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46-할머니의 사자이야기

천마리학 2010. 4. 17. 17:31

 

 할머니랑 아리랑 546

 

*2010년 3월 2일 토-할머니의 사자이야기

 

 

요즘 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가 몬스터에서 라이언 스토리로 옮겨졌다. 물론 이것도 할머니 창작.

“사자가 배가 고파서 사냥을 가야하는데 기운도 없고 귀찮아져서 꾀를 냈지. 문밖에다 ‘사자어른이 아프다’ 써 붙였거든. 그랬더니 토끼가 지나가다 그걸 보고 똑똑똑, 노크를 했지.”

아리의 눈이 반짝 반짝.

“앉아있던 사자가 얼른 침대에 누워서 아픈 척 목소리를 바꾸어서 누구냐아? 하고 물었더니 토끼예요 했지. 사자가 응 그래 어서 들어 오너라 내가 몸이 아프구나. 들어와서 내 팔좀 주물러라 말하면서 속으로는 으음, 토끼를 잡아먹으면 맛있겠지? 흐흐흐 하고 웃었지. 그런데 토끼가 문을 열고 한 발을 들여놓다가 멈추어 서서 사자님 어디가 아프세요? 했어. 사자가 여기 어깨가 아프구나 어서 들어와서 팔좀 주물러라 했더니 토끼가 아, 사자님 그러세요? 사자님, 그럼 제가 가서 다른 친구들을 많이 불러서 함께 올게요 했지. 사자가 생각해보니까 토기 여러 마리가 오면 더 배가 부르겠지. 좋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음 그렇게 해라. 어서 가서 빨리 친구들을 데리고 오너라 했지. 토끼가 녜 알겠습니다 사자님 하고 토끼는 문밖으로 나와서 빨리빨리 달려서 숲속으로 도망을 갔지. 왜 그랬을까?”

그러면 아리는 쉽게

“아이 던 노우.” 해버린다.

“왜 아이 던 노우야? 잘 생각해 봐.” 하면 눈을 깜빡깜빡 하다가

“사자, 잡아먹어 토끼.” 한다.

아리는 한국말이 서투니까 표현하기 까다롭다고 생각되면 그만 아이 던 노우를 해버린다.

“그렇지, 아유 우리아리가 아는구나. 사자에게 잡아먹히니까 그렇지”

“사자가 토끼가 왜 안 오지?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엔 사슴이 지나가게 됐어”

“노우, 할머니 노우 사슴. 달람쥐”

 

 

 

사자대신 호랑이 모자이크!

이건 작년 여름 엄마가 호주에 2달간 연구차 다녀올 때 사온 선물

맨처음 할머니가 맞추는데 성공!

물론 아리랑 협동작전.

한 번 한 다음부턴 아리가 제법 익숙하게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I did it!!!

아리의 환호성이 통쾌하다.

 

 

 

 

할머니 이번에 사슴이 아니라 다람쥐예요 하는 의미다. 처음에 이야기 해 줄 때의 동물들 순서가 맞지 않으면 꼭 지적을 하곤 한다. 맨 처음 이야기 해줄 때 토끼, 다람쥐, 사슴, 원숭이… 었다. 그러면 중간에 아리가 좋아하는 동물 이름을 대며 끼워 넣어 달라고도 한다. 이를테면 말, 그 다음엔 소… 이렇게.

그런데 할머니가 매일 밤 이야기 할 때마다 동물의 이름을 순서를 바꾸면 지적하고 또 아리가 좋아하는 말을 넣지 않으면 말, 하고 말하기도 한다.

“오, 그렇구나. 좋아. 이번엔 소가 지나가다가 써 붙인 걸 봤지. 어. 사자가 아프다고? 문병을 안 할 수도 없고. 똑똑똑 문을 두드렸지. 배가 고픈채로 기다리며 앉아있던 사자가 얼른 침대에 누우며 아픈 목소리로 누구냐아 했지. 소예요. 오, 소? 음 소를 잡아먹으면 맛이 있겠지. 소는 크니까 배도 많이 부르겠지 하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졌어. 그래서 어서 들어오너라 지금 내가 아프다 했어. 소가 문을 열고 사자님 어디가 아프세요? 하고 물었지. 온몸이 아프구나 어서 들어오너라 했지. 소가 생각했어. 아차 들어가면 사자에게 잡아먹히겠지? 큰일났다 하고. 그래서 한발만 들여놓고 서서 아, 그러세요? 사자님 사자님, 그러면 제가 집에 가서 우유를 가져올게요. 우유를 마시면 금방 몸이 좋아질거예요. 그랬더니 사자가 오, 그래? 그럼 어서 가져오너라 했지. 우유가 어디서 나오지? 아리?”

“아이 던 노우.”

“왜 몰라. 아리 너 우유 먹어 안먹어?”

“먹어”

“그 우유를 누가 만든다고 했지?”

“음, 소.”

“거봐, 알면서?”

하면 염치없는 듯 씨익 웃고 나서

“앤” 할머니?“ 하고 이야기 재촉이다.

“사자는 이번엔 소랑 우유랑 다 먹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아졌어. 소가 그럼 제가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했더니 사자가 그래 얼른 다녀오너라 했어. 소가 밖으로 나와서 또 빨리빨리 달려서 숲속으로 도망을 갔지.”

“Why?"

이번엔 아리가 선수를 친다.

“왤까?” 하고 되물으면

“으음, 사자, 잡아먹어, 소”

“거봐, 알잖아. 우리 아리가 잘 아는구나.”

그렇게 동물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 새 아리는 스르르 잠이 든다.

잘 자거라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