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02-시인들의 집짓기

천마리학 2010. 10. 13. 07:16

 

◆그동안 토론토로 돌아와서, 컴퓨터 환경이 바뀌어 육아일기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사 올리기 시작한다.

HTML 문서 작성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만들어놓은 것도 망가져서 볼수가 없게 되었어. 그래서 다시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서 만들려고 마음먹었는데 다른 바쁜 일에 밀려서 시간만 보내고 말았다.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어서 이제 적당히 방법을 써가며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은 그동안 엄마가 찍은 것들을 사용한다.◆

 

 

 

*2010년 8월 25일(수)-시인들의 집짓기

 

 

며칠 전에 말한 ‘시인들의 집짓기’에 참여하느라고 양평에 다녀왔다. 그런데 할머니가 엉뚱한 짓을 했어. ^*^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오래동안 떨어져있던 시인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어제밤에 잠을 설쳤지뭐니. 새벽 5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든 탓에 깨어보니 7시. 아뿔사! 운현궁 앞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7시 30분인데.

틀렸구나 생각하니 속이 타는 거야. 허둥대면서 책임자인 권이영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버스가 약간 늦게 떠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늦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전철을 이용하여 직접 양평까지 오면 차로 양평역으로 마중을 오겠다는 거야.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놀랐지. 양평까지 전철이 있다니 하고말야.

 

 

 

Harbourfront의 물놀이.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이 되는 연못에서 여름더위를 잘도 식히고 있구나.

 

 

 

그래서 전철을 탔지. 1호선을 타고 청량리에서 갈아타고 회기역으로. 회기역에서 용문행을 갈아탔지. 양평은 종점인 용문역 2정거장 못가서 내리는 곳이야. 회기역 플렛홈에서 김밥한줄 사서 배고픔을 떼웠지. 양평역까지 가는데 50분. 양평역에 내려 전화를 했더니 금방 해비탓트이 장영숙국장이 자가용으로 마중을 나와주었어.

그런데 아리야, 할머닌 정말 너무나 놀라웠단다. 시골로만 생각하던 양평역이 얼마나 깨끗하고 의리의리한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도 먼데다 도로체증까지 겹치는 곳이어서 주말이면 느릿느릿 달리기로 유명한 곳인데 전철이 생겨 편리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최신식의 건물들로 세워지다니. 정말 대한민국은 올 때마다 새로워지는구나.

우리 언제 함께 기차를 타고 이 길을 여행해야지?

 

 

할머니가 없는 사이 아리가 많이 자란 느낌이야. 정말 빅보이!야.

 

 

10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한 양평의 어느 시골마을인데, 조금 먼저 도착한 친구시인들이 일을 시작하고 있어서 할머니도 함께 합류하여 일을 시작했지. 8세대의 연립주택이었는데, 할머닌 2층의 들머리 첫번째 방팀이 되었어. 나무토막을 날라다 자르는 곳까지 가져가고, 못을 박는 일을 돕고, 틀을 만들어 끼우는 일을 하고, 어질러진 목재들과 연장들을 챙기고… 힘든 일이지만 즐거웠단다. 점심을 먹고, 사우나를 하고, 푸짐한 저녁식사를 하면서 오랜만에 글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동영상을 보니까 아리가 노래도 아주 씩씩하게 잘 부르더구나. ^*^ 부라보! 아리!

 

 

아리야. 오늘 할머니가 한 생각 중에서 중요한 한 가지 말해줄까?

언제나 도전하는 것이 좋다는 것.

조금 늦었다고, 실패했다고 그 일을 포기해버리는 것은 더 큰 실패라는 것이야.

오늘아침 할머니처럼 늦잠을 자서 늦었다고 포기해버렸다면 오늘 같은 일이 있었겠니? 남을 돕는 봉사활동도 못했을 것이고, 오랜 글친구들도 못 만났을 거고 또 양평까지도 전철이 있다는 걸 몰랐을 거잖아. 어디 그뿐이야? 노동의 기쁨도 못 느꼈을 거야.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뒤따라 갔기 때문에 그런 즐거움들을 맛보았고, 새로운 체험도 할 수 있었던 거지. 출발을 약간 늦었지만 결국은 똑 같아진 거야.

그러니 아리 너도 무슨일이든 조금 늦었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아라.

포기하는 건 자신에 주어진 기회를 놓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삶을 가난하게 만드는 거란다.

알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