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85-오늘 아침엔 아리킹 바지 입을래.

천마리학 2010. 8. 16. 14:15

 

     할머니랑 아리랑 585

 

*2010년 6월 8일 화-오늘 아침엔 아리킹(Ari K) 바지 입을래.

 

 

아침마다 밥 먹는 일부터 시작해서 샤방샤방 양치질하기, 옷 입기, 양말 신기, 그리고 슈즈신기까지가 수월치가 않아 늘 할머니와 작은 전쟁이다. 놀이에 빠져 노느라고 정작 해야 할 일은 뒷전이다. 가뭄에 콩 나듯, 저 기분 좋으면 스스로 할 때가 있긴 하지만 정말 어쩌다가 있는 일이다. 시간이 적은 아침의 일이라서 가끔씩 엄마의 출근이 늦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리는 제법 자기가 좋아하는 옷이나 양말을 고른다. 할머니가 대개는 골라 입히지만 때때로 거절하고 자기가 고르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도 베이지색 바지를 입히려고 했더니 당장

“아이던 라이크 댓 바지”한다. 할머니가 헤진 양쪽 무릎에 짙은 밤색 배색으로, 중심에 청색과 빨강색으로 각각 장식수를 놓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기운 옷이다. 할머니의 헌 바지를 오려서 만들었다.

“다이아몬드 좋잖아?”했더니

“아이 던 라이크 다이아몬드”하더니

“웨어리즈 에이알아이 킹 바지?”하면 옷 설합을 뒤진다.

그것도 밤색 바지에 할머니의 헌 바지를 오려서 양쪽 무릎에 붙인 것이다. 오른 쪽엔 아리가 좋아하는 청색으로 아리의 이름인 알파벳 에이 알 아이(A R I)를 수놓았고, 왼쪽엔 케이(K)를 수놓았다. 그리고 K는 King 의 K 이기도 하고, 에메네게어 김의 K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아리 킹(Ari King)! 하고 말해주었다.

오늘 아침엔 그 바지를 입겠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기분이 좋다. 기운 옷을 엄마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할머니는 모든 물건을 아무리 쓰던 것이라 해도 그냥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있어 가끔 충돌한다. 어떻튼 아리가 할머니가 정성 들여 꿰메어 기워준 옷을 좋아하면 속으로 기분이 좋다.

아리, 알지? 할머니 마음?

그런데 이를 어쩌나? 세탁기에 들어있으니. 그래서 다시 다이아몬드 바지를 권했다. 아리킹 바지는 내일 입기로 하고 다이아몬드 바지를 입혔다.

 

 

 

할머니가 지금 한국에 있기 때문에 요즘 사진이 없어서 페이스북에 올려놓을 사진을 싣는다.

 

 

 

오늘은 할머니가 픽업하는 날, 엄마가 오후에 번역작업이 있어서다.

저녁때 데이케어에 갔다. 놀이터 진입로 공사 때문에 통로를 임시로 바뀌어있다.

주차장에서 나무 울타리 사이로 아리가 미끄럼틀 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리, 아리, 아리야, 아리, 아리야~”

할머니가 아무리 불러도 아리는 놀이에 빠져 듣지 못하고 결국은 다른 아이가 먼저 듣고 아리에게 ‘아리, 유어 그램마!’ 말해주었다. 그제서야 할머니를 보고 ‘그램마아’외치며 내려온다. 할머니가 돌아서 들어갔더니 언제나처럼 펄쩍펄쩍 뛰어와 안긴다. 그리고는 이내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윌 쇼유, 아이윌 쇼유~”

모래 바닥 위를 할머니 손을 끌고 간다.

미끄럼틀을 오르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사다리 계단을 오르내리며 할머니더러 술래잡기식으로 자기를 잡으라고 하면서 정말 정신이 없이 논다. 아리는 정말 언제나 열정적으로 논다. 그야말로 익스트림이다. 그런데, 아니 그래서인지 특징이 하나 있다. 언제나 보면 아리의 옷이 항상 가장 더럽고 가장 구겨져있다. 정말 아무리 봐도 언제나 아리 옷은 곤죽이 되어있다. 모래 바닥이건 교실바닥이건 가리지 않고 뛰고 구르고 딩굴고... 아마 그런 탓일 게다. 아리 바지의 무릎이 거의 모두 헤어졌다. 가끔은 양말도 구멍이 나곤 한다.

우리식구는 그런 아리를 고마워한다. 잘 노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리!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