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1-할머니랑 아리랑

533-3살짜리 반항아, 수영장에서 손가락 다치다

천마리학 2010. 3. 2. 23:42

 

 

할머니랑 아리랑 533

 

*2010년 1월 22일 금-3살짜리 반항아, 수영장에서 손가락 다치다

 

 

 

오늘 또 금요일. 하지만 밖으로 외출할 순 없었지. 왜냐하면 11시에서 1시 사이에 새로 산 식탁세트의 회사에서 식탁세트의 흠집 체크를 하러오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야.

 

와, 정말 요즘 아리가 왜 그렇게 반항인지 몰라.

“I don't want it!”

이 말이 아예 입에 붙어있어. 그리고 자기 의견도 많고, 자기주장대로 되지 않으면 울고. 마치 반항기 같아. 세 살짜리 반항아!

사사건건 자기 뜻대로만 하려고 하고, 말도 안 듣고 그래서 요즘 할머니는 물론 엄마아빠까지도 힘들지.

아리와 함께 있으면 정말 단 1분도 할머니를 가만두지 않는 아리.

 

 

 

 

 

뜨거울까? 안 뜨거울까?

불이 빨갛게 켜진 장식용 벽난로가 아리는 사뭇 궁금하답니다.

살며시 손가락을!

 

 

 

 

오늘도 할머니가 설거지 하는 잠깐 사이에 벽에 낙서했고, 또 눈 깜짝하는 사이에 할머니 책상 옆의 높은 책장 위 칸의 문을 열어젖히고 그 안에 있는 시디와 DVD들을 모조리 뒤적이다가 갑자기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러댔지.

“I found it 할머니! come! come!”

정말 아리는 아는 것도 많아. 그 많은 DVD 중에서 용케도 제가 볼만한 것들을 골라내고는

“I want it! I want it!”

며칠 전부터 ‘정글 북’ 대신 ‘구조대원들’로 바꿔보면서 막 재미를 붙이고 있는 중인데 또 다른 것들을 골라낸 거야.

하긴 유튜브를 보고도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귀신같이 골라내어 할머니를 놀래키는 아리지.

덕분에 엄마아빠의 한국에서 치른 결혼식과 스위스에서 치른 결혼식을 다 보았지. 그런데 아리 네가 얼마나 엉뚱한 떼쟁이인지 아니? 화면을 보면서 엄마, 아빠, 할머니, 그랑마망, 그랑빠빠, 따따 에디뜨, 폴, 끌레어, 따따 마흐트, 똥똥 달랏, 따따 쟌…하고 있는 대로 다 이름을 부르면서 하이! 하이! 했지. 그러고는 할머니에게 짜증을 내는 거야. 왜 저 사람들이 아리가 하는 하이!에 대답을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트리는 거야. 내참.

그뿐이 아냐. 갑자기 엄마아빠가 보이면 ‘아이 원 엄마 앤 아빠!’, 하고 그랑마망 그랑빠빠가 보이면 ‘아이 원 그랑마망 그랑빠빠!’ 하고. 왕할아버지 왕할머니가 보이면 ‘아이 원 왕할아버지 왕할머니’ 하고 떼쓰고. 그래서 할머니가 ‘엄마아빠는 이따 오시잖아’ ‘스위스에 계시잖아’ ‘한국에 계시잖아’설명해주면 지금 스위스에 가자고 하고 한국에 가자고 하고. 이그, 끌레어가 보이는 화면이 지나가면 ‘끌레어가 어디 있느냐?’고 계속 떼쓰고… 그런 것을 모르는 아리가 아닌데도 그러니, 아리, 너 자신도 네가 지금 얼마나 어거지를 쓰는지 알지? 그러니 할머니가 너를 반항아라고 하는 것 맞는 말이지?

 

 

 

 

칫! 안 뜨겁잖아!

하마터면 속을 뻔 했잖아!

이 돌맹이에게 속을 뻔 했잖아!

 

 

 

 

그건 그렇다 치고, 벽에 낙서한 것은 정말 큰일이야. 며칠 전에 엄마가 새로 칠 했잖아. 요즘 이사준비로 엄마아빠가 집안 정리에 엄청 신경 쓰며 이것저것 고치고 바꾸느라 정신없는데 또 색연필과 볼펜으로 낙서했으니 쯧쯧! 할머니가 그걸 지우느라고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아니? 그래도 흠집 없이 지워져서 다행.

 

오후에 RABBA에 갔지. 달걀, 사과 쥬스, 쿠키를 사는데도 일일이 체크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내는 아리. RABBAA 아저씨나 누나들도 모두 아리는 알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안녕! 하고 말을 건네 오지.

돌아오는 길에 1층의 로비에서 잠시 놀고 있는 동안에 새로 산 쿠키를 반이나 소비시켰지. 청소아줌마에게 주고 지나가는 아저씨 아줌마들은 물론 개들에게도 주고…

이번엔 수영장, 그저깨도 갔었잖아.

오전부터 1, 라바. 2, 엑서사이스 룸. 3, 스위밍 풀. 4, 따뜻한 물 (스파), 5, 차거운 물(풀). 6, 사우나. 7, 샤워. 하고 아리가 손가락을 꼽으며 순서를 정해가면서 가자고 보채고 다졌기 때문에 할머니가 안 가고는 못 배기지. 단 한 가지. 엑서사이스 룸에 가자고도 한 걸 거긴 안 되는 조건으로 겨우 스위밍풀에만 가는 걸로 결정되었지.

그런데 스위밍 풀에서 엄마랑 4살짜리 오빠랑 함께 있는 2살짜리 여자애를 만났는데 아리가 ‘베이비 베이비’ 하면서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할머니가 놀랐지. 지금까지 아리가 그렇게 관심을 보인 일은 처음이야. 대개는 다른 아이들이 아리에게 접근하지만 언제나 아리가 멀리하는 스타일이었거든. 지난 번 재숙선생님 댁에서 ‘나리’를 보았을 때도 신기해하고 좋아하긴 했지만 그렇게 까진 아니었던 것 같아. 오늘은 ‘컴 히어, 컴 컴’하고 손을 뻗어 잡으려도 여러 번 다가가곤 했지. 그때마다 그 아인 물속으로 들어가거나 제 엄마와 오빠랑 노느라고 아리의 뜻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 4 살 짜리는 물안경을 끼고 물속을 풍덩거리며 이 삼 미터 정도는 헤엄치면서 놀고 2 살 짜리 역시 엄마랑 오빠랑 어울리며 물속에 풍덩 빠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제법 물속을 드나들며 노니까 아리가 더 가까이 다가가질 못했지. 아리는 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니까. 문득 아리가 동생을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 생각했지.

그래, 엄마아빠더러 빨리 동생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거라^*^

 

 

 

 

소파에서도 미끄럼을 타며 즐기는 아리!

한 순간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옷을 입는 동안에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리, 아뿔싸, 비명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문틈에 손가락이 낀 거야. 얼마나 아플까 싶어 할머니 마음도 아팠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 아리! 심지어 거울 앞 좁은 대 위에서도 뛰어다니며 할머니 가슴을 졸이게 하는데, 오늘도 거울 앞에서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것을 달래어가며 겨우 옷을 입혀 내려놓고 할머니가 잠시 머리를 닦는 동안이었지. 이그, 할머닌 로션 바를 짬도 주지 않는다니까.

많이 아픈 걸 알지. 큰소리로 많이 울고 집에 올라 올 때가지도 할머니가 쥐어주고 올라와서도 손가락을 내내 쥐어 주고 안아주면서 안 울고, 잘 먹고, 잘 자면 빨리 낫는다고 하며 위로했지. 할머니가 응석을 받아주면서 달라는 대로 초컬릿 밀크도 주고 토스트도 만들어서 밀크에 찍어먹게 하면서 관심을 돌렸더니 토스트 석장 반이나 먹었잖아. 아, 착해!

 

아리, 손가락 다친 것도 아리에겐 좋은 경험이 되고, 반항하는 것도 아리가 자라는 증거란다. 그러니 건강하게 잘 자라렴. 알았지?