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23-Down by the Bay~

천마리학 2011. 1. 3. 17:21

 

 

 

 

*2010년 11월 8일(월)-Down by the Bay~

 

 

 

요즘 아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다. 이삼일 전부터 갑자기 흥얼흥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를 부를 땐 아주 밝고 귀여운 액션까지 취하면서 흥겹게 부른다. 데이케어에서 캐런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셨다고 한다.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서 큰소리로 부르기도 한다. 물론 아리 자신이 그렇게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를 때는 엄마, 아빠, 할머니가 모두 함께 부르기를 강요해서 우리 모두 저녁식사가 끝난 시간에 가족합창 시간 또는 가족놀이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익살스럽거나, 실감나는 모션, 거기다 익숙해지니까, 가사가 선뜻 떠오르지 않을 때(?) 혹은 일부러(?) 스스로 지어내서 즉흥적으로 부르기도 해서 가족들을 즐겁게 한다. 평소의 아리 행동습관으로 봐서는 아마도 일부러 그러는 경우가 더 많다. 아리는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대거나, 다른 내용으로 바꿔서 만들기를 매우 잘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할머닌 할머니의 어렸을 적 생각을 하곤 한다.

할머니가 대여섯 살 무렵, 할머니와 바로 아래동생인 부산할머니와 함께 곧잘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추기를 좋아했는데 그때마다 모르는 가사를 곧잘 지어대어 불러서 어른들을 웃겨주곤 했었다. 할머니는 이미 아는 것을 부르면 언니 따라 해야 하는 부산할머니께서는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지어 부르기 선수였다. 그래서 어른들께선 부산할머니를 ‘변죽이 좋다’고 하셨다.

 

 

 

책을 좋아하는 아리. 챕터스에서 엄마랑.

 

 

Down by the Bay where the watermelons grow

Back to my home

I dare not go,

For if I do, My mother will say

"Did you ever see a bear combing his hair?"

 

"Did you ever see a bee with a sunburned knee? "

"Did you ever see a moose kissing a goose?"

"Did you ever see a whale with a polka dot tail?"

"Did you ever see a pig wearing a wig"

"Did you ever see a cat with wearing a hat?"

"Did you ever see a dragon polling a wagon?"

"Did you ever see a goat wearing a coat?"

"Did you ever have a time when you couldn`t find a rhyme?"

 

 

 

 

할머니랑 챕터스에서

 

 

그런데 아리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기 말이나 생각으로 불쑥불쑥 꾸며 붙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리를 우리 집에선 가끔 ‘코미디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천연덕스럽고 익살스러운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제법 재치가 번득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리가 지어내는 내용들을 보면 할머니가 들려준 동화의 여기저기에서, 혹은 본 비디오에서, 혹은 일상생활에서 자기 마음대로 그때그때 지어 이어대기를 잘 한다. 그럴 때마다 할머닌 회심의 미소를 짓곤 한다. 따라서 아리의 순발력과 창의력에 대해서 가족 모두가 놀라기도 한다.

 

가끔씩 자러 올라와서도 유튜브를 통해서 노래를 보여 달라고 졸라댄다. 그러면 몇 번? 하고 묻는다. 파이브 하고 대답한다. 어떤 땐 씩스, 또는 텐 이라고 손가락을 세워 보이면서 말하기도 한다. 정말이지? 약속 꼭 지켜야 해, 알았지? 하면 끄덕끄덕.

또 어떤 땐 그러면 그렇게나 많이? 하고 되물으면 온리 텐, 온리 텐, 오케이 할머니? 하고 대단치 않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할머니를 설득시키곤 한다.

좋아, 약속을 꼭 지켜야 돼, 알았지?

끄덕끄덕!

 

그렇게 협상이 끝나면 할머니는 컴을 조작하고 아리는 할머니 무릎위로 올라와 앉는다. 침대에서 보면 안 될까? 하면 아이 니드 유어 니 하고 대답하는 아리.

흐음~ 하면서 할머니가 받아들이면 기분이 좋아서 씨익 웃으며 할머니 가슴을 파고들거나 할머니 뺨을 만지거나, 하는 제스처를 쓰기도 한다. 좋다는 표시다. 고맙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잘 자라줘서도 고맙지만 우리가족을 즐겁게 해줘서도 고마운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