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83-오랜만에 할머니랑 챕터스에 가다!

천마리학 2010. 8. 14. 00:28

 

     할머니랑 아리랑 583

 

 

*2010년 6월 6일 일-오랜만에 할머니랑 챕터스에 가다!

 

 

늦은 아침을 먹고, 느정느정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아빠는 아빠회사의 친구이자 상사였던 브라이언 아저씨의 장례식에 가고, 엄마는 집에 남아서 밀린 일을 해야 한다기에 할 수 없이 할머니가 또 아리와 놀아줘야 할 형편. 어제 밤 사이에 비가 왔기 때문에 라이언 슬라이드에 가면 젖어있을 것 같아 시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아리가 원하는 것을 챕터스다.

한동안 챕더스에 가지 못했었지. 아리가 가장 좋아하는 곳인데.

1시경, 스파다이나 스트리트를 걷는 도중에 갑자기 “할머니 아리 힘들어”해서 챕터스까지 갈 일이 걱정이 됐다. 어찌어찌 유도해서 갔다.

“와, 할머니, 챕터스!”

저만큼 챕터스 건물을 발견하자마자 환성을 지르는 아리.

서점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바뀐 책들을 살피면서 제법 할머니에게 설명을 해준다. 이상한 것은 표지에 어느 구석에라도 조그맣게 그려진 말 그림만 있으면 잘도 찾아내고, 또 제가 본 책에 있는 그림이 있으면 아는 채를 하면서 할머니에게 짚어주곤 한다. 신통하다.

역시 아리의 장소는 3층.

올라가자마자 ‘뷰티 앤드 비스트’와 ‘빅베드 울프’ ‘브라운 베어’ ‘판다 베어’ 책을 찾는다. 찾는 도중 케터필러나 레빗 등 본 책들이 눈에 띄면 또 할머니에게 짚어주며 반가워한다.

그런데 ‘뷰티 앤드 비스트’와 ‘빅 베드 울프’를 찾지 못해서 자꾸만 할머니에게 찾아달라고 한다. 할머니 역시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아리에게 저기 누나에게 가서 말하라고 했더니 할머니랑 함께 가자고 손을 끈다. 함께 누나 앞에 가서 말해라 했더니 아리가 말했다.

“익스큐즈 미, 웨어리즈 뷰티 앤드 비스트?”

“오, 니드 어 뷰티 앤드 비스트?”

서점 누나가 아리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친절을 보인다. 누나도 못 찾고 컴퓨터 검색을 한 다음에 한참 서가를 뒤적거려서 찾아냈다. 그런데 아리가 이번엔 ‘빅베드 울프’를 요청한다.

서점 누나가 다시 컴퓨터를 검색을 해가면 찾았지만 꽤 오랜 시간을 걸린 후에야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은행에 가는 길.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할머니가 아직 길 건너편에 서 계시거든요.

 

 

 

 

창가에 자리를 잡아놓고 책을 들춰 읽다가 피 하고 싶다고 해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사이에 할머니 의자에 어떤 흑인 청년이 앉아있었다. 저만큼에서 그걸 발견한 아리가

“오, 할머니, 썸원 씻트 유어스팟.”하며 걱정스레 바라봤다.

“그러게, 어떻게 하지 할머니, 아리 네가 가서 말해줄래?” 했다.

우리가 그 자리에 다가갔을 때 아리가 그 사람 앞으로 가더니

“익스큐즈미. 히어리즈 마이 스팟!”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아리를 바라보면서

“오우 쏘리”하고는 일어서서 다른 자리로 갔다.

옆에서 지켜본 할머니 마음이 얼마나 흐뭇했는지 아리, 너 아니?

잘 했어. 아리.

그런 말을 할 때는 언제나 ‘익스큐즈 미’라고 먼저 말해야하는 거야.^*^

 

사지도 않으면서 보고 싶은 책은 모조리 갖다 보고 장난감까지 가지고 와서 놀고. 할머니는 늘 캐나다의 좋은 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단다.

그런데 돌아올 때, 아리가 새로 고른 책 두 권을 집에 가지고 가고 싶다고 했다.

‘판다 베어’책과 ‘스퀘어리 스퀘어즈’

그래서 할머니가 여기다 두고 갔다가 다음 주에 와서 또 보면 된다고 겨우 달래었다. 그랬더니 그 자리를 떠나면서 채곡 채곡 정리한 책을 제자리에 갖다 두려고 할머니가 손에 들고 나섰더니 아리가 노우, 노우, 극구 반대다. 그 의자 위에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주에 와서 볼 수 있다면서. 아리의 뜻을 알아들은 할머니가 그마저도 우길 수가 없어서 오케이! 하면서 의자 위에 놓았다. 그제서야 안심인 듯, 가벼운 마음으로 할머니 손을 잡고 돌아선다.

할머니는 그저 쫑알쫑알 말하는 아리가 신기할 뿐이다.

 

돌아오는 길에도 길거리의 계단 위에서건, 모퉁이에서건, 가게 앞이건, 전봇대 주변이건 아리가 흥미 있어 하는 곳이면 어디서든 장난치며 놀며 걸으며…

아리야, 할머니가 조금 힘은 들지만 그런 것들이 다 아리의 머리와 몸 속으로 들어가서 좋은 영양분이 되길 바란단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