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59-벌금25달러, 억울해!

천마리학 2010. 5. 26. 06:23

      할머니랑 아리랑 559

 

 

*2010년 3월 30일 화요일-벌금25달러, 억울해! 신나는 아리의 춤 솜씨!

 

 

엄마가 저녁에 그러는데 며칠 전 할머니가 스트리트 카가 밀려서 픽업시간 늦었던 것에 대해서 벌금 25달러라고 하는 거야. 9분 늦었었대. 어이없어. 그럼 스트리트 카에게 할머니도 벌금을 요청해야겠지?^*^

캐나다에서 살아보니 그 점도 한국과 다른 점이야. 스트리트 카가 늦어도 안내방송도 없고 스트리트 카 쪽이나 손님 쪽이나 항의하거나 독촉하는 법도 없고 미안해하거나 화를 내는 일도 없이 그저 묵묵히 다시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지난 겨울, 할머니가 더 비치스에 갈 때도 경험했지. 갑자지 전기선이 끊어져 있어서 스트리트 카가 멈춰 섰는데 화내는 사람도 없고, 일을 서두르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결국은 할머니는 라인댄스 크라스에 40분이나 늦었었지.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모르겠다.

 

 

 

거울 보며 춤추는 아리

 

 

그건 그렇고,

어땠거나 우리집은 행복하다.

할머니가 저녁 식탁을 준비하는 동안에 놀이방에서 일찍 퇴근해온, 아니지, 제 시간에 퇴근했지. 요즘 계속 회사 일이 바빠서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왔으니까.^*^ 아빠랑 전자올갠을 켜고 놀던 아리가 갑자기 할머니 할머니하고 달려오며 소리친다.

“할머니, 컴, 컴, 아이윌 쇼유.”

하고는 할머니 손을 끌고 놀이방으로 간다. 루돌프 사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왜그래?”

“할머니, 루돌프 사슴 토, 빨간 코 루돌프! 씨, 씨, 아이 윌 쇼 유.”

루돌프사슴의 캐럴송이 나오니까 지난 겨울 한동안 루돌프 이야기로 보냈던 기억이 상기되면서 신이 난 것이다.

“오, 정말, 루돌프 사슴이구나.”

그런데 이번에는 아빠가 키를 바꾸어 클레멘타인이 흘러나온다.

“이건 뭐지? 무슨 노래지?”

“아이 던 노우”

“와이 아이 던 노우? 잘 들어봐. 아이 던 노우 하지말고.”

했더니 찬찬히 귀 기울이는 시늉을 하다가 아,

“클레멘 타인!” 한다.

“그렇지, 와우, 우리 아리가 정말 다 맞추는구나아~”

손뼉을 치며 온통 거울인 벽장의 유리문에 제 모습을 비춰보며 온갖 몸동작으로 춤을 추는 아리. 엄마아빠 할머니 모두 그 모습에 취하여, 행복에 취하여 저녁식탁이 행복이 그득하단다.

 

 

 

엄마아빠도 함께 춤을.

아리가 요즘 좋아하는 노래 '클레맨타인'을 랄랄라로 부르며 춤을 춘다.

춤을 추다가 흥에 겨우면 이렇게 갑자기 뛰어들기도 한다.

 

 

 

 

아리는 가끔 할머니가 말이 없거나 저 자신이 뭔가 할머니 말을 안 들었다 싶으면 묻는다.

“아유 해피?”

“노우.”

하면 이내 걱정스럽게 소리친다.

“오우 노우, 와이 안 해피? 아이 원트 할머니 해피. 할머니 아이 원트, 아이 원트 해피…”

매우 걱정스러워하면서 할머니 빨리 해피해지라고 재촉한다.

그래도 할머니가 표정을 바꾸지 않으면 갑자기 ‘하하하’ 하고 익살스러운 웃음을 짓고 나서 다시 묻는다.

“유, 해피?”

“할머니가 행복하길 바라니?”

“예쓰, 아이 워너 할머니, 엄마 앤 아빠, 아리 해피!, 아유 해피?”

“응, 할머니 해피해.”

“와이?”

요녀석 좀 보게, 꼭 되짚어 묻는다니까.

“아리가 말도 잘 듣고 행복하게 해주니까”

이 소리가 듣고 싶어서다. 그 말을 듣고서야 행복에 대한 아리와의 대화가 끝난다.

이런 우리 아리 앞에서 어떻게 우리 식구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니?

땡땡큐!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