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32-U of T, 할머니는 ‘납치범’

천마리학 2010. 2. 27. 23:59

 

할머니랑 아리랑 532

 

 

*2010년 1월 15일 금-U of T, 할머니는 ‘납치범’

 

 

 

오늘은 기온이 영상 2도, 그동안 영하 10도 내외였다가 풀려선지 마치 봄 날씨 같이 느껴지는구나. 한국은 아직도 맹추위가 계속된다고 해서 걱정인데.

오늘은 아리가 할머니랑 함께 집에 있는 날.

브랙퍼스트도 다른 날 보다 조금 늦게, 엄마가 출근한 뒤에 천천히, 다른 날 보다 더 많이 차렸지. 아리와 함께 하니까. 따뜻한 초코밀크 한잔, 달걀 프라이 3개, 토스토, 미역국과 당근 브로컬리, 오리, 포도. 다른 날 아침은 늘 바쁘고 아리가 안 먹으려고 하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먹거나 빨리 끝내는데 오늘은 느긋하게. 할머니와 단 둘이 있으니까 정식으로 매너 지켜가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장난도 치면서, 많이 웃으면서…… 오, 즐거운 아침식사!^*^

 

 

 

 

오늘도 프리스쿨 안 가고 할머니랑 노는 금요일.

지금 DVD로 '구조대원'을 보고있는 거예요.

리틀보이가 독수리를 살려주어 친구가 되는 건데요.

레이디버그도 나오고, 독수리, 황금깃털, 마우스, 나쁜 아저씨.....

요즘은 이게 재미있어요.

 

 

 

 

11시경 간식을 먹어선지 런치는 안 먹겠다고 해서 우린 외출준비.

스파다이너에 있는 챠이니스 마켓을 지나서 컬리지 앤 세인트 조지스트리트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할머니의 도서관 카드 업데이트하고, 스파다이너 스트리트 앤 컬리지 스트리트의 코너에 있는 세븐 을레븐에 가서 할머니의 시니어 토큰 30매 샀지. 원래는 오늘 아리와 함께 시장만 보고 나머지는 월요일에 할머니가 요가 하러 갈 때 처리하려고 했던 일들을 다 수월하게 처리해버린 셈이었지.

거기까지 간 김에 엄마가 일하는 토론토 대학의 동아시아 도서관까지 갔지. 엄마 얼굴만 보고 오려고. 스트롤러를 미는 할머니의 등에선 땀이 나서 속옷이 젖고 다리가 아팠지만 기분은 좋았단다.

그런데 아리는 할머니가 토론토 공공도서관에서 할머니의 도서관 카드 업데이트 할 때부터 잠이 들더니 동아시아 도서관에 갔을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단다.

도서관 안내에게 할머니가 장난을 쳤지.

어떻게?

리셉셔니스트에게 할머니가 한국학 도서관에 있는 하나 김을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할머니 이름을 묻기에 ‘납치범’이라고 대답했단다.

그 리셉셔니스트는 한국말을 모르니까^*^

‘납치범’이란 발음을 잘 못해서 엄마와 연결이 됐을 때 엄마에게 ‘나지반’이라는 사람이 기다린다고 하더니 다시 할머니에게 ‘웟츄어 네임?’ 하고 묻는 거야.

할머니가 다시 말해줬지. ‘마이 네임 이즈 납치범!’

 

 

 

 

엄마가 계셨다면 테이블에서 내려오라고 또 야단 치셨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할머니만 계시니까 내맘대로오~

^*^

어떻게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 있어요?

지루하잖아요.

^*^

 

 

 

 

그랬더니 그 사람이 또 서툴게 ‘나치번…?’ 하고 자신 없이 얼버무려 발음을 하면서 할머니를 바라보기에 납, 치, 범, 하고 작은 소리로 말해주었지. 그래도 그 사람은 정확히 할 수 없이 미안해하면서 수화기를 할머니에게 넘겨버리는 거야. 거봐, 이사람 한국말을 모르니까 납치범이 뭔지도 모르잖아^*^ 하고 속으로 웃으면서 할머니가 수화기를 받아들었지. 엄마 목소리가 나더구나. 그래서 할머니가 말했지.

“나는 납치범이다, 아들은 무사히 잘 데리고 있다. 아들 얼굴이라도 보고 싶으면 바로 내려와라!”

엄마가 이게 무슨 소린지 하면서도 할머니니까 무조건 반가워하면서 지금 내려 갈 게요 하더니 바로 내려왔단다. 엄마도 할머니가 ‘나는 납치범이다, 아들은 무사히… ’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린가 영문을 몰랐다잖아.

엄마랑 이야기 하며 잠시 쉬는 사이 네가 깨어났지. 잠깐 동안이지만 엄마를 만나 아주 기분이 좋았지. 저녁이면 집에서 다시 만날 텐데도 엄마나 아리나 모두 헤어지기 싫었지.

엄마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이니스 마켓에서 과일, 야채, 밀가루, 빵 등을 사가지고 왔는데, 아휴, 다리 아프고 피곤해.

 

정말 오늘 하루도 빅 에이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