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15-또 세계지도, 그래도 아리는 이야기꾼.

천마리학 2010. 12. 29. 14:02

 

*2010년 10월4일(월)-또 세계지도, 그래도 아리는 이야기꾼.

 

 

우와, 아리야, 요즘 왜 그러니? 어제 밤 자정이 막 지났을 무렵 또 세계지도를 그렸잖아.

얼마나 고단한지 할머니가 시트를 갈고 옷을 갈아입히는데도 잠에 취하여 모르더구나.

하긴 그럴만도 해. 토요일에 이슬링턴에 있는 퍼블릭스쿨의 한국어 킹더가든에 다녀왔고, 일요일인 어제는 리치몬드 앤 퀸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커뮤니티의 일대일 프로그램인 수영교실에 다녀왔잖아. 어제가 첫날이었지. 또 수영교습이 끝난 후에 거기 공원에서 할머니랑 술래잡기도 하고, 미끄럼틀도 기어오르고,

그네도 타며 신나게 뛰어놀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할머니와 얼마나 과격하게 놀았니?

거실에서 뛰어놀다가 계단에서 공놀이를 했잖아. 넌 2층에 서고 할머닌 아래층에 서서 공을 던지며 주고받는 게임을 오래 했잖아.

요즘은 정말 아리가 손 안 닿는 데 없고, 일초도 가만히 있지 않으니 엄마도 할머니도 아리를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단다. 게다가 한시도 혼자 있지 않고 할머니와 끊임없이 놀이를 바꿔가며 하자고 요구해서 정말 진이 빠질 정도란다.

엄마가 부엌일을 하거나 집안일을 하려면 누군가 아리를 책임져주지 않으면 안 되지. 누가 책임져주겠니? 할머니지. ^*^

그만큼 우리 아리의 활동력이 커서 늘 시끌벅적 요란하고, 따라서 작은 사고들이 줄을 잇는단다.





씨엔타워 앞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엄마와 함께 꼬마기차를 타고.




종이를 찢거나 그릇을 떨어트리거나, 시디를 망가뜨리거나, 물을 쏟거나, 화분을 엎거나, 넘어져서 울거나… 정말 쉼도 없고 끊어짐도 없단다.

식사시간에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왔다갔다 요란하고, 우유컵을 쏟거나 의자에 걸려 넘어지거나 식탁 아래로 기어들어가다가 머리를 쿵! 으앙! 하거나… 정신이 없지.

오늘도 존아저씨가 주었다는 시디를 망가뜨렸잖아.

그래도 할머니와 엄마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 아주 잘 했어. 진짜 책을 읽어준것이 아니라 하도 아리가 설치니까 엄마가 할머니를 좀 쉬게 하려고 너를 억지로 진정시켜 책을 읽어달라고 주문했지. 그랬더니 소파에 앉아 두 손바닥을 펼쳐 책을 들고 있는 모양새를 하더니 이야기를 꾸며가며 책을 읽어주는 시늉을 하는 거였지. 그런데 오, 놀라워라. 한 호흡도 멈춤 없이 줄줄이 이야기를 엮어가는 너를 보고 엄마와 할머니가 반했지 뭐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여기저기서 말들을 끌어다대면서 이야기를 엮어가는데, 정말 막힘도 없고 내용도 좋았단다.

네 엄마는 감동하여 네가 디 앤드! 하면서 두 손 바닥을 접으로 책을 덮는 시늉을 하며 이야기를 끝내면 계속 더 해달라고 했고, 그 주문에 따라 너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바꿔가며 끌어가는 거야. 그렇게 네 차례. 와, 우리 아리 정말 잘 한다.

할머닌 속으로 생각했지. 밤마다 잠 잘 때 할머니에게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는 너에게 이야기를 지어 들려주면서 힘이 들었는데, 그런 효과가 있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