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30-1월 12일 화-할머니의 생일축하와 할머니 젓!

천마리학 2010. 2. 21. 23:40

 

 할머니랑 아리랑 530

 

*2010년 1월 12일 화-할머니의 생일축하와 할머니 젓!

 

 

오늘은 할머니 생일이라고 엄마가 이른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이더니 선물을 잔뜩 내놓더구나. 초록색 옥이 박힌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 그리고 현찰이 들어있는 봉투와 카드. 카드에는 엄마아빠는 물론 ‘Ari’ 라고 서툴게 쓴 아리 너의 사인까지 써 있었지.

감격! 감격!

아리 네 사인이 들어있는 첫 카드! 이미 오래 전부터 제 이름을 쓸 줄 아는 아리였지만 직접 사인이 들어있는 첫 카드!

그리고 할머니의 생일은 1월이고 아리의 생일은 12 월이어서 할머니는 한 해의 시작을 열고 아리는 한 해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의미를 두자고 했었잖아. 그리고 우린 60년을 제한 동갑내기이기도 하잖아^*^. 네가 3년 전 태어날 때 우린 그렇게 약속했었단다.

 

 

오늘은 금요일, 프리스쿨에 가지 않고 할머니와 있는 날.

아리의 금요일 아침식사!

일단 초코밀크부터 한 목음!

 

 

그래도 왠지 입맛이 떨떨하단말야.

아침이라서...

 

 

 

그런데 사실 요즘 할머니는 마음이 좀 묘하단다.

새해가 된지 열 이틀 밖에 안됐는데 벌써 할머니 주변의 사람들이 두 명이나 죽었다는 소식을 받았거든. 더구나 두 번 째 사람은 할머니가 사춘기 시절부터 함께 동인활동을 해온, 할머니가 ‘용찬이성’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란다. 동인이면서 친정오빠 같은 그리고 속 깊고 정 도타운 인격자였는데……

지난 12월에 마침 동인지의 원고청탁 독촉을 받고 40 여 년 전의 그 추억을 시로 써서 보냈는데, 지금쯤 그 책이 출판되어 곧 새해인사 겸 출판축하 겸 모임을 가질 때가 되었는데 그런 형이 죽다니. 더구나 할머니 생일인 오늘 발인이란다.

지금 할머닌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란다. 나이가 많아져서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이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할머닌 나이 많아지는 것을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우리 아리가 자라고 또 아리 동생도 생길 것이고…… 그래서 할머닌 오히려 나이 먹는 것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도 하거든.

 

 

너희들 같이 먹지 않을래?

어때? 달걀푸라이, 미역국, 초코밀크, 토스토... 땅콩버터 바르면 되잖아.

나 혼자 먹으니까 좀 재미 없거든.

 

 

좋아, 같이 먹겠다고?

역시 너희들은 내 친구야~

 

 

 

아리야! 그리고 엄마아빠야!

오늘 할머니 생일 축하해준 것, 정말 고맙구나.

선물도 주고 축하노래도 불러주었지. 특히 아리는 여러 번 영어와 한국말로 축하노래도 불러주고, 할머니와 함께 촛불도 끄고, 할머니 선물도 아리가 척척 먼저 풀어제치고……

부디 너희들도 모두 건강하고 엄마 말 대로, 또 카드에 써있는 대로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꾸나.

 

 

 

 

이제 먹을 기분이 드네요.
내 친구들이 같아 먹어준다니까요.
할머니 땡큐!

 

 

 

 

그런데 요즘 아리가 흉 한 가지 있지.

뭘까?

얼마 전에 멈췄던 할머니 젓 빨기.

한 동안 잠자리에 들어서 ‘온리 만져, 노 잇’ 하면서 도리도리. ‘아리 빅 아리, 온니 나리 젓 잇, 나리 베이비, 아리 빅 아리!’ 하면서 젓 먹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잘 참았는데. 며칠 전 재숙이모네 집들이날 8개월된 혜영선생님의 손녀 나리가 젓을 먹는 것을 상기하면서 내내 ‘나리는 베이비, 온리 나리만 젓 잇, 아리는 안 먹어’ 했었는데. 또 나리가 자신을 ‘오빠’라고 부른다면서 매우 신나 했었는데 요 며칠은 왠일인지 할머니 젓을 빨려고 한다.

할머니가 안 된다고 하면 ‘한번만! 온리 한번만!’

‘아리는 빅 아리잖아, 베이비 나리가 젓을 먹지.’하면,

‘아니 던 원트 빅 아리. 아이 원트 베이비!’ 하면서 빅아리마저 포기하고 파고드는 아리. 할머니 젓을 한참 빨고서야 편안하게 잠이 드는 아리. 또 한 동안 실랑이를 벌려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