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70-방어의 첫꾀, 층계를 막다

천마리학 2010. 7. 8. 12:22

  할머니랑 아리랑 570

 

*2010년 5월 5일 수요일-방어의 첫꾀, 층계를 막다

 

 

 

후후후 정말 우리 아리 귀엽다.

오늘아침엔 또 하나 꾀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우리 아리.

아침마다 밥 먹기, 샤방샤방하기(이닦기), 옷 입기, 신발신기… 등, 아리는 그저 놀기만 하려고 해서 엄마와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하여 겨우 할 때가 많은데, 오늘아침도 마찬가지.

아침마다 벌이는 할머니와 아리의 작은 전쟁.

 

오늘아침엔 다른 날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일어났다. 8시 30분에 일어났으니. 그 탓인지 오랜만에 씨리얼을 먹겠다고 하더니 먹는 둥 마는 둥 헛눈만 팔고, 샤방샤방은커녕 옷도 입지 않으려고 해서 할머니가 특별히 더 애를 먹었다.

달래고 유도해도 막무가내.

그 사이에 엄마는 준비 끝내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도 아리는 딴전이다. 할 수 없이 할머니가 ‘엄마 혼자 가거라’했더니 떼를 쓰면서도 계속 딴전이다.

이번엔 엄마가 옷까지 다 입을 걸 또 트집이다. 엄마가 일등한 것이 화가 난다는 것. 아직 신을 안 신었으니 빨리 샤방샤방하고, 옷 입고, 신 신고... 그러면 아리가 일등할 수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씨리얼도 두어 숟갈 뜨다 만 상태다.

할머니가 아리를 달래어서 겨우 식탁에 앉아 씨리얼을 먹던 아리. 그때 마침 엄마가 잊은 것이 있어서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아리가 갑자기 할머니를 이끌고 층계 앞에 서게 하더니,

“유, 스탠딩 히어!”

하고는 제 방으로 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서서 살피고 있었는데 아리가 제 방에서 제 의자를 들고 나와 층계의 맨 아래 층계 앞, 할머니 옆의 바닥에 놓는다. 말하자면 층계 입구를 막은 것이다.

 

 

 

아빠 목마 타고 말 구경.

어떤 기사들은 일부러 아리 앞에 가까이 와서 말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서 말을 만지게도 해준다.

 

 

 

 

“아하!”

그제서야 알아차린 할머니가

“엄마 못 내려오게 하려고?”

했더니 다시 식탁에 앉아 씨리얼을 먹으면서 끄덕끄덕, 할머니를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으라고 한다.

방어선을 치는 꾀를 보인 아리, 후후후 할머니의 웃음이 터졌다.

영문을 모르는 엄마가 다시 내려왔을 때 아리가 ‘오, 노우 노우!’ 내려오지 말라고 손짓하며 펄펄 뛴다.

결국 엄마가 입었던 윗옷을 벗고서야 일을 해결했다. 오, 고집쟁이 아리!

 

요즘도 아리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요일체크를 하며 ‘고우 투더 데이케어?’하고 묻는다. 데이케어를 가는 날이냐고 확인한다. 언제가 세터데이냐고 묻는다. 그러면 할머니는 열심히 한국말로 손가락을 펼쳐 월, 화, 수, 목, 금 그리고 토, 일요일이라고 설명한다. 토요일이라는 말이 나오면 아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는 표정을 한다. 혹시 몰라서 데이케어에 가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렇진 않다고 대답하는 것이 다행이다 싶다. 아직은 데이케어에 가는 것도 좋고, 주말에 다른 곳에 가서 노는 것도 좋아하는 의미니까.

한편으론 가엾기도 하다. 날마다 데이케어라는 한정된 곳에 가서 규정된 시간과 규정된 놀이로 하루를 보내야한다는 것이. 어린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하는 대안학교를 생각하게 되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운 문제인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말 좋은 교육은 어린아이들을 묶어두지 않는 것일 텐데…

아직도 규칙적인 것을 가장 싫어하는 할머니 자신을 생각하면 저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까 싶고, 또 저렇게 정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에 빠지면서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