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56-엄마는 필라델피아 행!

천마리학 2010. 5. 16. 04:51

      할머니랑 아리랑 556

 

 

*2010년 3월 23일 화요일-엄마는 필라델피아 행!

 

 

오늘 아침부터는 할머니가 아리를 데이케어에 데리고 갔다. 엄마가 필라델피아의 학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미국으로 떠났기 때문.

 

할머니 손을 잡고 의기양양(?)하게 스트리트 카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아리.

“아이 윌 썸씽 퍼 유!”

수시로 이 말이 아리의 입에서 나온다. 찬바람이 쌀쌀하지만 아리는 할머니 손을 잡고 제 딴에는 스트리트 카 타는 방법을 할머니에게 설명해주면서 할머니더러 제 손을 놓치 말라고 이른다.

“아리가 알려줘야 해, 할머니는 모르니까, 알았지?”

그럴 때마다 대담한 의무감을 표시하는 아리.

 

스파다이너 스트리트의 종점에서 서브웨이를 갈아 탈 때는 제법 할머니를 안내하면서 팔을 힘주어 이끌기고 하고 잡아당기면서 저지하기도 한다. 계단을 오르내리고,플렛 홈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안의 통로를 지날 때마다 ‘히어, 할머니, 히어’ 하기도 하고, ‘노우, 데어!’하며 잡아끌기도 한다.

 

데이케어에 들어가서도 아메쉬와 니콜라(?)가 이미 차지하고 있는 기차놀이에 끼어들고 싶어서 할머니의 응원을 청한다. 보아하니 그 친구들은 아리보다 몇 개월씩 빠른 아이들이었다. 혼자서 끼어들어보라고 하니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할머니손을 끌면서 할머니가 해주기를 바란다. 니콜라가 유 아 낫 마이 프랜드! 하는 소리를 듣고 할머니가 사태를 대충 짐작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와이 아리 이즈 낫 유어 프랜드? 레츠 플레이 투게더’ 하며 상자를 뒤적여 남아있는 기차장난감을 찾아내어 아리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리가 할머니의 응원에 힘 입어 눈치를 보며 꽁무니 쪽에 끼어들었다. ‘유아 낫 마이 프랜드!’ 아리도 지지않고 대꾸했다. 할머니가 호응을 하며 아리의 놀이를 도와주자 점점 할머니의 입김이 친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아메쉬가 먼저 ‘아리 이즈 마이 프랜드!’하고 반응을 보이더니 아리 쪽으로 다가가 가지고 놀던 기차 몇 칸을 떼어준다. 아리가 힘을 입어 철도를 점령하고 기차칸을 늘이고… 금새 아리의 세력이 퍼져나갔다. 이젠 됐다 싶었던지 아리가 ‘할머니, 유, 고우!’ 한다. 할머니더러 이젠 됐으니 가라는 것이다. 웃음이 나왔지만 참았다. ‘정말?’했더니 바라보지도 않고 ‘바이 바이!’하는 아리. 요런 깜찍한 녀석을 봤나!

“오케이, 할머니가 이따 저녁때 데리러 올게, 알았지 아리?”

“오케이, 바이바이!”

 

 

 

팬티를 뒤집어 쓰고 다 쓴 화장지의 봉을 입으로 불면서 몬스터 흉내를 내는

아리의 얄궂은 모습!

 

 

 

저녁 때 데리러 갔더니 아메쉬가

“할머니 방구!”

하며 먼저 말을 걸어온다. 아리가 어느 새 친구들에게 ‘할머니 방구’하는 말을 유행시킨 것이다.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아리가 하는대로 따라한곤 한다.

 

중국계의 아이가 손에 스티커들을 들고 있었다.

아리가 스티커를 갖고 싶어했다.

“웟추어 네임?”

“마이클”

“오, 마이클, 굿 네임. 드유 라이크 스티커?”

“예쓰.”

옆에서 아리가 지켜보는 것을 본 마이클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위세를 느끼는 것이 역력하다. 슬그머니 스티커 한 장을 떼어서 아리에게 준다. 받아든 아리가 제 슈즈의 콧등에 붙인다. 그러고 보니 다른 몇몇 남자 아이들이 슈즈의 콧등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아리는 또 그것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땡큐, 마이클. 유아 베리 빅 보이!”

저만큼 돌아가던 마이클이 다시 와서 아리에게 또 한 장의 스티커를 또 떼어준다. 할머니의 칭찬으로 마음이 동한 것이다. 아리는 신이 나서 받아 이번에는 제 손등에 붙인다.

“세이 땡큐, 아리.”했더니, 아리가 “땡큐!”한다.

마이클도 기분 좋아한다.

마이클은 키도 크고 보아하니 최소한 1년은 더 큰 아이였다.

 

서브웨이와 스트리트 카를 갈아타며 돌아오는 길에도 종알종알, 무척 행복해하는 아리. 가끔씩 할머니의 뺨에 얼굴을 부비기도 하면서 행복함을 표현한다. 할머니는 더욱 행복하다.

현관에 들어서면서 ‘마미!’하고 부르더니 이내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물었다.

“웨어리즈 엄마?”

“필라델피아”

“오우!”

오우하고 말 할 때의 아리의 표정과 억양은 참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