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608 -이 다음에 할머니 구두 제가 사드릴게요

천마리학 2010. 12. 28. 00:38

 

*2010년 9월17일(금)-이 다음에 할머니 구두 제가 사드릴게요

 

 

오늘 또 할머닌 아리 때문에 감동 먹었잖아.

신발장 앞에서였지. 메일박스를 체크하려고 나가는데 네가 함께 가겠다고 해서 구를 신고 있는 중이었어. 늘 그러듯이 운동화를 신게 하고, 벨크로를 잘 누르게 하고… 그리고 할머니의 신발을 꺼내느라고 잠시 ‘뭘 신고나갈까?’ 하면서 훓어보다가 갈색 슬리퍼를 꺼내는데, 갑자기 아리가 말했지.

“할머니, 아이 윌 바이 유어 슈즈, 넥스트 타임.”

하면서 고개를 다짐하듯 끄덕거리며 할머니를 빤히 올려다보는 거야.

왜 불쑥 그런 말을 갑자기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지.

“뭐? 네가 할머니 슈즈 사준다고?”

되물었더니 눈을 빤짝이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거야. 그러더니

“넥스트 타임, 유노우?”

“다음에 할머니 슈즈, 아리가 사준다고?”

여전히 끄덕거리는 아리.

 

 

 

 

 

이 다음에 할머니 슈즈를 사준다니, 이렇게 기특할 수가! 우리 아리가 내일이면 까맣게 잊고 말리란 걸 알지만, 아니,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말거라는 걸 잘 알면서도… 와, 할머니가 감동먹지 않을 수 없지.

 

할머니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아리가, 곧 네 살이 되어가는 손자가 하는 말에 어찌 감동을 안 하겠니?

할머닌 아리와 관계되는 일엔 이렇게 작은 일에도 잘 감동되곤 한단다. 그런 할머니 마음을 넌 모르겠지. 하지만 할머닌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라고 생각 하는 네가 하는 말을 어찌 허투루 흘려보내겠니.

오, 신통방통한 우리 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