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18-아리머리 쥐 뜯어 먹었나? 오 마이 갓!

천마리학 2011. 1. 1. 06:27

 

*2010년 10월14일(목)-아리머리 쥐 뜯어 먹었나? 오 마이 갓!

 

 

 

오, 맙소사!

할머니가 아리에게 실수를 하고 말았어.

무슨 실수?

어제 저녁이었지.

어제는 엄마가 번역일 땜에 늦게 오는 날이라서 할머니가 아리는 픽업하는 날이었지.

할머니가 아리를 픽업해서 돌아오는 길에 쌩 조지 서브웨이 스테이션의 플랫홈에서 도네이션으로 파는 피자 장이 열렸지. 거기서 피자 5쪽을 샀지.

“치즈? 오어 파프리카?”

판매원아저씨가 하는 말이었지.

“파프리카!”

당연히 아리가 하는 대답이었지. 아리는 치즈를 싫어하니까.

스파다이너 서브웨이 스테이션의 플랫홈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두 쪽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더구나. 아리가 배가 고팠던 모양이야. 그럴 만도 하지. 스넥 타임이 지난 지 오래니까.

그 다음엔 스트리트 카를 바꿔 타고 집 앞의 브램너 블러버드 스테이션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비가 조금씩 내리는 중이어서 우린 소비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지. 거기 카페테리아 테이블에 앉아서 다시 한 쪽.

그런데 거기서 아리는 옆 좌석의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눈길이 통하고, 서로 짓궂은 표정을 교환하며 깔깔거리기 시작했지. 그 여자 아이는 엄마와 같이 온 아리 또래의 아이였어.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그리고 아리는 여자아이를 좋아하는군, 하고 생각했지. 둘이서 서로 혀를 내밀기도 하고 바닥에서 이상한 몸짓으로 뛰기도 하면서 서로 따라 하기도 하고, 서로 웃으며 엉겨 노는 거였어.

거기까진 좋았지.

할머니의 사고는 집으로 돌아온 후였어.

 

 

아리의 포즈 어때요?

지금 이 머리가 할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도루코 면도날로 머리를 깎다가 실수하여

다듬은 머리랍니다.

으!

 

 

 

아직 아빠도 돌아오지 않아서 할머닌 아리의 머리를 깎아줄 생각을 했지.

지난번에 할머니가 한국에서 새로 사온 도루코 면도날을 갈아 끼웠지. 아리를 설득하여 변기 위에 앉히고 이발을 시작했지. 그런데 이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런데 아리가 움직이는 바람에 머리가 싹뚝 잘려나갔어. 새 면도날로 바꿨지 땜에 너무나 잘 들어서 생각지도 않은 부분의 머리가 잘려나가곤 했어.

겨우겨우 달래가면서 이발을 해나갔는데, 다른 덴 괜찮은데 오, 맙소사. 이마위의 앞머리 한 부분을 자를 때 아리가 고개를 확 돌리는 바람에 뭉턱 잘려나간 거야. 그 자리를 고치느라 깎고 또 깎고… 그러다보니 결국 앞머리가 쥐뜯어먹은 것처럼 돼버렸지 뭐야. 으이구!

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한번 잘려나간 머리칼을 이어 붙일 수도 없고.

정작 아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저 신나기만 한데 할머니가 걱정이었지. 아니나 다를까. 엄마아빠가 돌아와서 기절할 만큼 놀라는 거야. 오, 할머니가 얼마나 미안하던지. 정말 미안해서 쩔쩔 맸단다.

사실 할머니 생각엔 그 정도로 기절할 일도 아니고 또 아이 기르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엄마의 마음엔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거였지. 특히 매사에 완벽주의인 아리엄마에겐.

또 그런 실패를 하고보니 미안하긴 했지만, 짧아진 아리의 이마머리가 드러나자 아리의 이마에 숱이 많이 박혀서 시원스레 이마를 다듬을 필요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났지만, 워낙 깐깐한 엄마에게 말도 못했지. 아리는 더구나 남자아리라서 시원스런 이마를 가지는 게 좋거든. 그래서 옛날부터 어른들은 어린아이의 머리를 일부러 몇 번 빡빡이로 밀기도 하거든. 하지만 그런 걸 이해할 네 엄마가 아니지.

 

 

 

머리가 짧아지니까 오히려 더 야무져보입니다.

머리야 어떻튼 아리는 그저 노는 것만 있으면 신이 납니다.

부릉부릉! 신나게 달리는 꿈을 꾸는 아리!

 

 

 

오늘, 엄마의 뜻대로 엄마가 예약해둔 미장원에 갔지.

할머니는 오코너 커뮤니티센터의 라인댄스 클라스를 마친 후 곧바로 미용실로 갔지.

미장원누나들이랑 한바탕 웃으며 머리를 다듬었지. 짧은 머리로. 그런데 느닷없이 생긴 일 때문에 겨울철에 맞지 않게 짧은 머리를 하게 됐지만 하고보니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을 발견하게 되기도 했어.

엄마아빠는 말할 것 없지만, 데이케어의 선생님들도, 미장원 누나들도, 다 놀라는 아리의 머리. 할머니의 실수가 얼마나 미안한지. 이그!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단다. 그러나 할머니 자신도 한편으로 속상하다고 너스레를 떨었지. 할머니의 미용경력에 누가 됐다고 말야.

왜냐하면 할머닌 이미 한국에서 왕할아버지 왕할머니의 머리는 물론, 할머니 친구의 머리도 할머니가 깎아주었고, 그때마다 모두 할머니의 실력을 인정했지. 이번에 할머니가 한국에 다녀올 때도 시간이 없어 미장원에 들리지 못한 상태였는데 여기 오자마자 할머니 스스로 잘랐잖아. 그 정도로 실력있는 헤어드레서인데 뜻하지않은 이번 사고로 할머니의 경력에 먹칠을 하다니 오!

면도날을 바꾸지 말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