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26-아리는 장차 굿 리더!

천마리학 2011. 1. 3. 17:58

 

 

 

 

 

 

*2010년 11월 19일(금)-아리는 장차 굿 리더!

 

 

엄마의 출산휴가가 오늘부터 시작이라서 집에서 쉬게 되었지만 병원정기검진 때문에 할머니가 아리를 데이케어에 데려다 주기로 했지.

엄마가 출산하고 회복될 때까지는 계속 할머니가 데려다주고 픽업도 하고 그래야지.

병원검진 예약시간이 9시라서 먼저 집을 나선 엄마가 스트리카 정류장에서 전화가 왔지. 퀴스키 쪽에서 무슨 사고가 났는지 경찰들이 출동하여 줄서있는 것이 보이고 스트리트 카의 운행이 중단되어서 킹스트리트까지 걸어가서 타야한다고.

 

토스트를 겨우 반쪽 먹이고,(아리는 요즘 아침이건 저녁이건 식사시간에 안 먹으려 해서 엄마는 무서운 표정으로 명령하기 바쁘고, 할머니가 온갖 쇼를 하며 먹이느라고 힘들지.)

“무슨 사고가 났나봐. 경찰아저씨들이 많이 나와있대. 빨리 가서 보자!”

그 말에 발동이 걸린 우리 아리. 서둘러 옷 입고, 재킷도 입고, 슈즈도 신고…

그럼 그렇지. 뭔가 새로운 것이라면 관심이 대단하니까.

 

우리집 앞의 브램넌 스테이션까지 나가서 보니까 정말 퀸스키에서 멈춰서있는 스트리트카가 빨강불과 파란 불을 번갈아 번쩍이는 것과 노란 줄이 쳐져있는 것, 그리고

모여 있는 사람들이 멀리 보였지.

 

 

 

스페이스 맨 아리!

이 안경만 쓰면 스스로 [스페이스 맨]이라고 하며 한껏 으쓱댄다.

아리는 스페이스에 관심이 높다.

종이에 로켓그림을 즐겨 그리고,

[스페이스 쉽!] 에 대해서 할머니에게 열심히 설명한다.

또 온 식구에게 보이며 집중하게 한다.

 

 

 

 

우리는 길을 건너 킹스트리트 쪽으로 걸어갔지. 할머니가 아리에게 모두 설명하며 보여주기까지 했으니 잘 이해한 아리는 할머니 손을 잡고 가뿐가뿐 길을 걷는 거야. 그런데 도로 중간에 있는 스트리트 카 스테이션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아리가 플렛홈에 서있는 사람들을 향해서 소리치는 거야.

“에브리바디, 유 해브 고우 투 킹스트리트!”와, 할머니가 놀랐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아리의 소리가 도로 중간에 있는 플렛폼의 사람들에게 들릴지는 의문이지만 그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마음과 큰소리로 서슴없이 외치는 우리 아리가 너무 대견스러웠지. 한 번도 아니고 서너 번 큰소리로 반복하는 거야.

“와, 정말 우리 아리는 굿 리더야. 그래, 아리야. 정말 잘하는구나. 우리 아리는 항상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이끌어야 해. 나중에 커서 틀림없이 굿 리더가 될 거야. … 우리 아리는 데이케어에서도 선생님들이 늘 아리가 항상 리더라고 하시잖아. 정말 굿 리더가 될 거야. 그렇지?”

계속 설명하며 북돋아주었더니 아주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럴 때면 제법 큰아이처럼 사려 깊은 소리도 하며 의사표시를 한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마침 두어 명의 사람들이 차도를 살피며 건너가는 것이 보여서 할머니가 말했지.

“와, 아리가 하는 말을 들었나봐.”

사실은 아리의 목소리가 세 개의 차도를 건너 거기까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아리의 기세를 북돋우려고 그렇게 말했지. 그랬더니 아주 뿌듯해하는 아리!

 

 

 

 

 

아리! 투 텀스 업!

아리가 최고야!

할머니 응원에 신나는 아리!

(할머니가 양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아리가" 하면

아리는 "최고야"하며 마주 세우며 응답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프론트 스트리트를 지나가는데 거기 공원 옆에서도 공사가 벌어져서 인도를 막아놓아 공원중간을 가로질러 돌아가게 되어있었지. 킹스트리트까지 걸어가는 동안 재잘재잘, 성큼성큼, 씩씩하게 걸어가는 우리 아리!

 

그쯤 걸어가면서는 오늘 아침은 이상하구나. 스트리트카도 고장 나고, 도로공사도 하고. 정말 이상한 아침이야 그렇지? 하고는 ‘이상한 아침이야’라는 한국말을 설명하고 따라하게 하고, 반복시키며 걸었지.

 

킹스트리트 웨스트 스테이션에서 킹스트리트 쪽에서 오는 스트리트 카를 타고 가면서도 언제나처럼 할머니는 한국말로 끊임없이 이야기 나누는데, 어떤 한국아가씨가 내릴 준비하면서 아리를 보고 귀엽다고 말을 걸어왔지. 우리가 나누는 한국말을 듣고 그런 거지.

“누나, 안녕, 만나서 반가워요.”

하라고 했더니 작은 소리로 겨우 들릴까 말까하게 말하는 아리.

계속 이야기 나누는 중에 할머니가 트랜스퍼 티켓을 들고 이게 뭐지? 하고 물었더니

“트랜스퍼”

“아니, 한국말로”

“티켓!”

내리려던 그 누나도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지.

“아냐. 티켓은 영어야. 한국말로는 차표. 알았지? 자, 따라서 해봐. 차표, 차표!”

겸연쩍게 따라하는 우리 아리.

 

데이케어에 아리를 데려다주고 나서 할머닌 카페에 앉아서 영어공부를 했지. 이것도 늘 하던 대로지. 사실은 10시부터 11시까지가 HCC 의 요가시간이지만 아리를 데려다 주면 9시 반경이 되는데 그 시간에 간다 해도 늦으니까 거기서 독서를 하든 영어공부를 하든 한 시간 정도 하고 걸어서 집까지 가는 게 할머니의 습관이며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려는 할머니의 의도지. 그래서 늘 할머니 배낭에는 책과 노트 등이 준비 되어 있지. 오늘은 전자사전까지 들어있단다. 어차피 독서와 영어공부 같은 건 짬나는 대로 하는 것이니까 거기서 휴식 겸 하고나서 집까지 1시간 정도 걸으면 하루 운동도 하게 되니까. 그리고 오후 1시부터 시작하는 Art ages 클라스에 가면 되니까.

 

 

 

 

 

레고 블럭을 이용하여 높이 쌓아올려놓고

기분이 좋은 아리!

으랏차차!!

 

 

 

 

그런데 오늘 할머니가 영어공부를 하다 보니 계획했던 1시간을 훌쩍 넘겨버렸어. 갑자기 할머니 등 뒤에서 재잘재잘 아이들 소리가 나서 봤더니 선생님이 이끌고 가는 아이들 속에 아리가 있는 거야. 놀이터로 나가는 중이었어. 11시 40분이었어. 아리와 눈이 마주쳤지. 요즘 단짝이 된 카밀라하고 손을 잡고 있었지. 그런데 할머니에게 눈짓으로 아는 체를 하고는 여전히 줄에 서서 싱글싱글 웃으며 가는 거야. 회전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서 할머니가 앉아있는 유리창 앞으로 지나가면서도 눈짓 손짓을 하며 뽀뽀를 보내고, 친구들에게 할머니를 알려주고… 할머니의 바이 바이에 응답 바이 바이를 보내고 놀이터 쪽으로 갔지.

그걸 보니 우리 아리가 확실히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작년만 같아도 할머니만 보면 반가워서 울음을 터트리며 달려오고 안 떨어지려고 떼를 쓰는 아리였는데, 이젠 의젓한 모습을 보이며 단체 활동에서 이탈하지 않는구나.

그래, 우리 아리.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고, 예쁘다.

그제서야 할머니가 카페를 나서서 집까지 걸어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