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37-2월 7일 일-존 아저씨

천마리학 2010. 3. 18. 16:52

 

 할머니랑 아리랑 537

 

*2010년 2월 7일 일-존 아저씨

 

오늘은 존 아저씨가 왔다. 엄마와 함께 비즈니스 룸에서 번역작업을 하고 나서 저녁을 먹은 후에 또 아리와 놀아주었다. 아리는 존 아저씨를 무척 좋아한다. 언제나 가족을 헤아릴 때도 엄마 앤 아빠, 할머니, 아리… 하고는 꼭 존 아저씨를 넣는다,

존은 아리와 똑같이 어린아이처럼 되어서 놀아주기 때문에 아리가 좋아하는 것 같다.

 

6시까지 번역작업을 마치고 모두 디너를 먹기 위하여 우리가 자주 가는 레스토랑 <타이 프린세스>로 갔다. 아리는 얼마나 익사이팅한지 여기서도 말리고, 자제 시키고, 대꾸해주고, 시중들고,…

정말 3 살 짜리 아리 한 사람 때문에 어른 셋이서 마음 편하게 조용할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게 엄마다.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 조용히 하세요, 다치니까 의자에서 내려오세요, 위험해요 멀리 가지 마세요, 옆사람에게 실례가 되니까 돌아오세요… 엄마의 주문은 끝이 없다.

하지만 아리는 참을 수가 없다.

옆 좌석에 새로운 사람이 오기만 하면 ‘헬로우’하고 말을 건다. 어른들이 조그만 아이가 귀여워서 대꾸를 해주면 주거니 받거니가 계속된다. 그러면 우리 모두 지켜보며 웃고 만다. 이렇게 때로는 어른들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힘을 가지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도가 지나쳐 엄마가 또 제지를 하게 된다. 큰소리로 웃는다거나 그 사람들의 테이블로 다가간다거나 등등.

 

 

 

 

 

 

 

 

 

겨우겨우 저녁을 먹고 돌아올때도 아리는 즐겁다. 오늘은 존 아저씨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낮 동안에는 할머니가 아리랑 놀아주느라고 힘이 드는데 존 아저씨가 있을 땐 할머니가 좀 한가로워진다. 그래도 계속 지켜봐야하고 가끔씩 함께 끼어들기도 해야 하니까 아주 해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결 가볍다.

한 바탕 놀다가 10시경에 존 아저씨가 돌아가려고 하자 아리는 또 서운해 하며 계속 ‘why'질문을 이어댄다. 존 아저씨 엄마가 기다린다고 이유를 대어도 아리의 ’why'는 끝이 없다. 현관 밖, 엘리베이터 버튼도 직접 누르고, 문이 닫힐 때까지도 어쩔 줄 모른다.

 

존 아저씨가 돌아가고 할머니랑 잠자리에 들어서도 존 아저씨가 왜 돌아가야 하는냐?는 질문이 계속되어 오늘 저녁 할머니가 들려주는 스토리 메뉴는 <존 아저씨네 집 도깨비>다.

존 아저씨 엄마가 혼자 있는데 도깨비가 창문을 두드리며 들어오려고 하자 존 아저씨 엄마가 불을 끄고 뒷방으로 도망갔는데, 이번에는 뒷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라고 소리치니까 존 아저씨 엄마가 무서워서 존, 어디 갔니? 무서워, 빨리 와라, 하며 기다리기 때문에 아리랑 놀던 존 아저씨가 돌아갔다고 꾸며댄다.

왜 존아저씨 엄마가 혼자 있냐?고 묻는다.

낮에는 교회에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지만 저녁엔 집에 돌아오니까 혼자 있게 된다고 대답해준다.

존 아저씨는 어찌 됐냐?고 묻는다.

존 아저씨가 집에 도착해서 자동차 해드 라이트를 켜고 크랙션을 누르며 ‘도깨비들아 내가 왔다. 다들 가거라. 안 가면 때려 줄 거다 하고 소리치면 도깨비들이 깜짝 놀라서 도망간다. 그러면 존 아저씨가 집안으로 들어가서 엄마랑 함께 있게 된다. 아마 지금은 존 아저씨도 자려고 불을 껐을 것이다. 우리도 자자!

이렇게 해서 잠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