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79-김치 먹는 아리!

천마리학 2010. 8. 1. 11:47

  할머니랑 아리랑 579

 

*2010년 6월 1일 화-김치 먹는 아리!

 

 

아리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김치를 먹기 시작하면서 엄청 자랑스러워했지만 과연 며칠이나 갈까? 아직도 의심! 오늘이 사흘째.

왜냐하면 아주 어렸을 땐 할머니가 김치를 입으로 빨아서 먹였는데 나중엔 그런 일도 없어져버렸고, 또 지금까지는 김치가 맵다고 질겁을 하는 바람에 먹일 수가 없었지. 몇 번 시도를 했지만 항상 실패.

김치 잘 먹어야 키가 쑥쑥 큰다! 몸이 튼튼해진다! 어린이 유치원에서도 김치 잘 먹는 거 봤지! 등등 온갖 유도를 다 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어 포기해버린 상태인데, 왠일로 어제는 김치를 먹겠다고 하기에 물컵을 가져다 놓고 콩나물국을 가져다 놓고, 밥을 놓고, 할머니가 입으로 빨아줄 준비까지 하고 있었지. 그런데 왠일, 그냥 달라는 거야. 물에 씻지도 말고 할머니가 입으로 빨지도 말고. 그러면서 아리가 하는 말, ‘아리, 빅 보이 나우’하더니, ‘아리 키가 숙 숙!’하면서 머리 위에 손을 갖다 대면서.

오, 놀라워라. 하여튼 오늘도 입가에 붉은 고춧가루 물을 들이면서 몇 가닥 먹기에 칭찬을 했지. 할머니가 발코니 쪽을 향해서

“도깨비야, 너 봤지? 우리 아리가 김치를 잘 먹는 거. 봤지?”

 

 

 

 

몬트리올 따따잔의 정원에서 꺾어보낸 모란이 8일째 이렇게 피어있다.

할머니가 떨어진 꽃잎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토일렛에 띄우고

옛날 옛적 대중작가 방인근의 무슨 소설인가에 묘사된 유치한 대목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그 이야기 해주면서 우리 아리 응까할 때 기분 좋으라고 하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음날부터 토일렛 물을 내리고 난 뒤엔 아리가 모란 꽃잎을 쌩으로 한 개씩 따서 토일렛에 띄우고는

자랑스럽게'할머니, 할머니' 불러서 보여주곤 한다.

으이구, 요 개구장이 천사,

정말 아리는 천사라니까

^*^

 

 

 

그랬더니 도깨비에게서 전화 오면 꼭 자기가 김치 먹은 것을 말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의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께도 말해달라고 한다. 그런다고 했지.

또 이따가 아빠가 회사에서 오면 말해달라고 한다.

그러는 사이 또 전화벨이 울리니까 아리가 쫑끗! 할머니가 수화기를 들고 광고전화 같아서 듣는 시늉만 하고 있었는데, 지켜보던 아리가 ‘할머니, 도깨비?’한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더니 ‘아리 김치 먹어요 말 해주세요’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버튼을 누른 상태의 수화기에 대고 말했지.

“도깨비야, 아리가 김치 먹는 거 모르지? 오늘부터 아리가 김치를 먹기 시작했거든. 아주 잘 먹더라. 넌 못 먹지? 이제 아리가 쑥쑥 클 거야. 그러니까 넌 오지마라 알았지?”

아리가 아주 기분 좋아 으쓱으쓱, 뿐만이 아니다. 김치를 작게 찢는 할머니에게 찢지도 말란다. 크게 먹겠다는 거다. 입 주변이 빨갛게 되어서도 밥보다 김치를 더 먹는 아리. 후후후~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지!

 

아무튼 이 기회에 김치를 계속 잘 먹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