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82-단오축제 등 바쁘고 꽉 찬 하루

천마리학 2010. 8. 11. 22:32

    할머니랑 아리랑 582

 

*2010년 6월 5일 토-단오축제 등 바쁘고 꽉 찬 하루

 

 

오늘은 토요일, 오전에 아빠는 카이로프락터에 치료받으러 가고 엄마와 할머니는 아리를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TD 뱅크에 가서 할머니의 통장을 개설하고…

은행 앞에서 아빠를 기다려 함께 세인트 크리스티 공원으로 갔지. 한국인들의 단오축제를 구경하러.

그런데 아리가 아리의 성격을 나타내주는 특별한 행동을 했다.

뭘까? 캔디를 손으로 잡고 빨아먹기.

무슨 말이냐구?

은행에서 준 조그만 사탕을 아리가 입에 넣지 않고 손가락으로 잡고 빨아먹고 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삼켜질까 봐서 그런다는 것이다. 며칠 전 체리를 먹다가 씨앗이 한 개 목으로 넘어가서 잠시 컥컥거렸다. 그런데 오늘 캔디를 먹으면서 그 일을 상기하고 목으로 꼴깍 넘어 갈까 봐서 손가락으로 쥐고 빠는 것이다. 손가락이 찐득거리고 옷에 묻고… 불편해서 입에 넣고 굴리면서 녹여먹는 거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줘도 막무가내. 끝까지 손가락으로 쥐고 빨아먹는다. 자꾸만 엄마와 할머니가 입에 넣고 녹여먹으라고 권하니까 자신의 행동이 색다르다는 것을 인식한 아리, 엄마 가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캔디를 빨아먹는 것이다. 물론 엄마와 할머니 옷이 더러워지긴 했지만 아리가 얼마나 조심성이 많은지, 겁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아리는 한번 실수하거나 경험한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겁이 많다고도 할 수 있지만 철저하게 안전주의자이기도 하고 그만큼 용의주도해진다고도 볼 수 있다.

 

 

 

세인끌레어 공원의 잔디 위에 앉아서 단오축제의 공연을 보고 있다.

 

 

 

세인트 크리스티 공원에 가자 아리는 물 만난 고기.

아이들이 들어가 방방 뛸 수 있도록 거대한 풍선에 바람을 넣어 만들어진 풍선집 놀이에 정신을 팔렸다. 구석에 농구 골인 바스킷도 있고 미끄럼 틀도 있다. 한번 들어가는데 2불, 시간은 5분, 아리는 다섯 번이나 갔다. 한번 들어갈 때마다 얼마나 익사이팅하게 놀며 신이 나는지 밖에서 보고 있는 할머니도 흥분될 정도다.

“아이 가릿, 아이 가릿!”

엎어지고 뒤집어지면서 볼을 잡으면 그렇게 외치며 땀을 뻘뻘 흘린다.

“아이 윌 쇼우 할머니”

소리치고는 미끄럼 틀로 올라가 순식간에 스르륵 미끄러진다. 끝없이 반복하는 아리. 정말 에너제틱하다. 튀어 오르고 공을 던지고 미끄러지고…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뛰고 또 뛰는, 그야말로 못 말리는 우리 아리!

그 외에도 잔디밭에서도, 미끄럼틀에서도, 놀이터에서도, 그네를 타면서도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게다가 마침 존 아저씨를 만났다.

할머니를 만나려고 오전부터 우리집에 전화를 몇 번 했었는데 안 받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핼쓰 끝내고 그리로 왔다는 것이다. 당연하지. 우리가 오전부터 집을 나왔으니까^*^

암튼 아리가 좋아하는 존 아저씨까지 만났으니 더 말할 게 없다. 아리는 끊임없이 존 아저씨 손을 잡고 뛰고 구르고, 풍선집에 가자고 졸라서 풍선집에 또 가고, 손에 잔뜩 마실 것을 사오기도 하고, 정말 지치지 않는 아리에게 끝까지 좋은 파트너 역할을 해주는 존 아저씨가 감사하다.

노래자랑, 씨름, 가훈쓰기, 그림 그리기 등 신나는 구경거리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오늘따라 할머니는 갈비구이를 많이 먹었다. 그러잖아도 체중이 늘어 걱정인데 당기는 식욕을 어찌 하리^*^

 

 

 

잔디 위를 달리는 아리! 마냥 즐겁다!

 

 

 

오후 6시 반, 씨름 대회가 끝났을 때 아직도 노래 콩쿨 대회가 남아있었지만 우린 공원을 벗어나 존 아저씨가 봐뒀다는 죽집으로 갔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문을 닫았다. 할 수 없이 다른 레스토랑을 찾는데, 전에 베써스트 전철역 근처에 있다가 사라진 ‘물레방아’를 발견했다. 거기 들어가서 서비스로 주는 막걸리 한잔씩 곁들여서 음식을 시켜 먹는데 아리는 할머니가 떠먹여주는 볶음밥을 받아먹으면서 잠이 들었다. 우리식구 모두가 하는 말, 그럴 줄 알았지. 그만큼 뛰어 놀았으니!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존 아저씨와 헤어져 돌아왔다. 아리는 잠에 골아 떨어진 채 침대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