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15일(수)- 할머닌 왜 고추가 없어요?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아리는 일분일초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할머니를 그렇게나 보고 싶어 하고, 좋아하다니 그저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란다.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술래잡기 하는 것도, 세수하는 것도, 이 닦는 것도, 심지어 아침에 데이케어 갈 때도 할머니더러 함께 가자고 때를 써서 달래느라고 애를 먹는다.
떨어져 있었던 3개월을 그렇게라도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아니, 그동안 할머니를 잊지 않고 있었다는 게 신통하다. 그래서 모든 것이 새롭다.
오늘 오후에 아리가 피를 한다면서 화장실에까지 함께 가자면서 할머니 손을 잡고 갔다. 그런데 변기 앞에 나란히 서서 할머니더러 함께 피를 하자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말했지.
“그럼 할머니가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아리가 할래?”
“노우 노우, 투게더~”
“아니면 아리가 먼저 하고 할머니가 나중에 할까?”
“와이?”
“할머닌 앉아서 누어야하니까”
“와이?”
요런 녀석 봐라. 할머니가 앉아서 눈다는 것이 새로운 일이 아닌데… 맹랑하군.
“할머닌 고추가 없잖아”
“와이?”
질문이 많은 아리.
말끝마다 'Why?'를 묻는 바람에 별명이 <Why-Boy(와이보이)>이기도 하다.
똥똥 달랏이 붙여준 이름이다.
요런 요 맹랑한 녀석, 매사 와이, 와이, 와이? 그래서 몬트리올의 달랏 고모부가 아리의 별명을 <와이보이>라고 했댔지. 맞는 말이야. 우리 아린 궁금한 게 너무 많거든. 하지만 할머니가 고추 없다는 사실은 이미 다 알잖아?
“쇼미, 할머니, 쇼미!”
하더니 할머니의 옷을 끌어내려 기어코 확인한다. 이전에 늘 함께 수영하고 샤워하고… 그래서 잘 아는 건데도 기어코 확인하는 우리 아리.
확인하고 나서 하는 말.
“와이 드유 해븐트 고추, 할머니?”
“할머닌 여자니까”
“앤덴 엄마 투?”
“그럼”
“할머니 앤 엄마, 여자, 아빠 앤 아리, 남자?”
“그렇지”
“할머니 앤 엄마, 걸, 아빠 앤 아리, 보이, 할머니?”
“그렇지, 아리와 아빤 남자이고 할머니와 엄만 여자지.”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물러서며, 할머니 먼저 피를 하란다. 할머니가 하고나니까 아리가 물을 내리더니 피를 하고 다시 물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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