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7일(금)-왕할아버지께서 내리신 아빠의 한국이름 ‘大吉’
아리야, 할머닌 어제 독산동 왕할아버지 댁에 갔다가 오늘 돌아왔단다.
그저께 할머니가 부산에서 돌아온 이후 내내 한국을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장마철은 이미 지난 달에 끝이 났는데도 폭염의 연속이더니 다시 시작된 비 때문에 그나마 서울의 기온이 조금 내려가서 28도구나. 하지만 남부지방은 아직도 30도를 웃도는 폭염의 연속이란다. 이번 폭염은 9월 초까지 이어진다는 일기예보가 있는 걸 보면 할머닌 더위를 좀 더 견뎌야 하겠지.
아무튼 어제밤에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와 함께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언제나처럼 너와 너의 엄마아빠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고, 특히 너에 대한 이야기와 곧 태어날 네 동생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왕할아버지께서 네 아빠의 한국이름을 지어주셨다.
뭘까?
오호, 아리가 스위스의 철도원이 됐나봐요.
<대길(大吉)> 이란다.
‘크게 좋다’는 뜻이지.
건널목 표시판을 만지는 아리. 스위스에서 고모네가 보낸 선물이랍니다.
할머니가 특별히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좋은 뜻 외에도 할아버지의 함자에 들어있는 ‘길(吉)’자를 넣어주셨다는 거야. 왕할아버지가 네 아빠를 지극히 사랑하고 계시다는 증거지. 기대를 많이 하시고 잘 되기를 바라시는 마음, 너도 알지?
네 아빠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할머닌 지금 곧 태어날 네 동생의 이름을 생각하고 있는 중이란다.
네 이름 <아리>도 할머니가 지었잖아. 많이 많이 생각하고 지은 이름이란다.
요즘 한국에 와서 시내버스를 타면 앞쪽에 있는 전광판 광고에 ‘서울시민의 물 아리수’라는 글자가 계속해서 깜박깜박 켜지고 있단다. 그걸 볼 때마다 할머닌 네 생각을 하지. 아리, 아리, 아리, 아리, 아리…
지금은 네 동생의 이름을 생각 중, 원대한 꿈과 지극한 마음과 사랑을 듬뿍 담아서 이름을 지으려니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되고 온갖 좋은 말들을 다 동원해본단다.
할머니가 왜 그럴까?
너의 태어날 너의 동생들은 곧 우리 가족의 희망이고 미래이기 때문이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희망이며 미래이기도 하지. 이런 할머니의 마음 넌 알까?
자라면서 알게 될 거야.
참, 아리야 한 가지 빠진 게 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할머니의 부산여행에서 부산 할머니 내외분과 함께 양동마을에도 가고, 간절곶에도 갔었단다.
그럴듯 하죠?
그런데 무슨 철도원이 침대에서 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
양동마을은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하회마을과 함께 지정된 곳이고, 동해안의 포항 근처에 있는 간절곶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란다.
그런데 양동마을에서 우리 역사의 훌륭한 인물인 이언적선생의 생가인 ‘향단’에 들렸는데 그 주인아주머니가 할머니를 매우 좋게 보셨는지 특별히 연꽃차도 대접받고, 또 아래채에 숙소도 제공하겠다고 했었어. 하지만 할머닌 몸이 불편한 부산 할머니 때문에 사양했지. 대신 내년에 너와 엄마아빠 그리고 아기까지 우리 가족이 한국여행 할 때 꼭 들려서 너에게도 보여주고 거기서 하룻밤 묵는 좋은 추억도 만들 생각이란다. 물론 간절곶에도 갈 거야.
우리 아리가 한국의 혼과 정신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생활까지도 모든 것을 체험, 체득해야하기 때문이지.
한국이름을 갖고 싶어 하는 네 아빠도 할머닌 감사하단다. 그만큼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지. 또 너의 이름 <아리>도 ‘아리랑’처럼 우리 민족의 공통의 희망단어이기도 하고, 한강의 옛 이름이기도 하단다. 할머니가 왜 네 이름을 아리라고 했는지 알겠지?
아리야,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원대한 한국인의 꿈을 이루거라.
파이팅! 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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