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34-잠 습관과 연상력

천마리학 2010. 3. 7. 01:08

 

 할머니랑 아리랑 534

 

 

*2010년 1월 24일 일-잠 습관과 연상력

 

 

큰일이다. 아리랑 할머니랑. 왜? 잠 때문에.

잠?

할머니는 잠을 못 자고, 아리는 잠이 불규칙하다.

 

엊그제 금요일에 할머닌 아리랑 온종일 함께 지내느라고 힘들었지. 그런데다 그 날 밤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올나잇으로 밤을 세웠지. 할머닌 너무나 피곤하면 오히려 잠을 못 자는 습관이 있는데다 가끔 불면증도 있지. 원고 쓰는 일이나 책을 읽는 일 등으로 밤을 꼬박 세우며 보낸 젊었을 때의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어.

너무나 피곤해서 지치는데도 밤잠을 잘 자기 위하여, 그리고 요즘 집안정리로 바쁜 엄마아빠에게 일 할 시간도 줄 겸, 초저녁에 아리랑 함께 수영장에 다녀왔는데도 잠을 못 잤지. 아리를 재우고 나서도 몸은 자고 싶은데 정신은 잠이 들지 않아서 서 너 차례 일어났다 누웠다… 결국 한숨도 못 잤는데 속도 모르는 아리,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계속 같이 놀자고 하니까 놀아주느라고 아침까지. 아휴, 할머니 지친다. 그래서 토요일인 어제 아침 8시경, 아리는 엄마아빠랑 쇼핑 나가고 겨우 잠이 들었던 건데… 머리가 몹시 아파서 타이레놀 2알 먹어도 시원찮아 쩔쩔매고 있을 때 너희들이 돌아왔지. 12시 조금 넘어서. 다시 커피를 한 잔! 할머닌 역시 커피가 명약이야.

 

 

 

 

새해 패션 어때요?

잠옷에 머플러, 모자, 장갑 그리고 할머니 눈 부츠로 멋을 내봤죠.

할머닌 멋있대요^*^

 

 

 

 

그렇게 맑아진 정신으로 아리와 함께 오후를 보내고, 엄마아빠는 계속 이사준비 집안정리로 바쁘고, 할머니 책상이 바뀌고, 새로 정리하면서 아리랑 노는 사이 시간을 아끼려고 이것저것 조금씩 일을 해보지만 집중이 안 되니 진전이 없고, 마음은 불안하고… 아리는 여전히 끊임없이 할머니를 불러내어 놀면서 신나고…, 초저녁인 6시경에 만화영화를 보다가 자고 싶다고 할머니 품에 안기기에 재웠지. 그렇게 잠이 든 아리는 엄마아빠도 자러 들어가고 할머니 혼자 작업을 하고 있는 11시경에 잠이 깨어 할머니이~ 하고 불렀지.

작업을 멈추고 가보니까 또 침대에 쉬를 해서 다 젖어있는 상태. 요 이삼 일 계속되는 아리의 지도그리기. 아리는 심하게 노는 날 밤에는 주로 지도를 그리지. 3일 전인 금요일에 호청을 갈아 끼운 후로 계속되는 아리의 실수. 옷 갈아 입히고 나니 말똥말똥해진 아리, 할머니에게 놀자고.

그때부터 되었는데도 새벽 4 시 반까지. 아, 할머니 머리가 띠잉~

자고 싶은데도 아리는 놓아주지 않으니.

댄스뮤직을 듣고 싶다고 해서 어린이 댄스뮤직 CD를 걸고 듣다가 잠을 위한 자연소리 뮤직으로 바꿔서 올렸더니 거기서 나는 새소리가 싫다나? 아유, 예민한 아리. 잘 들어보면 파도소리도 나고…, 갈매기 소리야 이건…, 지금 우리가 바다에 온 것 같잖아?… 하는 식으로 유도하는데,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아, 독수리! 하며 눈을 반짝인다.

겨우 달래어서 4시 30분에 겨우 함께 잠자리에 들었지. 그리고 오늘 아침 8시에 기상.

 

아리의 잠시간도 불규칙하고 할머니의 불면도 계속되어 힘이 드는구나. 무엇보다도 물론 어쩌다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러다가 아리의 잠 습관이 불규칙하게 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

 

 

 

 

할머니가요 이 사진을 스위스의 그랑빠빠에게 보내셨대요.

그랑 빠빠가 며칠 전,

할머니 생신축하 카드를 보내오셨거든요.

 

 

 

 

아리의 어휘력을 키워주려고 평소에 말(단어)놀이를 자주 하는데, 아리의 연상력이 좋은 것을 알 수 있다. 할머니만의 생각인진 몰라도.

예를 들면, ‘숲속 작은집 창가에……………문 두드리며 하는 말’에서

아리는 “할머니 ‘하는 말’ 노우, ‘하얀 말’ ”하고,

할머니가 도깨비 이야기를 만들어하는 중에,

“뾰옹~ 하더니 베이비도깨비가 또 나타난 거야. 너 누구니?… 너 몇 살이니 하고 물었지, 그랬더니 세 살 하고 대답하는 거야. 아리는 몇 살이지?”

아리가 “세살, 아리하고 똑 같다 으흐흐흐…”하며 신이 나고

할머니가 “이번엔 머리 위로 알밤이 툭 떨어지는 거야.”하면 어느새 아리가

“할머니 할머니, 토끼”

“????”

“산토끼 토끼야………………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 테야. 알밤”한다.

그러면 할머니가

“어머나, 정말? 그렇구나, 아리가 발견했네. 할머닌 몰랐지.” 하고 치켜 주면 자신의 발견에 대하여 으쓱해하며 자랑스러워 한다.

할머니가 또

“퐁당 퐁당 돌을 던져라”하면 아리가

“할머니 할머니 프록, 프록!”

“프록? 그게 뭐지? 한국말로”

“개 구 리”

“아, 개구리, 봐, 아리가 한국말로 하니까 알아듣잖아, 알려줘서 고마워 아리”

아리가 또 한 번 으쓱!

“할머니, 개구리 퐁당” 아리는 할머니의 창작동화 ‘바스락 이야기’ 속에 나오는 한 대목을 연상한 것이다. 개구리가 풍덩하고 물속으로 숨었지 하는 대목이다.

“아하, 정말 그렇구나, 맞아 개구리도 퐁당했어. 또 아리가 발견했구나. 와, 아리는 정말 스마트 아리야”해주면 아리는 또다시 대만족, 으쓱!

 

 

 

 

오랜만에 발코니에 나왔어요. 봄 날씨 같은 햇빛이 불러서.

엄마는 감기 든다고 빨리 들어오라고 야단이고,

할머니는 괜찮다고 은근히 기회를 주시고...

저기 씨엔 타워 아래부분도 보이고 르네쌍스 호텔도 보이죠?

아, 상쾌해!

 

 

 

 

 

 

아직도 한 가지. 토일렛에서 응까를 하는 것만은 되지 않고 있다.

어제오늘도 계속 시도하지만 잘 안 된다.

매번 다음엔 꼭 하자! 약속! 하고 손가락 걸기를 거듭하지만 되지 않는다. 하다보면 강제성이 너무 심하게 될까봐서 조절은 하지만 그러다보니 실행이 더디다.

 

지금도 아리가 엄마아빠랑 함께 풋볼하러 간 사이에 할머니가 커피 마셔가며 겨우 즐기는 시간에 이렇게 쓰고 정리한단다.

정리?

HTML 문서로 옮기는 아리의 일기와 카메라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 블로그에서 해당사진 골라서 일기에 싣기, 할머니의 에세이나 시에도 사진 옮겨 붙이기, 사이사이 에세이든 뭐든 생각나는 대로 쓰기……

사실 지금 장편 소설과 연극대본을 써야하는데 집중 할 수가 없어서 되지 않으니 자투리 시간에 이런 것이라도 겨우 정리해가고 있지. 어제도 에세이 2편을 겨우 썼어. ‘오늘의 운세’와 ‘달라진 설날풍경’. 비교적 생각났을 때에 단번에 써내려가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거듭 읽으며 고쳐가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니 집중할 수 없는 것이 가장 고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