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39-한국설날과 같은 날인 바렌타인 데이

천마리학 2010. 3. 28. 22:55

 

할머니랑 아리랑 539

 

 

*2010년 2월 15일 월-한국설날과 같은 날인 바렌타인 데이

 

 

 

요즘은 ‘쇼잉’ 때문에 집에서 거의 한국식 밥을 해먹지 않고 또 새로 산 디너 테이블에 문제가 있어서 식탁 대신 조리대에서 서서 밥을 먹곤 하지. 아리는 사다리 의자 위에 서서.

존 아저씨가 전화가 왔어. 할머니 뭐하고 있나하고. 존 아저씨가 차를 가지고 오겠대. 할머니랑 어디 산책하자고.

그래서 우리 모두 함께 만나기로 했지. 존 아저씨가 따끈한 한국식 탕을 먹고싶다고 해서 우리 모두 크리스티 코리아 타운으로 갔지. 한국식품점에 들려서 떡도 사고, 한국레스토랑 <북창동>에 가서 점심도 먹었지.

그리고 나서 하이파크로 갔어. 눈발이 히끗히끗 내려서 기분이 설레었단다.

할머니는 존 아저씨 차를 탔는데 존 아저씨가 또 모자를 씌워주더구나. 그러면서 뭐래는지 아니? 할머니 만나 5년만에 겨우 장갑 끼는 습관 하나 들였다구.

맨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할머니가 목도리, 장갑, 모자를 쓰지 않으니까 존 아저씨가 감기 든다면서 할머니 만날 때면 언제나 엑스트라로 자기 목도리 장갑 모자 등을 준비해서 씌워준곤 했잖아. 그런데 이번엔 할머니가 한국에서 할머니 친구 원철이 형이 준 선물인 등산용 장갑을 가져와서 끼고 있었거든.^*^ 히히히 존이 할머니 엄청 좋아하는 거 너도 알겠지?

 

날리는 눈발 속에서 하이파크의 동물원을 거닐면서 존 아저씨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떡을 먹여주고, 아리에게 동물 설명 해주고 아리는 신이 나고 … 너랑 엄마아빠가 하이파크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추위를 피하고 있는 동안 존 아저씨와 할머니는 1 시간 가량 눈밭길을 산책했지.

4, 5년 전에도 왔던 곳이야. 재미있는 광경도 봤지. 호수의 얼음 위에서 개를 썰매에 태우고 주인이 썰매를 끌고 있는 모습, 그리고 하키를 하는 사람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우리 아리도 이삼년 후면 저렇게 탈 수 있겠지 하고 할머니는 생각했단다. 존 아저씨는 다음엔 썰매를 가지고 와서 너를 태워줘야겠다고 하더구나.

암튼 즐거운 시간이었어.

 

 

 

 

 

 

 

 

너랑 엄마아빠는 집으로 돌아오고 할머니는 존 아저씨와 함께 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지. 왜냐구?

바렌타인 데이잖아.^*^

할머니는 존 아저씨와 함께 눈길을 더 걷고, 존 아저씨네 집에도 갔지. 처음이야. 존 아저씨 엄마가 끓여주는 차를 마시며 영화이야기 음악 이야기 등을 이야기 했단다. 아무 준비도 없는 방문이라서 아침에 존 아저씨가 산 한국식 깨강정이 마침 할머니 배낭에 있어서 그걸로 떼웠단다. 존아저씨 집은 존 아저씨의 수집품을 진열할 공간이 부족해서 꽉 차게 있었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잘 정된 되어 있었단다. 존 아저씨 컬렉션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기니까 그건 생략.

존 아저씨 집에서 나와 인디안 레스토랑인 <니르바나>에 가서 근사한 저녁을 먹었단다. 발렌타인 데이에 맞춘 특별한 칵테일인 <큐피트>도 마시고 또 식후에 인도의 전통차도 마시고… 할머닌 평소에 칵테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그런데 아리야. 웃으운 일 한 가지, 고급 레스토랑인데다 발렌타인 데이라서 그런지 모든 사람들이 다 드레시한 옷을 입었고, 거기다 존 아저씨도 오늘 아침에 정장을 하고 나와서 우리를 모두 놀래켰잖니? 그래서 할머니가 투정을 했지.

“뭐야, 나만 잠바 차림이잖아?”

그랬더니 존 아저씨가 뭐래는 지 아니?

자기는 오래 전부터 꿈꾸어왔다는 거야. 이그!

그러면서 내년 발렌타인 데이에는 할머니도 드레시한 옷 입기로 약속했지.

거기서 나와 영화관에 갔는데 이미 꽉 차서 그냥 돌아나왔단다. 엄마가 <아바타>를 꼭 보라고 했거든. 할머니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라고. 다음을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속으로 할머닌 좋았단다. 왜?

아리가 보고 싶어서지. 아리가 잠 들 시간이잖아.

존 아저씨가 할머니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갔는데 11시가 다 되는 시간이었단다. 할머니가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와! 할머니다! 하는 소리.

 

 

 

 

 

 

 

 

그때까지 엄마가 너를 할머니 침대에서 막 재우려고 하던 참이었어.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지만 할머니가 없으니까 네가 잠을 자지 않아서 엄마가 대신 이야기해주며 재우려고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온 거지.

와, 아리가 할머니에게 달려와서 뽀뽀하고, 엄마는 안심이 돼서 굿나잇 하고는 들어가고… 아리가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할머닌 정말 행복했단다.

침대에 눕자마자 할머니 물!

아하, 그렇구나! 하고 함께 나와서 물컵에 물을 따라서 들고 들어와서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한 목음씩 마시고 누웠지.

할머니가 항상 자기 전에 물은 한 모금씩 마시게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한 컵 씩 물을 마시게 하고 있잖아.

눕자마자 할머니 토킹!

무슨 이야기?

토리 앤 베이비 도깨비!

오케이!

아리는 오늘도 할머니가 들려주는 <똘이와 베이비 도깨비>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이 들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