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45-지우누나네랑 몽골리안 그릴에서

천마리학 2010. 4. 16. 01:30

 

 할머니랑 아리랑 545

 

 

*2010년 2월 27일 토-지우누나네랑 몽골리안 그릴에서

 

 

오랜만에 지우누나를 만나는 날, 다음 달에 지우누나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함께 식사라도 하기로 한 날. 몽골리안 그릴에서 점심을.

간밤에 불면증으로 또 한숨도 못 잔 할머니는 혼자 남아서 잠을 자기로.

 

손에 공룡을 들고 들어오는 아리. 계속해서 손가락을 눌러 픽픽 소리와 함께 거품이 나온다. 지우누나의 선물이란다.

또 지우누나가 물려준 슈즈를 온종일 실내에서 놀며 신고 벗을 줄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만났을 때 지우누나도 많이 달라져있더라고 했다. 활발하고 씩씩하던 지우가 얌전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말도 제대로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새삼스럽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오후에는 또 존아저씨가 왔다.

5시에서 7시까지 비즈니스 룸에서 엄마와 번역작업을 하는 동안 할머니는 엑서사이즈 룸에 가서 운동하고 돌아왔더니 벌써 엄마랑 존아저씨가 돌아와있다.

아리는 존 아저씨만 오면 신이 난다. 함께 놀아주니까.

엄마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존아저씨와 놀고, 저녁을 먹으면서도 장난치고, 식후에는 더더욱. 놀이는 끝나지 않는다.

 

 

 

 

아리는 자기의 옷가지를 직접 챙깁니다.

그리고 스스로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집합니다.

지금도 장갑과 모자 그리고 목도리가 있는 서랍을 열고 챙겨입고 있는 중이랍니다.

 

 

 

 

“올림픽이 어디서 열리지, 아리?”

하고 물으면 여러 번 알려주면서 기억해두라고 일렀는데도 곧잘

“아이 던 노우.”

하는 아리. 매사에 자신이 모르거나 생각이 안 나면 ‘아이 던 노우’ 하고, 또 말이 어려워 표현하기 어려워도 ‘아이 던 노우’ 해버린다.

“생각해봐 아리, 할머니가 알려줬잖아”

하면 그제서야 눈을 깜빡깜빡, 생각하는 시늉을 하다가

“뱅카아-부”

하고 장난 섞어 말한다. 처음에 가르쳐주었을 때 뱅쿠버를 '뱅카부' 라고 발음하는 것이 귀여워서 웃었더니, 그렇게 하면 할머니나 엄마가 재미있어하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더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요즘 아리는 거의 모든 말을 장난으로 지어낸다.

한동안 아꾸따까꾸따…… 피피빠타카타방구…… 하더니, 이제는 거의 모든 질문을 장난을 섞어 끝을 뭉개버린다.

“자, 따라서 해봐, 가나다라마바사” 하면

“가나다라마바똥.”

“아에이오우”하면

“아에오오오어흥” 해버린다.

 

뱅쿠버에서 폐막하는 올림픽 폐막식을 볼 때쯤, 할머니와 아리는 지쳤다.

할머니와 아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