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06 -피얼슨공항에서

천마리학 2010. 12. 27. 22:37

 

*2010년 9월13일(월)-피얼슨공항에서

 

 

드디어 오늘은 할머니가 그리던 가족을 두고 한국을 떠나 그리던 토론토로 돌아온날. 할머닌 한국에도 헤어지기 싫은 가족들이 있고, 토론토에도 그리운 가족들이 있단다. 모두 함께 모여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인천공항을 떠날 때 13일이었는데, 토론토의 피얼슨 공항에 도착한 날도 같은 13일, 시차 때문이지. 마치 하루를 덤으로 얻은 기분이란다.

 

할머니가 토론토에 오면서 걱정이 한 가지 있었지. 가장 보고 싶은 우리 아리가 할머니를 잊었으면 어쩔까 하는 것. 우리 3개월이나 떨어져있었잖아. 맨날 함께 딩굴며 너무너무 사랑한다지만 오래 떨어져있는 동안 네가 할머니 얼굴을 잊어버린다면 할머닌 매우 슬플텐데… 하는 생각을 했거든.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수속을 마치고 짐수레를 밀로 출구통로로 나오는데, 어디선가 할머니! 하고 부르는 네 목소리가 들렸어. 반가움에 두리번거리며 살폈지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넌 보이지 않고 키가 큰 네 아빠가 먼저 눈에 들어오더구나. 네 아빠가 저만큼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어.

어디선가 ‘할머니, 할머니~’ 하는 소리를 들으며 네 모습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는데, 어느 순간 가운데 쯤에서 사람들이 빽빽하게 둘러서있는 곳에 둘러쳐진 파이프 울타리 사이로 뭔가 튀어나오는 듯 하더니 할머니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는 거야. 너였어. 우리 아리!

 

 

 

 

마치 아빠가 비행기 타고 막 도착한 것처럼 보이잖아!

총알처럼 달려와 할머니를 안고 부르르 떠는 아리!

정말 뜨거웠지. 

콩콩 뛰는 아리의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단다.

 

 

 

총알처럼 달려오자마자 할머니의 품속으로 뛰어드는데 정말 할머니 가슴이 벅찼단다.

할머니 품속으로 뛰어든 네가 한 순간 말을 잇지 못한 채, 꼭 끌어안고 있는 너의 몸이 불덩이 같이 뜨거웠고 조그만 네 심장이 뛰는 소리가 할머니 가슴으로 전해졌어. 말없이 너를 끌어안고 있는데 네가 할머니 입술에 뽀뽀를 하더니 다시 끌어안고 힘을 주는데, 네 몸이 바르르 떨리는 거야. 세상에!

잠시 진정하고 나서 얼굴을 들고 다시 할머니 얼굴에, 코에 뺨에 이마에 마구 뽀뽀를 해대더니 할머니~ 하면서 다시 끌어안는 거야.

아빠가 짐수레를 밀고 가고 할머닌 너를 안고 한동안 그렇게 있었단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할머니가 너를 안고, 네 손을 잡고, 너를 쓰다듬고… 그러면서 너를 만난 실감을 하는데 그제서야 너도 우리가 만난 것을 실감하는지,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어도 보이고, 할머니 손을 잡아끌고 앞서 가다가 바닥에 딩굴기도 하고, 벽을 타고 뛰어오르는 모습도 보이고 하는 거야. 저렇게 좋을까 싶었지.

그렇게 출구 끝으로 오자 거기 네 엄마랑, 존 아저씨랑 우리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었지. 와, 존 아저씬 할머니를 위해서 란 꽃 화분을 들고 나오셨더구나. 꽃을 들고 맞아주시다니! 전에도 그랬었는데. 할머닌 정말 기분이 좋았단다.

 

 

 

호접란 화분을 들고 할머니 환영마중을 나온 존 아저씨!

땡큐! 존!

 

 

 

출구의 통로를 빠져나와서야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지. 그 사람들도 아, 저 할머니와 손자가 너무너무 반가워하는걸 보니 많이 많이 사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거야.

집에 도착할 때까지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하고 싶어서 뒤죽박죽이 되기도 했지^*^

그렇게 두서없는 대화는 집에 돌아와서 네 엄마아빠가 준비해놓은 맛있는 식탁에 앉아서도 계속되었지.

 

아리야, 네가 좋아하는 것처럼 할머니도 좋단다.

아리야, 고마워. 할머니 잊지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