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92-리틀 씨스터, 앤 유아 낫 히어 에브리웨어, 할머니!

천마리학 2010. 8. 30. 18:37

    할머니랑 아리랑 592

 

*2010년 7월 16일(금)-리틀 씨스터, 앤 유아 낫 히어 에브리웨어, 할머니!

 

 

아침에 엄마의 전화를 받고 할머니가 스카잎으로 화상통화를 하자고 해서 화상통화로 들어갔지. 우리 아리랑, 엄마랑 아빠랑…  사랑하는 식구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지. 그 중에서도 우리 아리가 빨리 보고 싶은 것이 할머니의 속마음이라는 거, 아리, 넌 알지?

아뿔사! 그런데 또 마이크가 안 되는 거야. 지난번에 미경이모가 와서 손을 봤는데도 왠일일까? 그래서 수화기를 들고 통화하면서 스카잎으로 화상통화를 겸해서 했지.

처음엔 아리가 스위스에서 와있는 쟌 누나하고 소비에 물건 사러 갔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엄마와 아빠와 먼저 통화를 했지. 그런데 기쁜 소식, 엄마 뱃속의 아기가 리틀 시스터라고? 병원에 가기 전에 아리 너에게 물었더니 네 대답이 ‘리틀 씨스터!’하고 했다면서? 와 우리 아리가 척척 박사로구나. 아리는 천사니까 영(靈)이 맑아서 잘 알아맞히는 거야. 암튼 이제 머지않아 우리 아리의 여동생이 태어나겠지? 부라보!

 


 

 

잠시 후에 소비에서 아이스크림이랑 몇 가지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온 아리와 할머니의 통화가 시작되었지. 그런데 우리 아리가 대뜸 할머니의 가슴을 찡하게 울리더구나. 말수도 아주 는 아리가 하는 말, “아이 음 음 음 룩킹 비하인드 도어, 워시 룸, 앤 앤 앤 유어 룸 벝 벝 유아 낫 히어. 와이 유아 낫 히어? 할머니?”

“오, 우리 아리가 문 뒤랑 화장실이랑 할머니 방이랑 찾아보았지만 할머니가 없었어?” 그랬더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아리! 하지만 마이크가 멀어서

들리진 않았다. 고맙다 아리!

 

 

니 바로 아리가 하는 말,

“에브리 웨어!”

그러면서 빨리 오라고, 왜 여기 있지 않고 거기 있느냐고, 보고 싶다고 …

그러면서 화면을 향하여 아이스크림을 바싹 대주는 아리, 정말 할머니는 금방이라도 날아가고 싶었단다.

아리가 많이 야물어진 것 같고 또 말수도 빨라지고 어휘력도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어. 또 쟌 누나랑 잘 어울리고 있는 것도 또 엄마 아빠와도 대화를 많이 주고받는 것도 알 수 있었단다.

할머닌 여기 있으면서도 한시도 네 생각을 하지 않을 때가 없단다. 수시로 불쑥불쑥, 네 생각이 나곤해서 그때마다 빨리 돌아가고 싶어진단다.

할머니가 준비한 아리의 예쁜 도시락을 화상으로 보여주었지. 그리고 또 아리에게 무슨 선물을 준비할까? 물었더니 대뜸 ‘홀쓰!’ 하는 아리. 우리 아리는 여전히 말을 좋아하는구나. 좋아, 할머니가 갈 때 우리 아리의 선물로 말을 준비할게.

 


이번엔 거실 가운데에 서서 책을 읽어준다.

우리 아리는 정말 책을 좋아한다.

"아리야, 고마워, 할머닌 아리가 읽어주는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구나"

 

 

 

사실은 그저께 저녁에 할머니는 토사곽란을 일으켜 몹시 아팠단다. 이제는 나아서 괜찮아졌지만 그 소식을 들은 엄마가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한 거였어. 그땐 정말 몹시 아팠지만 지금은 정말 괜찮아. 

할머닌 그동안 막네이모랑 함께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의 손, 로댕전>도 보았고, 오늘은 할머니 친구 신자아줌마랑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퓨리처 수상 사진전>과 <세기의 미>를 보고 왔단다. <퓨리처 수상 사진전>에서는 그동안 보았던 사진작품들도 있었고 못 보았던 것도 있었고, 또 <세기의 미>에서는 ‘오드리 헵번’ ‘엘리자베스 테일러’‘마들렌 디트리히’‘비비안 리’ 등 한세기를 풍미했던 아름다운 배우들의 모습이었는데 역시 추억이 새로웠단다.

할머니가 학교 다닐 때 별명이 ‘오드리 헵번’이었다는 사실, 넌 모르지? 지금이야 늙고 뚱뚱해져서 옛 모습이 없어졌지만 그땐 그랬지. 하지만 네 엄마도 그 말을 안 믿고 튕겼지만 나중에 다른 이모들이 그 말을 하니까 정말이었다는 걸 믿으면서 신기하단 표정이었지. 너도 안 믿겠지? 하긴 넌 오드리 헵번이 누구인지도 모르니까. 하여튼 할머니 학생시절엔 몸도 날씬했고, 코가 우뚝하고 눈이 깊어서 선생님들로부터 튀기라는 의심도 받았었고, 오드리 헵번을 닮았다는 이유로 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기도 했단다. 오늘은 지금은 다 추억이 되어버린 옛날을 떠올리며 즐거웠단다. 

 

 

       

          소파에 앉아서도 여전히 할머니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리! 아주 진지하다.

 

 

아직도 장마철이 끝나지 않아서 낮 동안에도 비가 오다 말다 했는데 큰 비는 아니었지. 하지만 아직도 장마철을 안 끝났고, 또 일기예보에 의하면 내일도 중부지방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해서 비는 내일까지 계속될 모양이다. 사실 이번 장마는 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만 비가 내렸거든. 빨리 장마도 끝나고 할머니의 일들도 마무리 짓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토론토로 빨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리가 정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