃을 것이지만, 할머니는 유일하게 이 시간이 할머니의 시간이다.

이른 새벽, 화장실에서의 가질 수 있는 한 두 시간, 그 짧은 새벽 시간이 유일하게 할머니의 시간이라니, 사람들은 선듯 이해가 안 갈 일이다. 또 변기의 뚜껑 위에 책을 펼쳐놓고 목욕의자를 깔고 앉아 독서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모두가 웃을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할머니의 실제 상황이다.^*^

 

 

 

 

 

 

 

한 시간 쯤, 갑자기 재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조끼를 가져다 걸쳤지만 계속해서 재채기가 멈추지 않았다. 계속 책을 읽고 있는데, 7시 40분경, 발자국 소리가 나고 화장실 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눈을 비비며 아리가 들어왔다.

“오우, 우리 아리, 일어났어?”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에게 안긴다. 아리도 할머니의 화장실 시간에 익숙하고 이해한다.

“다시 가서 잘까?”

아리가 끄덕였다.

변기 위에 책을 읽던 페이지 그대로 펼쳐진 채로 놓고 그 위에 돋보기를 올려놓고 방으로 가서 침대에 다시 누웠다.

“할머니, 얘기.”

“그래, 어제 밤에 아리가 일찍 잠이 들어서 못 들은 부분부터 다시 해줄게.”

아리가 끄덕이며 할머니에게 바싹 다가 눕는다.

 

 

 

 

 

 

“호랑이 할아버지가 어슬렁거려도 산에는 아무 동물들이 없는 거야. 이상하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아하, 내가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듣고 모두들 숨어버린 모양이구나. 배가 고픈데 어떻게 하지? 좋아. 얘들아 나와라. 놀자. 안 잡아먹을 게, 모두 나와서 나랑 놀자아!. 그렇지만 아무도 안 나오는 거야. 오히려 동물들이 호랑이 할아버지 소리를 듣고 더욱 깊이 숨어버리는 거야. 이크, 호랑이 할아버지다, 안 잡아먹는다는 건 거짓말이야, 하고 여우는 여우굴로, 토끼는 토끼집으로, 다람쥐는 나무 위에 있는 다람쥐 집으로, 사슴은 바위 뒤의 수풀 속으로, 그렇게 모두모두 숨어버린 거야. 호랑이 할아버지가 생각했지. 할 수 없지. 그럼 어떻게 할까? 좋아. 마을로 내려가야지. 거기 가면 틀림없이 불을 켜고 있는 집도 있을 거고, 울고 있는 아이도 있을 거야. 또 ‘아이 던 라이크 잇’하며 짜증내는 아이도 있을 거야. 그런 아이를 잡아먹어야지, 하고 어슬렁 어슬렁 마을로 내려왔어요. 그런데, 마을에 불을 켠 집이 한 집도 없는 거예요. 어? 모두들 불을 끄고 자잖아.”

아리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안심하는 표정이다.

 

 

 

아리가 어느 동그라미 속에  있을까?

 

 

 

 

“그럼 이웃마을로 가봐야지. 거긴 불을 켠 집도 있을 거고, 우는 아이도 있을 거야. 짜증내는 아이도 있을 거야. 그렇겠지?”

아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 마을에도 모두 캄캄하고 조용한 거야. 어? 이상하다? 하고 자세히 훓어봤더니 오, 저기 한 집에 불빛이 보이는 거야.”

아리의 눈이 빤짝인다.

“가까이 가봐야지, 하고 불을 켜놓은 집으로 가까이 갔더니 안에서 잉잉잉 하고 아이 우는 소리가 나는 거야. 그럼 그렇지. 우는 저 아이를 잡아먹어야겠구나, 하고 호랑이가 생각하며 좋아하고 있는데, 할머니 소리가 들리는 거야. 얘야, 울지마라, 울면 안돼. 그래도 아이는 잉잉잉 우는 거야. 할머니가 다시, 네가 울면 우는 소리를 듣고 저 산에서 호랑이가 온단다. 그러니까 울지 말아라 했지. 응? 할머니는 벌써 내가 온 것을 알잖아, 아마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치겠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울 테니까. 난 산중에서 가장 무서운 호랑이 대왕이잖아. 그런데 아이가 계속 우는 거야. 아니, 왜 울음을 그치지 않지? 저 아이는 내가 안 무서운가? 하고 호랑이가 생각했지. 그때 할머니 소리가 들렸어. 얘야. 울지 마라. 여기 김밥! 하니까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치는 거야.”

 

 

 

아하, 여기 있구나!

어! 코가 납작해졌어! ^*^

 

 

 

 

그때 아리가 거든다.

“앤 캔디. 할머니.”

어제저녁엔 ‘김밥과 캔디’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 그렇지. 맞아. 김밥 그리고 캔디? 호랑이 할아버지는 생각했지. 김밥과 캔디, 그게 뭐지? 그게 나보다 더 무서운 건가봐. 아이가 울음을 그치는 것을 보니. 그럼 김밥. 나보다 더 무서운 거잖아, 하고 호랑이가 생각하고 있었어. 그럴까?”

“노우! 잇 져스트 잇”

아리가 웃으며 대답한다.

“맞아, 그런데 호랑이는 김밥과 캔디가 먹는 것이라는 걸 모르고 자기보다 무서운 거라고 생각한 거야. 이크. 안 되겠다. 김밥과 캔디가 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니까 어쩌면 나를 잡으러 올지도 모르잖아. 도망가야겠다. 빨리. 빨리 도망가자 하고 호랑이가 산으로 도망을 갔어요.

“노우~”

아리가 웃음을 터트린다.

 

 

 

 

할머니랑 함께 그림그리기

 

 

 

 

끊임없이 들려주는 할머니의 이야기. 그래서 할머니는 이야기 공장.^*^

할머니가 아침 식탁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리가 갑자기 할머니! 하고 소리치더니 손가락으로 발코니 쪽 바깥을 가리켰다.

아침부터 눈이 펑펑, 다른 날과 달리 바람도 없이 평화롭게. 건물 사이로 보이는 <글로브 앤 메일>(The Glove and Mail. -Canada National News Paper;전국지) 신문사의 깃봉들에 매달린 깃발들은 펄럭이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ㅁ 자형 콘도 건물배치 때문에 발코니에서 보이는 공간은 바람이 없는 모양이다.

“와, 눈이 오는구나. 눈 노래 어떻게 하지?”

소파 위로 올라가 밖을 바라보던 아리가 고개를 젓는다.

“퍼엉 펑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아리가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웅얼웅얼 따라하는 흉내를 내듯 한다.

 

 

 

 

'장난꾸러기'라고 써있는 아리의 얼굴.

 

 

 

오늘은 도리가 페밀리 닥터에 가는 날이어서 아침에 아빠가 회사에 가지 않았다. 엄마도 함께. 출산 후, 도리 돌보는 일이 힘들어선지 손가락관절이 아프기 때문이다. 수유중이라서 약도 쓸 수가 없다.

엄마노릇이란 그렇게 힘든 일이란다.

페밀리 닥터에 가는 길에 아리를 데이케어에 데려다 주기로 하고 모두 함께 집을 나섰다. 나간 김에 현미찹쌀과 고구마, 파를 사오라고 당부했다.

할머니가 모처럼 집에 있었지만 이것저것, 분주했다.

할머니가 설거지를 하고, 대충 집안을 치우고 나서, 아리 옷의 단추를 달고, 영어 스크랩한 조화유의 영어공부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수실아저씨의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도리가 힘들어!

 

 

 

 

어느 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엄마아빠가 밖에 나간 김에 점심을 먹고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었을 때 할머니는 감기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서 커피를 두잔째 마시고 났을 때 엄마아빠가 할머니 몫으로 생선회를 가지고 돌아왔더구나.

그걸 엄마아빠와 나누어 먹으며 영화 <셜록 홈즈>를 봤지.

잔인한 장면들 때문에 아리가 있을 땐 못 본거니까,^*^

할머닌 줄곧 감기 때문에 불편해.

도리는 두 대의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조금 울었대.

다리 양쪽 허벅다리에 주사 맞은 자리에 벤드를 붙이고 돌아왔어.

 

 

 

도리에게 걸터앉기를 시키는 엄마.

 

 

 

오늘의 예방주사는 출생 2 개 월 경에 맞는 것으로,

Diphteria 디프테리아

Tetanus 파상풍

Pertussis 백일해

Polio 소아마비 백신

Hib (Haemophilus influenzae type b 의 약자) 뇌수막염 백신, 등의 예방주사야.

아리도 똑같이 생후 2달 만에 맞았었지.

몸이 부대끼는지 가끔 울긴 했지만 그래도 할머니가 들여다보며 얼려주면 방실방실 웃는 건 여전했단다.

저녁때 아리를 픽업하는 일도 오늘은 아빠가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