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60-Terry Fox Park와 상처투성이 아리!

천마리학 2010. 5. 29. 02:20

      할머니랑 아리랑 560

 

 

*2010년 4월 4일 일요일-Terry Fox Park와 상처투성이 아리!

 

 

엊그제 금요일부터 시작된 이스터 할리데이 덕분에 오늘까지 쉬는데, 그래서 엄마아빠는 밀린 집안 일 정리하고 처리해서 좋은데, 또 할머니도 아리랑 산책도 하고 노는 시간 많아서 좋은데…… 한 가지, 딱 한 가지 안 좋다!

뭘까?

아리가 요리조리 일하는 엄마아빠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다가 다치는 것.

오늘 두 군데 다쳤지. 식탁모서리에 뺨을 찧어서 살짝 푸르스럼하게 멍이 들었고, 할머니와 스네이크 놀이를 하다가 룰러에 손가락을 벤 것. 왼손의 넷째 손가락과 새끼손가락 사이. 빨갛게 피가 베어나오자 겁을 먹고 울어버린 아리, 아빠가 소독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서 처치했지만 할머니가 속도 아프고 미안했단다.

 

아리가 아빠가 쓰는 룰러를 빼앗아 가지고 놀다가 기어이 줄을 뽑아버려서 고장을 내었지. 그 줄을 가지고 층계를 오르락내리락, 거실을 왔다갔다 돌면서 할머니가 그 끝을 밟게 하는 놀이였지. 한 순간 할머니 머리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 손가락을 벨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면서 살짝 밟았는데 그만.

으!! 속상해!!

 

 

 

Terry Fox Park의 얼굴모습이 있는 조형대 앞.

아리의 시선은 멀리 있는 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른 봄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해 같으면 이번 휴가에 몬트리올에 갔을 텐데, 엄마아빠의 일이 많아서 포기했지. 몬트리올의 따따 쟌과 똥똥 달랏이 매우 섭섭해서 전화로만 주고 받았지. 우리도 모두 섭섭해.

그래도 할머니와 아리는 이번 휴가에 Terry Fox Park 공원에도 가고 뮤직가든에도 가고 베써스트 스트리트도 산책했지. 아리는 자전거 타고.

 

테리 폭스 공원엔 지난 목요일에 처음 왔었고 오늘이 두 번째이다. 2층의 엄마아빠방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공원이지만 아직은 입주가 다 되지 않았기 때문에 찾는 사람 없이 항상 한산한 모습이다.

정상부근에 빨간색 보트가 있는 곳이 가장 재미있는 곳이다. 보트 안에 들어가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들락날락하면서 논다. 또 손에 잡힐듯 가까운 고속도로의 쌩쌩 달리는 차들과 쭉쭉 뻗어있는 길, 온타리오 호수의 풍경, 건너다 보이는 센터 아일랜드 등 시야가 시원하다.

 

<테리폭스> 공원이라고 알려주고 설명을 해주었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어우(여우)’ 한다. 에니멀 여우? 아니, 사람 이름이야. 다리가 아우이 했는데 달리기를 해서 사람들을 도왔지. 저기 저 사진이야 하면서 높이 걸려있는 테리폭스의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을 했더니 씨익 웃는다.

“오우, 노 에니멀!”

공원의 빨간 보트에서 준비해간 우유, 사과를 먹는다. 아주 잘 먹는다.

 

뮤직가든으로 갔다. 작년 여름 이후 처음이다. 호수가라서 바람이 불어 아리에게 할머니의 속점퍼를 벗어 입혀주었다. 밀크를 달라고 했지만 없으니까 집에 가서 먹기로 하자고 달래고 나서 대신 바나나와 빵을 먹였다.

 

 

 

Terry Fox Park의 조형물 앞을 달리는 아리.

오돌토돌한 자갈동의 촉감이 좋은 모양입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왔다갔다 했습니다.

 

 

 

 

이번엔 기차를 보고 싶다고 한다. 베써스트 스트리트로 들어갔다.

철길이 있는 다리 위까지 가자 다리가 아픈지 자전거에서 내리더니

“할머니 홀드 잇!” 한다.

“와이?”

“아아 원트 워크, 소우, 할머니 홀드 잇, 오케이?”

할머니가 자전거를 높이 드는 시늉을 했더니 아리가 “와이?” 하고 물었다.

“아리가 안탄다고 하니까 버리고 가려고. 할머니 힘들거든, 저 아래에 던져버리려고, 할머니 힘들거든.”

갑자기 “오우, 노우, 스톱잇!” 하더니 자전거를 뺏다시피 해서 얼른 올라타는 것이다. 후후후 작전성공^*^

 

기차를 기다렸지만 기차가 오지 않아 그냥 걷기로 했다. 가다가 기차가 오면 보여주기로 하고.

베써스트 스트리트를 꺾어져 프론트 스트리트로 들어섰을 무렵 지루한 모양이다.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지금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자전거를 타다 말다, 걷다 타다…를 반복하며, 장난치며 돌아왔다.

 

아리가 자라니까 힘이 더 들기도 하고 덜 들기도 하다.

아리가 자라니까 활동범위가 커져 위험 요소도 많지만, 의사소통이 더 잘 되어 좋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