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17-Thanks Giving Day의 Long weekend

천마리학 2011. 1. 1. 06:25

 

 

*2010년 10월11일(화)-Thanks Giving Day의 Long weekend

 

 

 

지난 토요일부터 시작된 Thanks Giving Day의 Long weekend 의 마지막 날.

다른 해 같으면 몬트리올에 갔을 텐데 이번엔 만삭인 엄마 때문에 가지 않기로 했지. 대신 그제는 팜킨 팜과 에플 피킹, 그리고 어젠 Rouge Lake 에 갔지. 토론토시에서 동쪽으로 30분쯤 달리는 곳에 있는 루즈 호수는 불어로 red 즉 붉은 호수라는 의미라는구나. 트레킹코스도 있고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과 호수의 물과 들꽃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지.

며칠 전에 산 선글라스를 끼고 입을 꾹 다물고 차장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는 아리가 얼마나 으젖했는지 몰라.

참 아리는 새로 산 선글라스를 끼면 스스로 ‘스페이스 맨’이라고 하지.

아리가 앉아있는 쪽과 엄마가 앉아있는 조수석, 그리고 아리 옆 좌석의 할머니. 이렇게 각각 차창을 보며 풍경을 감상하는데, 아리가 아리 사이드, 엄마 사이드, 할머니 사이드, 그리고 운전하는 아빠 사이드, 이렇게 구분 지으며 ‘빨강, 브라운, 노랑, 초록…’ 하면서 풍경감상을 하며 갔지.

 

 

 

 

가을 하면 역시 호박밭이죠.

해마다 쌩스기빙철이면 가는 곳의 하나.

 

 

 

 

숲속 길을 걸으면서 쫑알쫑알, 막대기를 주워들고 퓨~ 퓨~ 총소리를 내면서 장난도 치고, 나무그네도 타고, 넘어지기도 하고… 또 숲속에서 준비해간 스낵을 먹어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웃음보도 터트리고… 정말 즐거운 하루였지.

트레킹코스에서 채 2km가 안 되는 지점에서 돌아서서 반쯤 돌아왔을 무렵, 아리가 주저앉으며 하는 말.

“아이엠 쏘우 타이어드”

그때부터 칭얼거리기 시작했지. 안고 가라는 것. 그래. 피곤할만도 하지.

갖은 묘안을 짜가며 겨우 달래어가며 주차장까지 돌아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골아 떨어지는 아리.

 

 

 

가을 숲을 거닐며...

할머닌 이 장면을 아주 옛날에 본 영화 <천사의 시>를 연상한대요.

나무 그네가 아주 재미있었어요.

 

 

 

 

어제 에플 피킹엔 아리가 좋아하는 존 아저씨와 존 아저씨의 엄마까지 왔었지. 사과나무 사이를 쏘다니면서 사과도 따고, 장난도 치는 아리. 풀밭에 딩굴기도 하며 깔깔깔 웃음소리가 푸른 하늘만큼이나 푸르게 하늘로 퍼져갔지. 커다란 트렉터도 타고 농장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지.

팜킨 팜에서는 커다란 호박을 들어 올린다고 씨름도 하고 호박사이를 뛰어다니며 장난도 치고…

 

돌아올 때 코리아 타운에 들려 쇼핑도 하고 저녁식사도 했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리는 식당 안에서도 얼마나 나부대는지 할머니가 몹시 힘들었지. 게다가 밥은 잘 먹지 않으려고 해서 할머닌 아리에게 밥을 먹이느라고 진땀을 빼고 말야.

 

 

 Rouge Lake 의 숲길에서 만난 나무그네.

가을 산의 정취를 실컷 마시고 왔답니다.

 

 

 

몬트리올 고모네는 쌩스기빙데이를 잘 지내시나 전화를 했지. 그런데 고모네는 우리가 가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대잖아. 우리가 갔으면 칠면조 요리도 하고 또 시끌벅적 했을 텐데. 고모랑 고모부랑은 우리가 보고 싶다시면서 거기, 허버트 강가 산책이나 하겠다고 하셨어.

아리와 통화하고 싶어 하시는데도 아리가 그저 까불고 장난치느라고 차분하게 전화를 받지 않아서 민망했지.

“따따 쟌, 살뤼, 방구!”

으악, 아리야. 점잖게 좀 할 수 없니?

하지만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