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05-아리동생 이름은 도리(Dori)

천마리학 2011. 1. 3. 17:47

 

 

 

 

 

*2010년 11월 14일(일)-아리동생 이름은 도리(Dori)

 

 

드디어 오늘아침 식탁에서 지금 엄마 뱃속에 있는 아리 동생의 이름이 결정되었다. Dori!

그동안 좋을 이름을 구상하느라고 오래 동안 할머니가 신경을 써왔다.

이제 아기와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정일이 12월 1일이니까. 엄마 아빠는 아기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게 보냈고 지금은 빈틈없이 거의 다 끝나간다. 할머니는 아기의 이름에 골몰하여 왔다. 아리는 수시로 엄마 배를 어루만지며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름에 대하여 할머니가 신경 쓰는 것은 아리(Ari)처럼 뜻도 좋고, 소리도 좋고, 그러면서 영어와 한국말이 같이 포함되는 것, 성(姓)이 기니까 될 수 있는 한 짧은 것이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여러 가지 이름을 제안해서 엄마아빠의 의견을 묻곤 했지만 검토할 때마다 이런 저런 의견들이 나오곤 했다.

아리와 같이 아 자라던지 리 자가 들어가는 이름이었으면 좋겠지만 한국어와 영어발음이 병행되면서 그런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들이 수안, 아중, 가이아, 산, 이산, 한비……

엄마아빠와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가고 난 끝에 할머니가 山이라고 짓자했더니 ‘산’이 스펠이 적어 좋긴 하지만, 엄마는 괜찮다고 하는데 아빠는 영어발음이 어딘지 딱딱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한 다음에 ‘이산’ 이라고 붙여주었더니 이산은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회사친구들에게도 검증을 하기까지 했더니 산보다는 이산이 좋다고들 한다는 것이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아리’의 이름을 지을 때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성명학적으로 따진다거나 한자를 차용한다거나 하지 않고 우리말의 순수한 이미지와 뜻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름에 골몰하는 것을 보고 지난여름 한국에 갔을 때 할머니 친구 신자아줌마는 참고하라고 <우리말 사전>까지 선물로 사주었었다.

여러 가지를 놓고 생각하다가 할머닌 그냥 ‘산’이라고 하면 이미지도 선명하고 의미도 크고 희망적이어서 좋겠다 싶었지만, 엄마아빠가, 특히 아빠가 그러니까 할머닌 다시 생각하여 ‘이산’의 ‘이’ 자를 한자의 단순 의미만을 생각해서 붙여주었다.

 

 

 

 

 

 

‘以山’

산 자는 물론 이름으로 잘 사용하지 않지만 어차피 성명학이나 기타 획수 같은 것에 구애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단순한 한자의 의미로 이다. 以 자를 붙여본 것이다. 산으로써, 산으로 우뚝하게 자신의 세계를 펼쳐가기 바라는 의미에서. 그랬더니 엄마아빠도 모두 좋다고 찬성, 결정하기로 했다. 바로 어제저녁 식탁에서의 일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다시 생각했다. 어차피 한자를 사용한다면 전문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성명학의 기준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 밤 내내 잠 한숨도 안 자고 컴퓨터에 매달렸다. 태어날 우리의 귀한 아기가 평생을 지니고 살 이름인데 조금이라도 뜻있고 삶을 빛나게 하는 이름이어야하겠기에.

그래서 결국 찾아낸 것이 ‘도리(度里)’ 와 ‘효리(效里)’ 였다. 성명학적으로 이름 풀이한 것을 찾아본 결과 최상/상/중/중하/하 의 5단계가 있었다. 그런데 둘 다 ‘성명학적으로 완벽한 최상의 이름’이었다.

둘 중에서 영어철자도 단순하고, 느낌도 진중한 것이 ‘도리(度里)’였다.

그래서 오늘 아침 다시 아기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아빠는 또? 하며 할머니의 열성에 대해 웃었지만, 물론 고마움의 표시이다. 이내 귀한 아기의 이름 짓기이므로 다시 토론에 들어갔다. 엄마아빠도 ‘효리(效里)’ 보다는 ‘도리(度里)’가 낫다고 하며 검색에 들어갔다. 영어의 어원이라든지 다른 나라말들의 의미들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도리(度里, Dori) 우리말 의미로는 법도가 지켜지는 마을, 즉 이 세상을 이루어내는 법도의 마을이니, 자연의 질서, 우주의 법칙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고.

서양식으로는 ‘신의 선물’이라는 의미로 나라에 따라서는 남자와 여자에게 모두 붙여지는 이름이고, 도로시. 아도니스, 도나, 도리스 등이 모두 이 어원에서 나온다고 하니 뜻도 의미도 좋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영어철자도 간단하고 기억되기도 쉬고 부르기도 쉬운 이름이라서 좋았다. 또 하나 덧붙일 것은 할머니가 내심 가지고 있는 주장은 여자라고 해서 여자냄새가 나는 이름을 거부했었는데, 도리라는 이름이 남자에게도 붙여진다는 것도 좋았다.

아리의 이름도 그랬었다. 우리나라 말로는 순수한 옛말로 한강의 옛이름인 ‘아리수’ 또는 우리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의 ‘아리’이지만, 햇빛, 성전을 지키는 사자, 검, 아리스토 텔레스처럼 지혜로운 사람 등 다른 나라말의 의미로도 다 좋았다.

 

 

 

 

 

 

 

 

어제 저녁에 밤새도록 아기의 이름에 넣을 한자를 찾는 도중에 이 기회에 아리의 이름에 대한 한자도 좋은 글자로 붙여보기 위해서 검토해보았다. 그 결과 (산)높을 아(峨)와 마을리(里)로 하였더니 ‘성명학적으로 완벽한 최상의 이름’이었다. 그래서 만약 한자를 넣어야 할 경우가 생기면 ‘峨里’로 표기하라고 엄마에게 일러놓았다.

아리 도리야! 이젠 이렇게 불러야겠지?

할머니는 '아리(峨里, Ari)'의 이름이나 도리(度里, Dori) 이름도 마찬가지로 할머니는 너희들이 자라는 세상은 글로벌과 우주의 시대이므로 그에 걸 맞는 포부와 철학을 가지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름을 찾는데 주안점을 두었었다.

아리야, 실은 오래 전 네 엄마의 이름을 하나(河那, Hana)로 지을 때도 할머니는 그런 생각으로 지었단다. 할머니가 소망하는 뜻을 알겠지? 너희들이 부디 잘 자라서 엄마아빠의 대를 이으면서 이 세상에서 꼭 유익한 존재가 되기를 바란단다. 그때로선 네 엄마의 이름도 특이한 이름이었지. 해도 하나, 달도 하나 이 세상에 가장 귀한 것도 높은 것도, 좋은 것도 언제나 하나, 그런 사람으로 살아라 하는 뜻이면서 부르기 쉽고 영어표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좋은 이름이었지. 애초에 한자 없이 지었었는데, 당시의 우리나라 호적법상 출생신고 시 한자가 있어야 해서 한자를 붙였지.

자, 이제 아리 동생의 이름이 도리로 결정되었다.

우리 열심히 불러주면서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