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16- I don`t like it!

천마리학 2010. 12. 29. 14:05

 

*2010년 10월6일(수)- I don`t like it!

 

 

우리 아리가 요즘 좋아진 것이 한 가지 있지.

뭘까요?

밥 잘 먹는 것. 도깨비아저씨도 알고 칭찬한답니다.

지난 9월 13일, 할머니가 토론토로 돌아온 후에 보니까 아리가 전과 달리 밥 먹는 것이 아주 좋지 않았지.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할뿐만 아니라 밥 먹는 자세도 안 좋았지.

식사시간만 되면 짜증을 내고, 으레 입에서 나오는 말, I don`t like it!

아침식사 시간엔 더욱 그래서 빵 한 조각이라도 먹이려고 할머니와 엄마가 온갖 트릭을 다 쓰는데,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바쁜 시간을 더욱 애타게 만들곤 하지.

왜 밥을 안 먹으려고 하는지 정말 걱정이 됐단다. 아침엔 토스트를 먹고, 엄마가 데이케어에서 먹는 아리의 오후 스넥으로 쿠키나 비스킷 몇 개를 할머니가 한국에서 사 온 조그만 스테인레스 통에 담아주지.

그런데 어떤 땐 스넥도 다 안 먹고 가져올 때도 있어.

밥을 안 먹으려고 드니 식사시간 때마다 짜증만 늘고… 그래서 할머니가 곰곰 생각했지.

할머닌 매일 밤에 잠들기 전에 들려주는 이야기를 밥 잘 먹는 친구들 이야기로 꾸몄지.

 






할머니가 차린 아리의 반찬그릇.

Ari 라고 써있는 당근 이름을 보고 정말 좋아한답니다.




 

“아리와 동갑인 영수는 밥을 잘 안 먹었어요. 그랬더니 도깨비 아저씨가 찾아가서 바늘 달린 방망이로 혼을 내주었대요. 그랬더니 영수가 아파서 징징 울면서 ‘아리도 안 먹잖아요!’ 하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도깨비 아저씨가 말하기를 ‘아리는 밥을 잘 먹는단다’ 했더니 영수가 ‘아니예요, 아리도 밥을 안 먹는단 말이예요’한 거야. 그랬더니 도깨비 아저씨가 ‘그래? 그럼 내가 다시 아리네 집에 가서 알아봐야지’ 하고 우리 집으로 오는 거야 …”

그러면 아리가 잔뜩 긴장해서 말 하지.

“아리, 잘 먹어요”

“정말? 잘 안 먹잖아.”

“아리, 잘 먹어요. 김치 으음, 앤 껸잎(깻잎) … "

"치즈는 안 먹잖아"

양심에 찔려 끄덕끄덕하는 아리.

“도깨비 아저씨 우리 집에 와서 할머니에게 물으면 뭐라고 할까? 우리 아리는 잘 먹는다고 할까?”

구세주를 만난 듯 끄덕거리는 아리.

“그럼 내일 아침부터 잘 먹어야 되는데? 그럴 거야?”

끄덕끄덕.

“좋았어. 그럼 할머니가 도깨비 아저씨에게 우리 아리는 김치도 잘 먹고 깻잎도 잘 먹어요 하고 말할게. 그런데 영수는 밥은 잘 안 먹으면서 치즈는 잘 먹는대”

“ … … …”

“아리, 치즈도 잘 먹을 거야?”

끄덕끄덕.

“할머니가 도깨비 아저씨에게 오지 말라고 전화할게, 그리고 아리가 다시 안 먹으면 다시 전화한다고 할 거야. 알았지?”

끄덕끄덕.

이야기만이 아니라 요즘 할머니가 식탁의 메뉴를 약간 변형시키기도 했지. 우선 밥을 좀 질게 뜸을 오래 들이고, 김치와 깻잎 등 한국음식으로 하고, 또 된장 찌개도 아주 슴슴하게 끓이고, 호박, 토마도, 셀러리 등의 야채도 아주 슴슴하게 살짝 볶아고, 김도 준비하고 가끔씩 엄마의 특기인 미역국도 끓여내고(아리는 미역국을 아주 잘 먹지.) 생선도 굽고(생선도 원래 잘 먹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요즘은 아리가 정말 밥을 잘 먹기 시작했지. 특히 된장 찌개와 김치, 두부 등을 잘 먹는 걸 보면 역시 우리 아리의 식성엔 한국식이 잘 맞나봐.

할머니가 없으니까 자연 서양식 음식을 먹게 되고, 또 밥을 먹는다 해도 깔끔한 엄마의 요리방식 때문에 밥솥에 밥을 즉시즉시 해먹다보니 밥이 까실해서 안 먹었던 것 같아.

 

 

 

밥을 먹다가도 이렇게 달려드는 아리!

할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죠!




 

할머니가 현미찹쌀의 배합을 좀 더 늘이고, 밥을 오래 두어서 뜸이 푹 들게 하여 보드라워지니까 먹기 편하고 또 호박이나 당근을 갈아 넣은 부침개도 만드는 등, 한국식으로 돌렸더니 그런 것 같아.

동서양을 가리지 말고 다 잘 먹었으면 좋겠는데, 어쨌든지 이대로 계속 잘 먹었으면 좋겠다. 아리!

한편으로 식탁에선 I don`t like it! 이란 말을 하지 않도록 유도했지. I like it! 으로 하라고. 그래도 아리가 I don`t like it! 하고 말하면 할머니가 도깨비 아저씨에게 전화한다고 일어서면 재빨리 I like it! 으로 바꾸는 아리. 그래서 점점 그 말을 하지 않게 되어가는데도 어쩌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면 I don`t … 하다가 할머니를 바라보며 씨익 웃으면서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I like it! 으로 바꾼다.

그 때 할머니가 실수? 하면 끄덕끄덕하며 안심하는 아리!

요즘은 아침에도 토스트 한 조각정도는 그럭저럭 먹는 편이고 저녁식사 시간엔 왕성하게 먹는다. 심한 편식과 거식이 점점 바꿔지는 것이 뚜렸해서 좋은데,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