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84-홍삼으로 할머니에게 감동 먹이는 신통한 아리!

천마리학 2010. 8. 15. 13:34

 

     할머니랑 아리랑 584

 

 

*2010년 6월 7일 월-홍삼으로 할머니에게 감동 먹이는 신통한 아리!

 

 

할머니면 나쁜 고양이 아리는 좋은 고양이, 할머니는 미녀 벨라, 아리는 비스트, 할머니는 부라운 말, 아리는 몬스터… 아리가 자기 맘 내키는 대로 정하는 배역이다. 수시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연극 놀이 하는 것을 아리는 매우 좋아한다.

놀이를 시작하면 할머니는 아리를 따라서 ‘미야우~’ 고양이 소리를 내며 아리와 함께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좋은 고양이인 아리와 딩굴며 싸우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하고 쫒아 가기도 해야 한다. 무릎이 아프다.

할머니가 벨라가 되면 아리는 ‘아우!’하며 손가락을 구부려 들고 무서운 소리로 대들어 할머니를 올라탄다. 할머니가 아리와 한 덩어리가 되어 딩굴면서 아리에게 공격도 하고 방어도 해가면서 난리를 쳐야 한다.

힘은 들지만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리의 친구가 되려면 어쩔 수 없다.

아리는 할머니를 힘들게만 하는 게 아니라 가끔 감동도 준다.

 

 

 

 

사탕을 손가락에 쥐고 빨아먹는 아리!

 

 

 

 

어제 저녁에는 할머니와 함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다가 할머니가 계속 기침을 했더니 아리가 갑자기 말했다.

“할머니 약!”

“응?”

“아래층에, 할머니 약”

그러더니 낼름 침대에서 내려가더니 통통통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홍삼 엑기스를 한 봉지 들고 올라온다. 엄마가 할머니 생각하고 사다 주어서 두 달 째 매일 세 봉 씩 먹는데 그걸 약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히어유아”하며 내민다.

지난달부터 든 감기로 기침이 멎는 듯 하다가 다시 계속되어 부대끼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리가 그런 할머니가 신경 쓰인 모양이다. 비디오를 볼 땐 집중하느라고 옆에서 불러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녀석이 자발적으로 홍삼을 주다니. 이렇게 기특할 수가! 이 맛에 손자 기르나 보다^*^

할머니 완전 감동 먹었지 뭐야.

고마워 아리!

 

 

 

손가락에 쥐고 있기도 어려운 사탕을 끝까지 빨아먹는다.

며칠 전, 자두를 먹다가 씨가 목으로 넘어가 놀란 이후에 사탕을 먹으면서도

목으로 넘어갈까 봐서 겁을 내어 손가락으로 쥐고 빨아 먹는다.

용의주도한 아리!

 

 

그런 아리가 오늘 저녁에 또 할머니 가슴을 찌릿하게 했다.

엄마아빠가 저녁식사 후, 8시경에 코리아타운으로 김치 사러 갔다. 코리아 타운의 한 가게에서 파는 김치가 그 동안 먹어온 김치 중 가장 신선하고 맛이 있어서 요즘은 꼭 그 집에서만 산다. 아리가 따라간다고 할까 봐서 몰래 살짝, 할머니랑 노는 동안에 살짝 나갔다.

그래서 할머니는 원고 정리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리와 놀 수밖에.

지금 할머니는 청탁 받은 연극대본을 거의 마무리 단계다. 애초에는 초만 잡고 한국에 가서 끝내서 보낼 작정이었는데 지난 달 몬트리올에도 안가고 원고쓰기와 시 원고 정리작업에 몰두한 결과 일찍 끝내는 것이다. 마지막 보완작업을 지난 주로 끝을 낼 작정이었지만 아리랑 놀다 보니 늦어졌다. 오늘 저녁에 끝낼 작정이었는데 또 아리랑 놀아야 하니 아무래도 내일까지는 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할머니는 13일에 한국에 가니까 그 안에 끝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홀가분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한국에 가는 일 때문에 걱정이 많다.

한국에 가면 아리가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할까? 엄마 아빠 둘이서 얼마나 힘들까? 더구나 엄마는 뱃속에 아리 동생까지 키우고 있는데. 저녁이면 아리는 어떻게 잘까? 아침마다 옷 입고 프리스쿨 갈 준비 하려면 엄마 혼자 얼마나 힘들까? 등등.

그래서 할머니가 비디오를 보면서 아리에게 슬쩍 말했다.

“아리야, 할머니 없으면 어떻게 할 거야?”

비디오를 보면서

“아이 던 원트잇”하고 잘라 말한다.

“할머니가 다음 주에 한국에 갈 건데?”

“와이?”

비디오를 보면서 묻는다. 다른 때 같으면 대꾸도 안할 것인데. 할머니가 간다니까 신경이 쓰이나 보다.

 

 

 

 

 

사탕을 쥐고 먹는다고 놀렸더니 엄마의 옷자락 속에 숨어서 먹고 있는 아리!

너무 귀엽다! 겁장이 아리!

 

 

 

 

“할머니가 왕할아버지랑 왕할머니랑 보러가는 거야”

비디오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울먹울먹하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노우, 아이 던 원잇. 아윌고우 투게더 할머니”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었더니 비디오를 보면서 계속 울먹인다.

“아이 던 원잇. 아윌고우 투게더 할머니”

그래도 대답이 없으니까 갑자기 돌아앉아 할머니 품에 얼굴을 묻으며 울먹인다.

세상에, 우리 아리가!

“할머니가 갔다 올 건데뭐”

“노우, 아이 던 원잇, 아윌고우 투게더 할머니, 아윌고우 투게더 할머니!”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평소에 건성인 듯, 저 노는 일에만 신경 쓰는 아리로서는 특별한 반응이다.

할머니도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어 분위기를 바꾸고 말았지만. 내내 아리를 두고 떠나있을 일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