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72-코리아 킨더가든의 설날잔치

천마리학 2011. 3. 5. 05:47

 

 

 

*2011년 2월 5일(토)-코리아 킨더가든의 설날잔치

 

 

 

오늘은 코리아 킨더 가든에서 설날 잔치를 한다고 음식을 마련해오라고 했다. 어제 할머니가 온종일 준비한 음식이 바로 설날 음식이다. 찬합에 보기 좋게 한 통 담았다. 마침 오늘은 아빠가 메이플 립 콘도의 일로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코리아 킨더 가든에는 할머니가 동행했다.

아침에 가는 길은 아빠 차로 가고 올 때는 할머니와 아리가 함께 TTC로 돌아오기로 했다.

코리아 킨더 가든의 수업에 잠시 참관해 보니, 우리 아리가 가장 어린 나이어서 이해가 많이 부족했다. 다른 아이들은 서툴게나마 한글을 아는데, 아리는 아직 한글도 모르고 말도 제대로 터득을 못하는 실정이니 공부시간이 재미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분발하여 우리 아리의 한국어 실력을 쌓아야겠다.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의 놀이시간.

 

 

 

 

 

세배도 가르치고 제기차기, 팽이 돌리기, 줄넘기였다.

물론 우리 아리는 모두 서툴지만 다른 아이들도 서툴렀다.

그런데 선생님의 교수방법이 매우 서툴러서 우려가 되었다.

 

세배하는 법을 가르치며 시범을 보일 때 왼손을 위에 얹고 했다. 왼손은 제사 때 하는 것이고 경사에는 오른 손이 위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지적할 생각도 있었지만 기분 나빠 할까봐서 참았다.

선생님,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어설피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특히 이민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엄마들이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는데, 음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밀가루가 더덕더덕, 튀긴지 오래 됐거나 여러 번 사용한 기름에 튀긴 것 같은 닭다리 튀김, 설탕과 버터가 잔뜩 들어간 쿠키, 쏘시지가 들어있는 김밥 등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음식이 주였다.

우리가 집에서 준비해간 음식은 비트와 호박과 감자를 이용하여 모두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맛 그대로 살렸고, 색상도 자연색으로 그대로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음식과는 달랐다. 그런데 아이들이 익숙하게 가져다 먹는 것이 닭다리와 쿠키였다.

음식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특별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고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여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하는 말이다.

돌아오는 길은 이슬링턴 서브웨이 스테이션에서 서브웨이를 타는 일부터 곳곳에 아리를 가르칠 일은 많다. 화살표 보는 법, 에스컬레이터 타는 법, 방향을 보는 법, 지하에 있는 스테이션에 들어가는 법 등. 아리는 이미 해오던 것이라서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는 부분이 많다.

 

 

 

 

 

 

 

 

서브웨이에 탔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린 스파다이너 역에서 내려서 스트릿 카를 갈아타야 하는데, 아나운서멘트를 잘 들어야 해. 알았지? 할머닌 잘 모르니까 아리가 잘 듣고 알려줘야 해.”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거리 곳곳이 공부하는 교실인 셈이다.

물론 아리가 다 잘 하는 건 아니다. 또 특출 난 천재도 아니다. 다만 호기심을 갖게 하고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방향으로,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할머니를 힘들게 하고 떼를 쓰는 일도 있지만, 아리의 떼를 쓰는 것까지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