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88-새벽에서 아침까지

천마리학 2010. 8. 20. 09:21

     할머니랑 아리랑 588

 

*2010년 6월 30일(수)-새벽에서 아침까지 

 

 

지금 비가 내린다. 새벽 2시 30분경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 지금까지 이것저것 작업하고 나서 너에게 이 편지를 쓴단다. 지금도 비가 내려.


 

아리! 그리고 토론토의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모두 잘 있지?

한국은 여전히 무덥고 할머니는 여전히 일 속에 파묻혀있단다. 집안 정리가 장난이 아니구나. 책 정리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젠 거의 마무리되는 상태란다.

어제는 왕할머니 댁에 다녀오고, 쇼핑을 다녀왔단다. 막네이모할머니랑 함께.

그 동안 일 때문에 귀국 첫날 인사 다녀온 후, 두 번째 방문이지. 며칠 전에 경재삼촌네 가족이랑 함께 안양으로 방문해주셔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늘 할머니를 기다리시는 왕할머니 왕할아버지이신 거, 너도 알지?

“아예 캐나다에서 오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토론토에 있는 셈 친다”고 하시는 왕할머니 왕할아버지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단다.

 

 


챕터스 3층에서 책을 읽는 아리!

글씨는 모르고 오직 그림으로만 읽는 아리!

감쪽같죠?

폼도 아주 의젓하게!

 

 

 

 

왕할머니 댁에 있는 사이, 근처에 있는 백양메리야쓰 직판장에 가서 너희들을 위한 쇼핑을 했지. 역시 옷은 디자인이나 품질에 있어서 한국산이 좋아서지. 또 일반시중에선 네 아빠처럼 큰 사이즈가 없기 때문에 직판장으로 간 거란다.

아빠의 팬티를 비롯해서 네 엄마의 속옷, 그리고 너의 런닝셔츠와 양말, 팬티도 샀단다. 할머니가 늘 너에게 옷을 입히면서 속에 입는 메리야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그래서 귀여운 그림들이 있는 것들을 샀단다.

아리야, 엊그제 스카잎으로 너를 보면서 마이크가 되지 않은 상태라서 아쉽긴 했지만 야무지고 건강한 네 모습, 헤어진지 2주일밖에 안됐는데 그 사이 더 자란 모습을 보면서 너무 행복했단다.


 

창 밖이 완전히 환해졌구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여기가 아침 6시 30분이니까 토론토는 오후 5시 30분쯤 되겠구나.

아, 지금쯤 엄마가 데이케어에 가서 너를 픽업해서 막 스트리트 카를 탈 시간이구나. 쫑알거리는 우리 아리! 조심시키며 손을 꼭 잡고 있을 엄마의 모습이 그려져.

 


 

챕터스에만 가면 아리는 책에 빠진다.

이렇게 무릎을 꿇고 앉아서도 책을 펼쳐 들고 몰두 하고 있는 아리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아리야, 너무너무 보고 싶다. 네 생각만 하면 행복해져.

이모할머니가 뭐라시는지 아니? 할머니가 ‘아리’의 ‘아’자만 나와도 할머니의 입이 벌어진다고 놀린단다. 사실이지. 당근이지. ^*^

참, 어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 안에서 네 이름과 같은 광고를 봤단다.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

네가 소비(Sobey)에서 ‘Arizona'라는 음료수 캔에 찍힌 글자를 발견하고

“할머니, 할머니, 아리! 아리!” 하며 소리치던 일이 떠올랐단다.


 

아마 오늘이나 내일 중에 미경이모가 와서 마이크 설치를 도와줄 테니까. 그땐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겠지? 그럼 우리 아리도 답답하지 않겠지? 지금 기대하고 있단다.

아리, 잘 지내렴. 알지? 항상 건강하게 씩씩하게 명랑하게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