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14-할머니 코피 터지다

천마리학 2010. 12. 29. 14:00

 

*2010년 9월30일(목)-할머니 코피 터지다

 

 

 

우와, 할머니 수난시대구나.

어젠 하버프론트 커뮤니티 센터에 가다가 테리팍스 공원 아랫길의 자갈밭을 지나다가 넘어져 무릎과 팔굼치가 아직도 아픈데, 오늘은 또 아리랑 놀다가 코가 깨졌으니말야.

솔직히 말해서 요즘 아리가 너무 기운이 세다. 사내아이인데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우리 아리가 할머니를 향해 달려올 땐 감당하기 어려워서 매우 조심한단다. 놀 때도 얼마나 과격한지 뛰고 구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할머니를 올라타고, 할머니의 목으로 올라서는 등, 어디 그뿐인가. 아리에겐 할머니가 늙은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다. 자기처럼 함께 달리고 뛰고, 구르고 소파 위든 어디든 올라가기를 종용한다. 놀이터에서도 아리는 할머니를 놀이기구 위로 올라오라고 졸라대고, 잔디밭을 달리며 술래잡기를 기어코 하는 아리. 덕분에 할머니는 무리는 하지만 운동도 된단다.

한참을 그렇게 씨근대다보면 땀이 나고 숨을 헐떡이게 되지.

오늘도 아리방에서 텐트 속을 들락거리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아리가 텐트의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으르렁! 사자흉내를 내며 마구 달려드는 바람에 돌덩이같은 아리의 머리통에 할머니 코가 박혔지뭐야.

앗!

비명소리와 함께 코를 감싸 쥐었는데, 코끝이 찡하면서 머리가 띠잉~

엉겁결에 무안해서 텐트에서 나오던 아리가 할머니가 감싼 손을 펼치자 손바닥에 피가 고여 있는 것을 보더니 그만 겁에 질려 앙~ 큰소리로 울며 층계를 뛰어올라가면서 엄마! 엄마! 하고 소리치는 거였어. 할머니가 괜찮아! 하는 소리는 듣지도 못한 채.

“엄마, 엄마, 할머니 피 나와요~”

 

 

할머니 미안해~요!

(지난여름 한국의 망내이모할머니께서 보내주신 텐트 안에서-아리는 자기 방에 텐트를 들여놓고 놀이공간으로 즐기고 있지요.)


 

 

겁에 질려 다급하게 소리치는 아리의 말을 듣고 엄마가 뛰어내려왔지. 할머니가 손바닥에 고여 있는 피를 씻으러 화장실에 가면서 괜찮아, 괜찮아 했지만 아리는 울음을 그치지 않더구나.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얼굴을 씻는 할머니 곁에서 지켜보면서 “할머니 미안해 미안해 할머니~”

엄마는 조심하라고 하고, 할머니는 괜찮다고 하고~

네 엄마가 하는 말,

“할머니 코피 나는 것 처음 봤다”

 

그러고보니 할머닌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이나 중학교 시절 언제쯤, 코피가 몇 번 난 것 같기도 하지만 그 후로는 거의 코피가 난 일이 없었어. 실수로 코등을 부딪치는 일이 있긴 했지. 그때마다 머리가 띵 해지고 눈물이 핑 돌만큼 아프고 코피가 금방 쏟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정작 코피는 나지 않았어. 어떤 땐 정말 코피가 쏟아지는 것같이 아팠지만 코피가 나지 않았던 기억도 있단다. 그러고 보면 할머니 코는 강한가봐. 그런데 오늘 우리 아리가 머리로 박아서 코를 깨트렸으니 우리 아리가 얼마나 강할까?

괜찮아, 아리야.

다만 앞으로도 아리, 네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과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단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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