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73-It`s my color! 멋 내는 아리 5월14일 금,

천마리학 2010. 7. 18. 12:21

 

  할머니랑 아리랑 573

 

*2010년 5월 14일 금요일-It`s my color! 멋 내는 아리

 

 

오늘 아침, 아리가 또 한 번 엄마와 할머니를 웃게 했다.

It`s my color!

그 한마디 때문이다.

 

엄마의 출근시간에 맞춰 아리의 등교 준비를 해야 하는 할머니는 오늘 아침도 역시 바쁘다. 거의 매일 아침을 밥 먹는 일과 샤방샤방하는 일, 그리고 옷 입고 신발 신는 일로 아리와 작은 전쟁을 치루곤 한다. 조금씩 자랄수록 더 심해졌다. 8시가 되어서야 일어나게 되니 식욕이 없음도, 몸이 완전히 깨어나기도 어려운 것을 짐작하긴 하지만 그래도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들고보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바람에 아리가 어렸을 땐 8시 30분경이면 집을 나서던 것이 요즘은 9시경으로 늦춰졌다.

오늘 아침에도 할머니가 어젯 밤에 미리 프리스쿨에 입고 갈 옷과 양말을 침대 옆에 준비해놓았지. 할머니가 가끔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리가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입힐 수가 있었지. 물론 꾸무럭대고 해찰하고 딴전피우는 아리를 달래가면서… 이그!

“자, 이제 아래층에 내려가자. 엄마가 깜짝 놀라겠지? 그러고 나서 얼른 아침 먹고 자켓과 슈즈만 신으면 아리가 일등이잖아.”

1등, 그것이 아리를 유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리는 가끔 할머니나 엄마가 자기보다 먼저 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할머니가 냉장고 문을 열면 때를 쓰며 운다. 자기가 문을 열어야한다고. 또 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어떤 때는 자기가 자켓을 입기 전에 엄마가 자켓을 입고 이층에서 내려오면 떼를 쓰며 운다. 기어이 엄마가 자켓을 벗게 한 다음, 자기가 자켓을 입고나서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아리를 아침마다 등교시키는 할머니는 힘든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2층 침실에서 미리 옷을 입혀 내려온 것이다.

 

 

 

 

 

보세요, 머리에 물 발라서 모양내고

운동화도 짝짝이로 신고 멋을 낸 아리의 모습.

이게 자기의 색깔이라나요?

It`s my color!”

말하자면 자기 스타일이라 이거죠.

세살박이가!

 

 

 

엄마가 준비한 오늘 아침 식사는 크림스프와 토스트. 그런데 아리는 크림스프는 싫다고 하고, 토스트도 다른 건 싫고 쵸컬릿만 바르겠다고 하더니 그것도 할머니더러 발라달라고 한다.

토스트를 먹으면서도 베어 먹은 자리로 글자도 만들고 동물모양도 만들어가면서 느린 아리의 속도를 당기느라 애를 썼다.

먹다가 쵸컬릿이 입가에 묻은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웃고, 엄마는 웻타올로 닦아준다. 그런데 아리는 거부하며 운다. 닦지 말라는 것이다. 화장실로 달려가서 거울로 보고 싶어서다. 아리는 가끔 그런다. 얼굴에 뭔가가 묻어서 웃으운 제 얼굴을 거울에 비쳐보면서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샤워를 할 때도 할머니가 비누거품을 이용해서 만든 머리모양을 즐기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도 ‘U' 자를 만든다고 크게 베어 먹은 입 주변에 초컬릿이 묻어서 고양이 같다고 했더니 할머니 손을 이끌고 같이 가자고 한다.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고 큰소리로 하하하. 할머니가 얼굴을 씻어내려고 하니까 자기가 하겠다고 하기에 외출할 옷을 이미 입었기 때문에 옷이 젖지 않게 걷어주며 팔 동작을 가르쳐주다가 결국 할머니가 아리 손을 잡고 하게 되었다. 힘이 들어간 아리의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느라고 하다보니 그것 또한 장난이 되어 깔깔깔.

얼굴을 씻고 머리칼을 세워주었더니 “라이크 몬스터”하면서 좋아한다.

 

 

마지막 외출준비, 현관에서 엄마에게 제 머리스타일을 자랑하는 아리에게 할머니가 슈즈를 신기고 돌아섰는데, 그 슈즈가 발이 아프다고 하면서 저 스스로 아픈 쪽을 다른 슈즈로 갈아 신었다. 곁에서 기다리던 엄마가 똑같이 신으라고 하니까 하는 대답이

It`s my color!”

그리고는 가방도 메겠다고 옷장을 열고 가방을 꺼내 등에 맨다.

 

 

 

 

운동화 짝짝이로 신은 것 좀 보세요

^*^

 

 

 

 

 

“할머니, 아리가요 신발을 갈아신지 않겠대요.”

엄마가 할머니에게 이르는 시늉을 하자 아리는 할머니에게도 여전히 똑같은 대답이다.

“할머니! It`s my color!”

“아, 그게 아리 네 개성이라고?”

끄덕끄덕.

“어때, 그냥 둬라 그것도 아리의 개성인데…”

할머니는 못마땅해 하는 엄마에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놀랍다 아리.

벌써 개성을 찾다니. 진즉부터 머리스타일의 변화는 좋아했지만……

 

아리가 멋 내는 것 또 한 가지.

운동화의 벨크로(찍찍이)를 나란히 하지 않고 엑스로 붙이는 것. 그 모양을 ‘꽃’이라고 하면서. 요즘은 아침마다 운동화를 신을 때 발등의 찍찍이를 두 줄로 나란히 하지 않고 두 개를 가위표 모양으로 붙인다. 할머니에게 도와달라고 할 때도 한국말로 “할머니, 꽃 만들어 주세요”하고, 자신이 직접 했을 때도 할머니 ‘꽃’! 하면서 보여준다. 아주 기분 좋아하는 걸 보면 그 모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아리는 멋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