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78-라이온 슬레이

천마리학 2010. 7. 30. 19:03

 

  할머니랑 아리랑 578

 

*2010년 5월 30일 일-라이온 슬레이

 

 

어제저녁엔 할머니가 존아저씨랑 미시사가의 사쿠아 축제에 갔다가 밤 11시에 돌아왔더니 넌 엄마아빠 방에서 자더구나.

데려올까 하다가 그냥 뒀지. 엄마아빠의 잠을 방해할까봐서.

그랬더니 오늘 아침에 눈뜨자마자 할머니 방으로 온 아리가 할머니에 한 마디 하더구나.

“아이 웨잇 퍼 유! 할머니”

어제 저녁에 할머니를 기다리다가 엄마아빠 침대에서 잤다는 거다.

“오우, 그랬어? 가다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늦게 와서 미안해.”

그러고는 엄마아빠에게 존 아저씨의 선물을 전했지. 엄마에겐 손재봉틀, 아빠에겐 포도주. 엄마가 아리 옷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엄마를 위해서 재봉틀을 샀다는 거야. 그리고 지난번 아빠 생일을 위해서 준비한 포도주인데 그날엔 존 아저씨의 한국어 능력시험이 있었고, 그 다음엔 미국에 다녀오느라고 전할 시간이 없었지. 그리고 존 아저씨가 아리 본 지가 오래됐다면서 보고 싶댔어. 했더니

“웨어리즈 마이 기프트?” 하는 아리.

“오우, … … 아리 선물은 여기 있지.”

하고는 할머니가 재빨리 페스티발 입장권인 '여권‘을 주었지. 그랬더니 얼마나 좋아하는 지. 바로 엄마아빠에게 보이면서 자기 선물이라고 자랑을 하더니

“디스이즈 퍼 유, 디스이즈 기프트 퍼 할머니, 오케이?”

하면서 답례로 제 수첩을 할머니에게 선물이라고 내민다.

“오, 땡큐, 고마워 아리. 그럼 여기 싸인 해줘야지.”

“오케이,”

했더니 첫 페이지를 펼쳐 들고 제 이름 알파벳을 쓰기 시작한다. 제 이름 ‘ARI' 만 쓸 때는 그냥 저냥 봐줄만했는데 거기다 할머니이름 ‘CHUN', 엄마이름 'HANA' , 아빠이름 'PATRICK'을 쓰니까 온 페이지가 가득할 뿐만 아니라 낙서처럼 보이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낙서처럼 보이면 어때. 우리 아리가 선물로 준 것이 중요하고 싸인 했으니 됐지. 그렇지 아리?^*^

 

아빠가 허리를 삐끗해서 어제부터 불편한 상태인데, 엄마는 여전히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래서 점심은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아리랑 셋이서 차이나타운의 레스토랑에 가서 딤섬으로. 그리고 저녁 식사는 할머니가 특별히 만든 돼지고기 볶음으로.

그랬더니 엄마도 아빠도 아주 맛있다고 해서 할머니 기분이 최고!

아리야, 역시 네 아빠의 표현이 최고야.

할머니가 한국에 가면 돌아오실 때까진 우리 모두 굶어야 할 형편이라잖니.

저녁식사가 그렇게 맛있었다고 하는 거야.

 

 

 

 

멋을 부리는 아리!

운동화의 벨크로를 가위표로 붙이면서 '꽃'이라고 하는 아리,

 

 

 

기분 좋은 저녁식사 후, 아빠는 쉬기로 하고 우린 산책을 하기로 할까 하고 엄마가 테리팍스 공원에 가자고 하니까 아리가 노우! 그냥 집에서 놀겠다고 한다.

할머니가 말했지.

“그럼 우리 라이온 슬레이에 갈까?”

그동안 말로만 했던 라이온 슬레이. 할머니가 레이크 쇼어로 산책하다가 발견한 놀이터인데 커다란 사자 얼굴로 되어있는 미끄럼틀이 있고 그네도 있고, 또 미로가 있어서 꼭 한번 데리고 가려고 했던 곳. 그동안 주말마다 스케줄이 많아서 못 갔었지.

“오케이!”

아리의 눈이 빤짝, 라이온 슬레이엔 가겠다는 거다.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아리. 셋이서 밖으로 나와 테리팍스 파크 쪽으로 길을 틀자 라이언 슬레이에 가자고 하지 않았느냐고 아리가 묻는다. 라이언 슬레이에 가는 지름길이라고 했더니 순순히 따른다. 녀석! 깐깐하긴.

 

라이언 슬레이!

공원으로 들어서면서 먼저 발견하도록 유도하면서 찾아보라고 했더니 저만큼 보이는 라이언의 얼굴을 발견하고 소리치며 달려가는 아리. 두 개의 미끄럼틀을 번갈아가며 미끄럼을 타고, 그네도 타고, 미로게임도 하고… 얼마나 신나게 노는지, 머리밑에 땀이 송글송글 베고 온몸이 화끈거린다. 언제나 우리 아리 노는 건 정말 화끈하다. 언제나 할머니가 먼저 진이 빠질 정도다. 오늘이라고 다를까. 하지만 오늘은 엄마랑 함께 간 덕분에 할머니가 수월하고 엄마는 모처럼의 시간이 즐겁다.

토론토아일랜드가 100미터 정도의 호수 건너로 건너다 보이는 레이크 쇼어의 잔디밭에서 쉬다가 돌아오는데 피곤하다고 안아달라고 하는 아리. 할머니와 엄마가 번갈아가며 안고, 나중엔 할머니가 업고.

 

오늘 길에 일본 레스토랑 기레이 앞에서 엄마가 먹을까? 해서 먹고 가자했지. 할머니는 배가 안 고프지만 어차피 집에 가서도 엄마는 밤참을 먹어야하니까. 요즘 엄마가 그럴 때잖아. 엄마 뱃속에 아리의 동생이 크느라고. ^*^.

우동을 시키고 아리는 사과쥬스를 시켰지. 그런데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졸음에 오는 아리. 할머니 품에 안겨 시름시름 졸다가 음식이 나와서 쥬스를 마시고, 할머니가 떠먹이는 우동가락을 받아먹고. 국물도 받아먹고, 춥다고 해서 엄마의 세타를 두르고… 집에 올 땐 아예 엄마에게 안기고, 할머니 등에 업히고, 그러면서 골아떨어졌지.

 

잘 자라 아리!

 

좋아하는 '엔젤'을 가지고 데이케어에 가겠다고 해서 할머니와 또 논쟁 중이다.

며칠 전에도 손가락인형 '핑거바니'를 가지고 갔다가 스트리트 카 안에서 잃어버렸다.

할머니는 집에 두고 가라고 하고,

아리는 가지고 가겠다고 우긴다.

할머니가 "가지고 가면 지난 번처럼 잃어버릴 수가 있잖아, 그럼 어떡해? 아리가 가장 좋아하는 엔젤인데..."

그제서야 마지못해 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면서  현관 앞 마루 바닥에 자리까지 정해서 세워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