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27일(월)-침대에 그린 세계지도와 아빠의 미국 출장
이제 확실해졌어. 우리 아리가 언제 침대위에 세계지도를 그리는지^*^.
어제밤에도 자정 무렵, 시트가 축축해졌지. 며칠 전, 지난 주 토요일에도 그랬지. 또 그 얼마 전, 할머니가 한국에서 돌아온 날 밤에도 그랬고…
모두 아리가 피곤한 날이었어.
할머니가 한국에서 돌아온 날 밤엔 엄마아빠 방에서 잘 때였지. 아침에 옷을 갈아입히는 엄마에게 매우 쑥스러워하면서 할머니에겐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 했대지? 녀석^*^. 깜찍하게스리!
할머니가 오랜만에 돌아오니 우리 아리가 얼마나 설레고 긴장했을까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공항로비에서 할머니!를 외치며 다람쥐처럼 뛰쳐나와 할머니를 안고 부르르 떨며 뽀뽀세례를 퍼붓던 그 모습을 생각하면 할머닌 가슴이 뛰고 훈훈해진단다.
그 며칠 후부터, 할머니의 요청(?)으로 다시 함께 자기 시작했는데, 며칠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아리가 새벽 2시경에 질퍽하게 제법 큰 지도를 그렸지. 할머니가 재빨리 알아채고 젖은 자리를 옮기는데 어느 사이 알아채고 ‘미안해 할머니~ 미안해 할머니~’ 하고 잠결에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할머니의 목을 끌어안고 품으로 파고 드는 거였어. 얼마나 이쁘고 안쓰럽던지. ‘괜찮아, 아리! 괜찮아 아리!’
코리아 킨더가든의 놀이터에서 가드닝을 하며 노는 아리.
우리 아리가 얼마나 마음이 불편할까 싶어서 계속 괜찮다고 하면서 옷을 갈아입히고 볼기를 뽀송뽀송 만져주었더니 그제서야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안도하면서 할머니 품에서 스르르 눈을 감는 거였어. 그 모습이 영락없는 천사였지.^*^ 암, 우리 아리는 천사고 말고.
그날이 바로 지난 주 토요일.
이슬링턴에 있는 한국어 킹더가든에 첫 등록을 하던 날이었지. 한국어 킨더가든에서 등록을 하고, 아이케아에도 들리고, 챕터스에도 들리면서 신나게 놀았지. 그러니 얼마나 피곤했을까? 집에 오자마자 곯아떨어졌었잖아.
그리고 어제저녁, 어제도 역시 피곤한 하루였지.
그저께 그러니까 토요일에 한국 킨더가든에 첫 등교일인데다, 아빠가 새차를 몰고와서 드라이브도 하고, 전에 갔었던 비에트남 레스토랑에서 기념 식사도 하고, 코리아타운에서 쇼핑도 하고, 아리 좋아하는 챕터스에 가서 놀고 온데 이어 어젠 키즈 앤 컴파니 동창생인 제이든을 만나 노는 날이었지. 점심때부터 제이든을 만나 씨엔타워 근처의 놀이터에서 기차도 타고 공도 차면서 놀았다는데, 이어서 아이케아에 가서 쇼핑하고 늦게 돌아와서 또 할머니랑 놀자고 떼를 써서 레고놀이를 하고 씨름놀이를 했잖아. 그러니 이틀 동안 피로가 엄청 쌓였을 테지. 데이케어의 선생님들마저도 에너지 넘치는 아리로 유명한데… 결국 어제밤에 또 시트 위에 지도를 그렸지 뭐야. 어제밤엔 자정 무렵에 쉬를 했는데 할머니가 곧바로 옷을 갈아입히고 자리를 정리해서 재웠는데 얼마나 고단한지 아리 스스로 자각을 하지 못하더구나.
아리야! 미안해하지마.
할머닌 다 이해한단다.
그저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면 돼.
지도 그리는 것보다 더 걱정인 것은 아리가 식사 때마다 밥을 잘 먹지 않는 거란다.
알지?
그래서 할머니가 밤마다 도깨비 이야기를 동원하고 영수랑 똘이 이야기를 동원하잖아. 그것도 알지?
할머닌 걱정 안 해. 왜냐하면 우리 아리가 곧 밥을 잘 먹게 되고, 지도 그리는 것도 멈추게 될 테니까… ^*^
참, 오늘은 아빠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지. 네가 데이케어에서 돌아오기 전인 3시경에 공항으로 갔단다. 보스턴을 거쳐서 회사 일을 보고, 주말엔 독일로 가서 일 년에 한 번씩 모이는 아빠 친구들을 만나서 요즘 독일에서 열리는 맥주페스티벌을 즐긴 후 스위스 집에 들린다는구나.
그러잖아도 지난 봄 부터 회사일이 엄청 많아서 늘 바쁘고 피곤에 젖어있는 아빠인데, 출장도 무사히 하고 친구들 만나 즐거운 시간도 갖고, 또 스위스 집에 들려 쉬기도 하고 무사히 돌아오라고 빌자꾸나.
저녁에 걸려온 아빠의 전화를 받고 인사를 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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