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19-Sushil 아저씨의 선물과 천 원짜리 풍선

천마리학 2011. 1. 1. 06:29

 

*2010년 10월17일(일)-Sushil 아저씨의 선물과 천 원짜리 풍선

 

 

 

오전 11시. 할머니의 친구 수실 아저씨가 우리 집 앞으로 오기로 한 약속대로 할머니와 아리가 함께 아래층 현관으로 내려갔지.

수실 아저씨는 인도에서 오래전에 이민 온 사람인데, 할머니가 HCC에서 알게 되어 친구가 되었단다.

서툰 할머니의 영어를 가르쳐주고 매사에 도움을 주는 좋은 친구란다. 늘 할머니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려고 하지.

그저깬 아리, 너에게 멍키와 폴라베어 인형을 선물로 주셨었잖아.

지난 주 요가 클라스에서 만났을 때 할머니에게 두 번 째 손자가 언제 태어나는지 묻더구나. 그리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느냐고도. 그래서 할머니가 말해주었지. 12월 1일이 출산예정일이고 의사가 딸이라고 알려주었다고.

 

그러더니 오늘은 선물을 잔뜩 가져오신 거야.

현관에서 선물을 주고 곧바로 돌아갔어.

집에 들어와서 선물보따리를 풀어보고 우리 모두 놀랐지뭐니.

 

 

 

 

 

 

 

 

와~

할머니의 스카프 2개와 그린 티와 티 기구.

아리의 가위, 크레욘, 알파벳 자 등의 각종 문방구와 연필주머니, 스티카, 캔디… 또 엄마아빠에겐 멋진 스카프와 넥타이,

그리고 태어날 아기용품. 와, 그런데 정말 아기용품이 상상외로 많았어. 담요, 옷, 양말, 스푼, 아기용 빨개, 아기용품 가방, 가운 등. 옷도 몇 벌씩이었어.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구나.

암튼 땡큐 수실!

다음 주 월요일 요가교실에서 만나면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오후에 우리 가족 모두 롱고스에 갔지. 엄마아빠가 살 게 있다고 해서. CN 타워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수퍼마켓, 그 건물에 할머니의 새 콘도가 있어서 지난 주에 문을 연 롱고스에 일부러 가봤었잖아.

 

엄마아빠랑 함께 매장 사이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조르기도 하는 아리. 밀차에 타고 빨리 달리라고 조르는 아리. 할머닌 물건 사는 걸 구경하거나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지정하기도 하지만 주로 엄마아빠가 쇼핑을 하는 동안 아리 를 돌보는 일, 그러니까 아리 담당이지.

 

아리랑 함께 요리조리 밀차를 밀고 다니며 상품구경을 하다가 꽃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고, 거기서 풍선을 보았는데, 이것저것 만져보던 아리 네가 입으로 부는 풍선 한 개를 사달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할머니가 주인 아가씨에게 값을 물었지.

90센트래.

처음엔 1달러도 안 되는 돈, 별거 아니다싶어 엄마아빠에게 가서 돈을 달라고 하자 하고는 돈을 타러 엄마아빠를 찾았지. 할머닌 맨손으로 왔었으니까. 마침 저 쪽에서 물건을 골라서 밀차에 실으려고 우리를 찾고 있던 아빠와 마주쳤어. 그래서 할머니가 아빠에게 돈을 달라고 했지.

아빠가 주머니 속에서 잔돈들을 꺼내어 할머니 손에 놓았어. 그런데 크고 작은 은색 동전들을 여러 개 꺼내 놓으면서 계속 주머니를 뒤지는 거야. 그러는 동안 생각보다 많은 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래서 속으로 따져봤지. 99센트. 1달러도 안 되는 적은 돈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 돈으로 얼핏 환산해보니까 1천원에 해당하는 돈인 거야. 부는 풍선 한 개에 1천원. 갑자기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했어.

할머니 손에 돈을 쥐어주고 아빠는 다시 돌아갔지만 할머닌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을 바꿨어. 그래서 아리를 설득했지. 그런데 네가 계속 때를 쓰는 거야. 사달라고. 빨리 꽃가게 쪽으로 가자고.

 

 

 

 

 

 

 

 

할머니도 계속 너를 설득했지.

“할머니가 다음에 여러 개 사줄게, 아리, 무슨 색을 사줄까? 빨강? 초록?”

사달라고 우기는 너도 할머니가 길게 설명하면서 색깔을 말하자 얼른 말을 받는 거야.

“블루.”

“블루? 그래, 그리고 또?”

“음, 옐로우, 핑크…”

“한국말로!”

“노랑, 핑크, 으음 초록…”

할머니가 얼른 손가락을 세우며

“파랑, 노랑, 핑크, 초록…”

그랬더니 아리가 잠시 뭔가를 떠올리려고 눈을 깜빡이더니

“연두!”

“아, 연두? 그래. 그럼 다시 세어보자, 자아~”

하면서 손가락을 세웠더니

“파랑, 노랑, 핑크, 초록, 연두.”

“아, 그럼 모두 다섯 개?”

끄덕끄덕.

“좋아, 다음에 할머니가 스파다이너 스트리트에 가면 풍선 다섯 개 사다줄게, 됐지?”

끄덕끄덕.

휴~ 겨우 아리를 달래었다.

아리의 때는 그 순간만 지나면 곧 끝이 나지. 그게 장점이기도 해.

하지만 계속 아리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느라고 애를 썼지. 밀차에서 내린 아리와 함께 다시 매장구경을 시작하면서 에너제틱한 아리의 놀이상대가 되어주느라고 할머닌 아리 너를 데리고 매장에서 1층으로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길 밖으로 나가는 난 회전문을 통하여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놀아줘야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