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62-첫아리방 잠자리 그리고 미녀와 야수!

천마리학 2010. 6. 3. 07:14

     할머니랑 아리랑 562

 

*2010년 4월 5일 월요일-첫아리방 잠자리 그리고 미녀와 야수!

 

 

 

오늘은 엄마아빠가 1층의 아리 방에 처음으로 아리의 이부자리를 준비했다.

새 요, 새 이불에 새 벼게, 한식으로 했다.

엄마아빠사이에 누워서 아리가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른다. 엄마아빠도 엄청 행복해한다. 할머니는 알지. 엄마아빠의 기분을, 자식 낳아 기르면서 시도하는 첫 일들! 그때마다 느끼는 행복감!

네 엄마를 기를 때 할머니도 그랬단다.

그런데 아리가 엄마아빠 사이에 누워서 할머니를 불러댄다. 빨리 오라는 것이다. 아빠와 아리 사이의 비좁은 틈을 아빠를 밀어내고 공간을 만들어서 할머니 자리라는 것이다.

오, 땡큐!

아직까지는 최소한 ‘안동방아꽁이’는 아닌 모양이구나!

 

‘안동방아꽁이’?

외손자를 기르는 할머니의 수고가 본정 없이 헛되다는 의미란다^*^

정말 그렇게 되면 섭섭하겠지?

하지만 어때? 그걸 바라고 아리를 보살피는 것이 아니니까.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기만 바랄 뿐이란다.

 

 

 

 

아리가 좋아하는 말 그림 퍼즐,

꽤 어려운 편이긴 하지만 제법 잘 맞추어 나간답니다.

 

 

 

 

 

오늘부터 아리 혼자 자도록 하려고 엄마아빠가 시도해본 거야.

그런데 새 이부자리에 기분이 들떠서 그러겠다고 한 아리가, 굿나잇! 하고 엄마아빠 모두 2층으로 올라가고 할머니혼자 남아 식탁에서 마지막 신문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리가 할머니를 부르는 거였어. 할머니와 함께 자자고 하는 거야.

아리 혼자 자라고 했더니 할머니랑 같이 자자고 주장하다가 결국은 다시 2층의 할머니 방으로 올라왔고, 올라와서는 늘 그러듯이 잠들기 전의 비디오 워칭을 시작했지.

할머니 생각에는 아무래도 혼자 자게 하는 것이 빠른 것 같아. 엄마아빠도 동감이겠지. 서서히 시작해보는 것일 거야.

 

4월 들어서부터 할머니는 아리에게 비디오 ‘Beauty and Beast(미녀와 야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Alice in wonderland(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반복해서 보였는데 이번에 슬쩍 ‘미녀와 야수’로 바꿔봤다.

그런데 혹시 아리가 무서워하지 않을까 염려했었다. 아리는 확실하게 자기의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추측하기를 아리가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 엄마나 할머니가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 아리는 자신의 좋고 안 좋음이 분명해서 절대로 엄마나 할머니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원칙이 오래 지켜지고 있다.

동물 중에서도 말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마이 페이브릿 에니멀’이라고 하면서 말을 가장 좋아한다. 그런 할머니의 염려는 기우였다.

 

‘미녀와 야수’를 보여주면서도 행여 무서워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처음엔 매우 긴장된 모습으로 뚫어져라 집중해서 보더니, 무서운 장면이 나오니까

“오우, 몬스터!”

하면서 더욱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질문도 많고, 비디오보기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면 으레 할머니에게 반복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무슨 얘기해 줄까?”

“몬스터!”

“오케이, 할머니 이야기 들으면서 잠 들려고?”

끄덕끄덕!

2살 때까지만 해도 할머니가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들었는데 지금은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든다.

 

 

 

 

다른 여념이 없습니다.

빵을 먹는 일도, 퍼즐 그림 맞추기도 다 잊었습니다.

곁에 있는 호랑이 퍼즐 그림카드는 조각이 아주 자잘하고 세밀하고, 한자가 있어서 한자를 모르면 맞추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그런데도 아리는 할머니가 처음 맞추는 걸 보고는 이내 따라 하더니

이젠 그것도 선수가 되었습니다.

 

 

 

아리는 비디오를 몇 번 반복해서 보다보면 이야기의 줄거리를 대충 이해하게 되어 도중에 “Why?” 하고 묻는 질문의 횟수가 줄어든다. 그리고는 왕자가 바로 몬스터였다는 것을 이해하자마자, “아이 라이크 몬스터!” 하는 것이다.

또 마술에 풀려 왕자로 변신하여 벨라와 포옹하는 장면이 나오면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할머니를 돌아보며 품에 안긴다.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모른다.

“아리, 행복하니?”

그러면 끄덕끄덕, 오, 귀여운 아리.

 

가끔 <프린세스 브라이드>를 보자고도 한다. 여러 번 조르기에 도서관에서 빌려지면 보자고 약속해놓은 상태이다.

“그런데 프린세스 브라이드에 나오는 누나 이름이 뭐드라?”

“음, 버터 컵.”

“그리고 또 누가 나오지? 할머니는 모르겠네”

“웨슬리!”

“맞어, 웨슬리. 그리고 또 누가 나오더라...?” 하며 생각하는 척하면, 아리도 기억을 떠올리는 시늉을 하다가,

“뚱뚱 아저씨!” 하고 대답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스토리를 기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