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65-쎄,쎄,쎄… I will fix 할머니!

천마리학 2010. 6. 13. 00:18

 

     할머니랑 아리랑 565

 

*2010년 4월 15일 목요일-쎄,쎄,쎄… I will fix 할머니!

 

 

 

오늘은 할머니가 아리를 픽업하는 날.

아침에 아리랑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했지.

그런데 할머니가 아팠단다.

요즘 시간에 쫒겨서, 하긴 늘 시간이 없어 쩔쩔매지만, 오늘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아끼느라 작업에 열중하느라 늦어진 점심, 될 수 있는 대로 2층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줄이려고 노력하느라고 2층에서 할 일과 1층에서 할 일들을 분류하여 몰아쳐서 해결하곤 하는 할머니.

오늘은 간식거리로 대충 떼워가며 일하다보니 4시경에야 점심 먹으러 1층으로 내려왔는데, 때마침 엄마로부터 아리를 픽업하는 걸 확인하는 전화까지 왔었지.

늦은 점심을 먹고 쉬엄쉬엄 떠날 준비를 하는데 왠일인지 할머니 배가 아픈 거야.

갑자기 비트는 듯한 통증이 몇분 간격으로 찾아오는데 배가 꼿꼿해지는 느낌이어서 위경련이라고 짐작했단다. 며칠 전에도 그런 증상이 있어서 잠시 허둥댔는데 다행히 곧 사라졌었는데… 아프지 않는 할머니인데 요즘 왠일인지 모르겠다. 아마 늙느라고 그런가봐.^*^

 

 

 

 

물 연필로 알파벳을 쓰는 아리.

요즘은 제법 알파벳 모양이 가추어지고 있다.

또 제 이름은 물론, 엄마이름, 할머니이름, 아빠이름을 모두 쓴다.

 

 

 

 

 

집을 나서면서 설마 많이 아프기까지 하려고? 하면서도 은근히 걱정이 되는 거야. 가다가 심해지면 어쩌나 하고. 그래서 운동 삼아 걸어가려고 했던 처음생각을 접고 많이 망서린 끝에 스트리트 카를 타고 가기로 했단다. 그런데 스트리트 카를 타고 가는데 계속해서 통증이 오는 거야. 손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견뎠단다.

차이나 타운을 지날 때 쯤 마침 할머니의 자켓 포켓에 한국에서 가져온 한방 소화제 반쪽이 있어서 그걸 먹었지. 스파다이나 스테이션에 도착할 무렵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은걸 느꼈어.

아리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고는 ‘그랜마~’하면 달려와 안기는 아리!

실내로 들어가 마무리하고 함께 서브웨이를 타러 지하로 내려가는데 멎었던 통증이 다시 시작되는 거야.

몇 분 간격으로 오는 통증, 통증이 올 때마다 허리를 구부리고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지. 그런데도 넌 할머니가 아픈 것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스탠덥 할머니!’하며 일으켜 세우며 제 이야기하기에 바쁜 거야.

통증을 견디느라고 감고 있는 할머니의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올리면서 ‘오픈 유어 아이즈!’를 하지 않나, 요런 맹랑한 녀석!

“아리, 할머니가 아파서 그래 ”

쎄인트 죠지 스테이션에서 탄 서브웨이 안에서 또 통증이 와서 구부리고 견디고 있으면서 말했더니,

“아, 유, 괜찮아 고우백 홈 에프터 슬립”(집에가서 자고나면 나아요.)

“지금 아파”

그랬더니 얼른 손으로 할머니 배를 슬슬 문지르면서 ‘쎄, 쎄, 쎄’하더니

“오케이? 할머니, 괜찮아”

스트리트 카 안에서 할머니 무릎에 앉아 있는 아리에게 할머니가 물었지.

 

 

 

입으로 중얼중얼~

열심이다.

물연필의 물이 마르면 저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물을 채우기도 한다.

많이 컸다.

 

 

 

“아리야, 할머니 많이 아픈데 어떻게 할 거야?”

“…………?”

“할머니가 많이 아파서 죽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아이 윌 픽스!”(내가 고쳐줄 거예요.)

“어떻게?”

“아임어 닥터. 앤 아이 윌 픽스!”(난 의사예요, 할머니를 고쳐줄 거예요)

“아리가 의사돼서 할머니를 고쳐 준다고?”

끄덕끄덕.

“고마워라. 아리! 그래 아리가 훌륭한 의사가 돼서 나중에 할머니 아프면 아리가 고쳐다오”

끄덕끄덕.

“한국에 있는 큰할아버지도 의사야.”

끄덕끄덕. 그러더니

“아 유 해피?”

이번엔 할머니가 끄덕끄덕. 그제서야 환하게 밝아지는 아리.

할머니가 아픔이 어떤 건지, 죽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모두가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아리! 모두가 행복하다는 대답을 들어야 마음이 즐거워지는 아리.

 

우리가 집에 막 도착해서 얼마 안 되었는데 마침 네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왔고, 할머니를 위해서 네 아빠가 약차를 타주고 소비에 가서 약도 사오고… 그래서 할머닌 곧 나았단다.

그래도 이 다음에 할머니 아프면 아리가 고쳐줄 거니까 할머닌 걱정 안 해도 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